이통3사·카카오·네이버·토스부터 중소까지 인증서 '춘추전국시대'
공인인증서에 매달렸던 은행권, 부랴부랴 서비스 개발
보안 업계 "편의성 향상됐지만, 소비자 보호 대책 마련 시급"

 

[FE금융경제신문=권경희ㆍ정성화ㆍ안다정 기자] 21년만에 공인인증서 의무화 제도가 폐지되면서 활짝 열린 사설인증서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인인증서의 우월적 지위를 폐지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12월 10일 정식 시행되면서 공공·금융 인증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인증서 출시에 따른 시장 과열, 그리고 위험·불편·보안성 평가를 위한 업계 표준과 가이드라인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전자인증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7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공인인증서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면서 시장은 성장 모멘텀을 갖게 됐다. 또한 전세계 다중 인증 시장 규모가 6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에선 이통3사, 카카오, 네이버, 토스, NHN페이코 등이 시장 선점을 위해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하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3사와 핀테크 기업 아톤이 합작한 'PASS(패스)'는 2800만건으로 경쟁에서 가장 앞선다. 핀테크 업계에선 카카오, 네이버, NHN, 토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 선발 주자인 카카오의 경우 지난 2017년 6월 자사의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에서 국내 최초 모바일 메신저 기반 인증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인증 발급 건수는 지난 9월 1700만건을 돌파한 데 이어 현재 2000만건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 인증을 이용하는 기관도 200여곳으로 집계됐다.

NHN페이코 역시 지난 9월 인증서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이날 토스인증서 누적 발급 건수가 2300만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중에선 KB국민은행이 선발 주자로 사설 인증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사설인증서인 ‘KB모바일인증서’를 출시했다. 출시 10개월 만에 가입자가 36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전날 기준 가입자 570만명을 돌파하며 순조롭게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8월 하나원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전면 개편한 ‘뉴 하나원큐’를 선보이고 안면인증 기능이 탑재된 자체 인증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공인인증서에 매달렸던 대형 은행들도 뒤늦게 서비스 출시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월 금융권 최초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범용성을 높인 ‘WON금융인증서’를 출시했으며, NH농협은행 역시 지난 10월 ‘NH원패스(OnePass)’를 출시해 서비스를 진행 중인 상태다.

시중은행 중 아직 사설인증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은 신한은행은 이달 중 사설인증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사의 모바일 금융 앱인 신한 쏠(SOL)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기술력을 확보한 중소·스타트업도 대거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과 스타트업 사설 인증업체들도 인증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며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봤다.

문제는 사설 인증서의 난립과 이에 따른 사후 대책 논의 부재다. 현재 보안성 평가를 위한 업계 표준과 가이드라인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국가에서 공인인증서라고 해서 보증을 해줬는데, 그게 없어지니 마치 '인감도장'이 없어진 것과 같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구 책임인지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피해에 따른 소비자보호 이슈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사실 규모 있는 업체에 비해 중소·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 서비스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신분증 진위 확인 과정의 취약점을 이용한 전자금융사기가 발생했다. 앞으로 오픈뱅킹·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로 특정 금융사 보안사고가 다른 금융사로 쉽게 전파될 수 있으며,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이를 악용한 공격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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