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상품 손해율 고심 컸던 손보업계 … 코로나에 자동차보험 웃상 실손 의료보험 울상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하며 미니보험 전성시대 열어 … 빅테크 파상공세 폭풍전야 연출도

사진설명 - 올 한해 손해보험업계는 전반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실적이 올랐지만 실손 의료보험 손해율 악화는 지속됐다. 해결방안을 찾았으나 묘수는 없었고 빅테크기업 파상공세 속 해법을 찾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한해였다.
사진설명 - 올 한해 손해보험업계는 전반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실적이 올랐지만 실손 의료보험 손해율 악화는 지속됐다.
해결방안을 찾았으나 묘수는 없었고 빅테크기업 파상공세 속 해법을 찾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한해였다.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2020년 손해보험업계는 코로나19 위기 속 생명보험업계와 다르게 선방한 업종으로 기억 될 전망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내려가며 순이익이 개선되자 주가도 올랐고 말로만 외쳤던 언택트, 디지털 보험사 및 빅테크 기업들 보험 서비스 진출도 가시화 됐다.

반면 오랜 숙원사업 이었던 실손 의료보험 청구간소화법이 막혔고 4세대 실손 또한 기존 가입자 문제를 해결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경제신문은 앞으로 다가오는 2021년을 위해 올해 손해보험업계 이슈들을 되돌아보고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 만성적자 자동차보험 손해율 감소 … 코로나19 반사이익 톡톡

자동차 보험의 손해율은 코로나19라는 변수만 아니었다면 대다수 손해보험사들이 100%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손해율이 오르면 그만큼 보험사가 소비자로부터 보험료를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 보험금으로 나간다는 의미로 보험사가 손해를 본다는 말이다.

그래서 매년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금융당국에 요구해왔고 지난 2019년만 해도 두 번이나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하면서 치솟는 손해율을 막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여파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자동차 운행횟수가 급감했다.

자연스럽게 자동차 통행량이 줄자 사고횟수도 줄고 그만큼 자동차 보험 청구 비율도 급감했다. 동시에 병원 이용 환자수도 감소하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실손 의료보험 손해율도 소폭 줄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9년 말 적자행진을 기록했던 한화손해보험도 손해율 개선에 힘입어 흑자로 돌아섰고 손해율 100%를 넘길 줄로만 알았던 대형 손해보험사도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평균 5~7%나 감소하면서 수익이 개선됐다.

◇ 말로만 찾던 언택트 … 디지털 손해보험 시장 키워

코로나19 위기 속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조 된 말 중 하나로 꼽자면 언택트를 빼놓을 수 없었다. 비대면이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은 대면영업을 강조하는 보험사 입장에선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삼는 보험사들도 속속 등장했다. 바로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이 출범한 것이다. 캐롯손해보험이 대표적인 케이스로 일상 및 생활밀착, 소형보험, 단기보험만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기존 보험사에선 수지타산이 안 맞아 미끼상품으로 활용했지만 디지털 손해보험사에선 주력상품으로 띄우면서 앞으로 보험 상품을 쇼핑하듯이 구입하는 시대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하나금융그룹에선 소형사였던 하나손해보험을 인수해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키우겠다고 밝혔고 카카오페이 보험 서비스도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을 앞두면서 업계 내 비대면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하나의 트렌드화 되어갔다.

이에 자극 받은 신한금융그룹은 소형손해보험사 매물 중 하나였던 악사손해보험 매각戰을 검토했다. 그러나 시장파이가 작아도 너무 작아 끝내 참여하지 않았고 대신 한화손해보험이 매각 후보 대상으로 시장에 언급되면서 빅딜이 이뤄지나 기대감은 현재도 뜨거운 감자다.

◇ 실손 의료보험 청구간소화법 좌절 … 의료계 입법저지 공세 못 당해

금융소비자단체에서 먼저 입법을 요구했던 것은 12년 전이지지만 실손 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병·의원들의 비급여 항목을 살펴볼 주요한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단 이점으로 손해보험사가 적극 입법 활동을 한 지는 5년 정도 됐다.

실손 의료보험 청구가 많아질수록 위험손해율이 높아질 우려가 있지만 실손 의료보험 손해율을 올리는 주범은 다름 아닌 비급여 진료 때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그동안 체계 없이 운영됐던 병·의원들의 비급여 데이터는 철저히 병원 마다 비밀사항이었기에 더더욱 문제가 심각하게 비화됐다.

