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 힘입어 '리테일' 강세 ... 실적 견인
IPO 열풍 뜨거워 ... 내년에도 이어질 듯
사모펀드 사태로 소비자 비판 직면한 증권사
주가지수 2800선 돌파 ... 2700선 돌파 후 15거래일만에 신기록
공매도 조치 연장에 개인, '한숨' 돌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의 약진 ... '주린이 전성시대'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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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올 한 해 증권업계는 전 금융권에서 가장 사건사고가 많았다. 지수 폭락 후 역대 최고치인 2800선을 돌파하는 등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위기에도 선전했다. 또 사모펀드 사태는 소비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불명예에 직면하기도 했다. 올 한 해 증권업계를 흔들었던 이슈를 정리했다.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마이너스 유가 파동

지난 4월 20일(현지시각)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이 전날 대비 300% 폭락하면서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다. 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했지만, 키움증권 HTS가 마이너스를 인식하지 못했다. 원유 선물 투자자들은 HTS 강제로 매매를 중단당해 롤오버(월물 교체)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HTS 오작동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커지는 등 신뢰도가 저하되기도 했다.

이처럼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한 후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원유 수요가 쉽게 회복되지 못해 한동안 유가는 저점을 맴돌았다. WTI 원유선물을 기초로 하는 자산운용사의 ETF 가격은 4월 ‘슈퍼콘탱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1월 대비 2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재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어 1월의 원유선물 가격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뿐 아니라 최근 ‘곱버스’ ETP에 대한 관심이 치솟았지만 정작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가치와 지표 가치의 차이를 뜻하는 괴리율이 한때 100% 가까이 확대되면서 금융당국은 투자 유의 사항을 발표하는 등 사후 조치에 들어갔다.

◇코스피 1400선 후퇴

지난 3월 19일, 코로나19 여파로 코스피가 1400선까지 폭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 타격과 국내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타격을 입은 탓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상황이 공유되면서 증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2019년 당시 연중 최저점인 1700선보다 더욱 떨어진 1400선을 기록하면서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3월 19일 기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4만원 선까지 후퇴했다.

3월 19일 1457.64포인트로 마감한 코스피는 이날 133.56포인트(8.39%) 떨어졌다. 이는 7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한 결과로, 3월 20일부터 시행된 금융당국의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로 다음 날 1566.15포인트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했지만 3월 말 기준 1700선을 회복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어지는 ‘라임 사태’ 여파

지난해 은행권의 DLF(파생결합펀드) 사태가 촉발한 사모펀드 대란이 이번 해까지도 증권업계에 타격을 주는 모습이 올해 내내 연출됐다. 올해 3월 기준 1조 6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이 이어지면서 라임 펀드는 ‘사기펀드’로 부상했다. 많은 증권사와 은행권은 검증 없이 사모펀드를 팔아 수익을 남겼으나, 결과적으로는 금감원의 금융 민원이 폭증하는 계기가 됐다.

라임 사태 징계 수위를 논하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거쳐 현재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논의를 진행 중인 데다 투자자의 농성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은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의 중징계가 걸려 있어 증권업계에서도 이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라임 사태로 촉발된 ‘사모펀드 저신뢰’ 현상은 금융사의 영업 차질로 돌아왔다. 은행창구를 비롯한 증권사 영업점도 사모펀드를 권유하지 않는 ‘자발적 검열’에 들어가는 등 금융상품의 한 갈래를 사실상 포기하는 상태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올해 10월 열린 제21대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도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을 피감기관으로 둔 정무위원회에서 사모펀드 운용사와 판매사의 책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감원장,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등은 라임 사태에 관한 질의를 연이어 받는 등 사모펀드 사태가 금융업계뿐 아니라 정계까지 흔들었다.

◇옵티머스 사태, ‘제2의 라임 사태’로 비화하다

지난 6월 30일, ‘제2의 라임 펀드’라는 명칭으로 새로운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터졌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옵티머스펀드’가 5151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을 낳으면서 대규모 ‘펀드런’ 사태의 불을 지폈다.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의 화살은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으로 향했다. 5151억원 중 4827억원을 판매해 총 판매 규모의 87% 이상이 판매됐다. 이 과정에서 상품소위원회의 상품 검증 부실 등이 논란을 낳았다. 이후 금융감독원 및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 등도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현재에도 옵티머스펀드 사태는 진행 중이다. 라임 사태의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왔지만, NH투자증권의 실사 결과와 차이가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사 중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 유동성 선지급 방안을 내놓았으며, 한국투자증권은 환매 중단 후 빠르게 70%보상을 결정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코스닥 상장 바이오사인 에이치엘비와 3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주주 3억 기준’이 쏘아 올린 주식 양도소득세 논란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월 ‘2020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상장주식을 10억원 이상 보유하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현행 ‘대주주 요건’을 상장주식을 직계존·비속을 포함해 3억원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된다고 규정했다.

정부안은 개인투자자의 큰 반발에 직면했다. 연말이 되면 대주주가 되지 않기 위해 매도 물량이 시장에 출회되고, 이러한 ‘매도 폭탄’이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것이 중론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발에도 정부가 ‘3억 대주주 요건’을 강행할 의지를 내보이자 일각에서는 세수 확보를 위해 시장참여자의 컨센서스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니냔 반응도 나왔다. 이어 홍남기 기재부 총리 겸 경제부총리에 대한 해임안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하는 등 많은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여권 일부 인사 또한 정부의 이런 기조에 반대해 ‘대주주 요건’을 검토할 것을 시사하자 여론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정부 국정감사 기간에 홍 부총리가 이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받았고, 이후 사임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신임으로 사임은 반려됐으며, 기재부는 10월 ‘3억 대주주 요건’을 철회하고 ‘10억 기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안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많은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 금융 유관단체는 환영의 입장을 내비치면서 ‘3억 대주주 요건’ 해프닝은 막을 내리게 됐다.

◇IPO ‘열풍’ 신호탄과 SK바이오팜·카겜즈 ‘따상’

지난 7월 상반기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꼽혔던 SK바이오팜이 ‘따따상’을 기록하면서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공모주 청약 열풍의 선두타자로 우뚝 섰다. 코스피 상장 한 달 후 코스피200 조기 편입에 성공하는 등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상장 이후 공모가였던 4만9000원을 한참 뛰어넘으면서 시가총액이 모기업인 SK보다 더 높아지는 등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SK 상표가 ‘브랜드화’되면서 주가가 덩달아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SK바이오팜은 연구자가 많아 핵심인력이 다수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사주 물량을 배정받은 후 퇴사자가 속출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지만, 퇴사자는 우리사주 지분을 팔면서 16억원 수준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카카오게임즈가 SK바이오팜에 이어 ‘대어’로 부상하면서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청약 경쟁률 1000:1을 상회하면서 명실상부하게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공모주 물량 배정방식에서 일반투자자(개인)의 물량이 최대 20% 수준이어서 청약을 원하는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이에 한참 못 미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공모주 청약 배정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기관 배정 물량을 개인투자자 물량으로 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이후 10월 상장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3번째 청약 열기를 이끌어 가는 듯 보였으나, 상장 후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면서 IPO 공모가 산정 등 기준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이뿐 아니라 증권사 리포트가 목표주가를 지나치게 높게 제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다만 내년에도 카카오 3형제(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LG에너지솔루션, 크래프톤 등 여러 기업이 상장을 목표로 두고 있어 공모주 흥행 열풍은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테일·WM 전성시대 열리다

증권사의 2분기와 3분기 실적이 대부분 호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실적 상승을 견인한 건 단연 ‘리테일’ 부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고자 하는 주식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났고, 이에 따른 영향으로 거래대금과 예탁금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증시 활황이 한 해 동안 꾸준히 유지됐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WM명가로 불리는 삼성증권은 SNI클럽을 활성화시키는 등 고객과의 접촉을 늘려나가는 데 주력했고, 자기자본 규모 10조원 수준인 미래에셋대우는 비대면(언택트) 기조 활성화 기류를 활용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작업 등에 박차를 가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나간 결과 리테일 부문과 WM부문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기존 증권사의 전통적인 먹거리였던 IB 부문이 실사 등의 어려움으로 위축될 거란 예상과 달리 공모주 열풍 등으로 선방을 이뤄내면서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실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 연장 결정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6개월 한시 금지했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해 내년 3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매도 금지 조치는 1년간 유지되게 됐으며, 내년 3월 재개를 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지난 9월 공매도 공청회를 열고 기관·개인의 공매도 관련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를 가졌다. 은행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이 날 공청회에서는 공매도 접근성,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제도, 외국인투자자의 공매도 물량 투하로 인한 증시 피해 등이 다각적으로 논의됐다.

다만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시각이 엇갈려 파열음을 내는 등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공매도 제도 폐지를 외치는 등 개인의 접근성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개인투자자의 피해에 대해 강력하게 피력했다. 다만 기관투자자는 공매도 또한 거래 방식의 한 갈래일 뿐, 주가 과열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순기능을 강조하면서 이견을 보였다.

금융위원회는 공청회 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후 기존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 만료일에서 6개월을 연장했고, 현재는 공매도 제도 손질을 위해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 건너간 서학개미, 지수 끌어올린 동학개미 … 증시 ‘큰손’ 되다

올 한 해 증시에서 위상이 높아진 주체는 단연 ‘개미’(개인투자자)들이다. 지난 3월 끝을 모르고 추락하던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거세지면서 하락세를 연일 지속했다. 하지만 지수 방어에 나선 동학개미가 시장 흐름을 바꿔놓으면서 개인 매수세가 지속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 규제 여파와 저금리 환경의 도래로 갈 곳 없는 유동성이 증시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코스피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파란불’에서 ‘빨간불’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특히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또한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등 유례없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으로 대표되는 BBIG가 뜨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수혜업종으로 떠오른 섹터에 개인투자자의 유동성이 쏠리기 시작했다. 올 초보다 2배 가까이 주가가 상승하는 등 연고점을 기록한 기업도 많아졌다.

이뿐 아니라, 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해외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서학개미도 늘어났다. 외화예탁금도 늘기 시작한 것이다. 예탁결제원 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국내 증권사 외화자금 보유액은 23억2341만달러(2조55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6억6770만달러)보다 248% 늘어난 수치다.

◇코스피 2800선 돌파 … 사상 최대치 달성하다

코스피가 지난 2018년 1월 29일 2607.10포인트를 기록해 2600선을 돌파한 후 2년 10개월 만인 11월 23일 장중 2600선을 돌파했다. 이어 지난 4일 2731.45포인트로 마감했다. 이후 15거래일만에 2800선을 돌파했다.

증권사 연간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내년 코스피 지수 상단을 2700~3000선이 제시되면서 코스피 활황이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를 만큼 올랐다’라는 의견도 있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에 따라 글로벌 경제 정상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코스피 2700선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시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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