결국 소비자의 의료보험금을 돌려받는 길이 열리면서 동시에 인건비 절약 및 비급여 의료체계 변화를 목적이 되면서 21대 국회에 들어선 여야의원 모두가 법안 발의에 찬성했다. 정부도 화답하며 금융당국·복지부에서도 적극 통과를 외쳤다.

문제는 의료계 높은 반발이었다. 비급여 항목 공개 시 병·의원 재정악화를 근거로 반대했다. 정무위원회 간사들 중심으로 이뤄진 입법저지가 먹히면서 통과되지 않았다. 입법 활동을 멈출 생각이 없는 상황이라 해당 현상이 하반기 국회에서 또 펼쳐질 것으로 보이나 이마저도 법안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 4세대 실손 의료보험 등장 … 궁극적 손해율 줄이는 해법 되지 못해

2009년 이전 구실손, 2017년 이전까지 표준화 실손, 이후엔 신실손 그리고 3년만에 다시 4세대 실손이라는 이름으로 실손 의료보험 모델이 제시됐다. 앞선 실손 의료보험의 최근 손해율은 구실손이 130%, 표준화실손이 120%대 신실손은 내년에 110%대가 육박할 전망이다.

손해율을 낮춰보겠다고 실손 의료보험 모델을 3번이나 바꿨지만 그럼에도 실손 의료보험의 손해율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원인은 비급여 진료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실손 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법마저 통과가 좌절되자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를 제어할 수단도 마땅히 없어진 손해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실손 의료보험 모델 변화를 택했다.

비급여 진료에 대한 자기부담금을 늘려 비급여 진료에 따른 손해율 악화를 막는 한편 실손 의료보험 혜택을 많이 볼수록 보험료 부담이 높아지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으로 나오는 4세대 실손이 나온다 해서 궁극적으로 손해보험사의 실손 의료보험 위험손해율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기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데다 4세대 실손 또한 신규 가입자에 한해서 적용된다.

즉 기존 실손 의료보험 가입자를 4세대 실손 의료보험으로 얼마나 유도를 하느냐에 따라 보험사들의 손해율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실손 의료보험료 인상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모두 4세대 실손 의료보험 전환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빅테크 기업 보험업 진출 … 네이버파이낸셜 자동차보험 비교서비스 내놨다 역풍 맞기도

보험업계에 변화를 일으킬 주체로 봤던 것은 빅테크 기업의 보험 시장 진출이었다. 은행이 카카오뱅크 진출로 인해 대변화를 보여준 것처럼 보험도 빅테크가 진출하면 AI 보험설계사부터 미니보험 열풍까지 보험의 미래가 바뀔 것처럼 여겼다.

그러나 막상 내놓은 결과는 형편없었다. 연내 출범이 가시화 됐던 카카오페이보험은 삼성화재와 디지털 보험사 합작설립이 불발 된 이후 이렇다 할 혁신을 시장에 전달해주지 못했고 토스는 가입자 대상 온라인 보험 판매를 추진했으나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기존 보험다모아와 비슷한 보험비교서비스를 혁신이 아닌 베끼기에 급급했다. 과거 작은 기업이 내놓은 서비스를 따라하며 손쉽게 성장했던 관성을 이번에도 지켰지만 금융시장은 그동안 상대했던 시장과 전혀 다른 시장이었다는 점을 간과했다.

첫 서비스로 내놓으려던 자동차보험 비교서비스가 중개 수수료 비용만으로 기존 보험설계사 에게 줬던 수수료와 별반 다를 바 없도록 설계해 사업비 고민이 큰 보험사 입장에선 메리트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줄 세우기까지 하려고 개별사마다 협상을 진행한 점은 보험업계 전체에 대대적 반감을 일으켰다.

후폭풍으로 빅테크 기업에게도 금융당국 규제를 받도록 하겠다는 금융권 목소리가 커졌고 혁신기업으로 선정 돼 빠져나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높은 금융규제가 예고되게 만들었다. 결국 스스로 자초한 논란에 빌미를 잡힌 격으로 의무보험 서비스로 방향을 틀었으나 늦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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