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새해에도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금리 인상 논의 2022년 되어서야 가능

[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한은이 현재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더 내릴지 언제부터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 될지를 두고 새해 통화정책에 대한 이목이 집중된다.

◆ 한은, "새해에도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한은은 지난 25일 발표한 '2021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내년은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완화적 금융여건 하에서 자산시장으로 자금유입, 민간신용 증가 등 금융불균형 위험이 누적될 가능성에 한층 유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부작용을 면밀히 살피면서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코로나19 변수, 대외 여건 등을 고려해 필요할 경우 더 낮출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한은은 올해 초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실물 경제의 타격이 예상되자 지난해 말 연 1.25%였던 기준금리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인하를 단행,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0%까지 낮췄다. 이후 7월, 8월, 10월 ,11월 총 네번의 금리결정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택하면서 이때 기준금리가 올해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한은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한다지만 실제로 내년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 카드를 실제로 사용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중의 유동성이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몰리면서 버블 논란이 여전한 데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금리 수준)에 근접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0.00~0.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과 우리의 기준금리 차는 0.25∼0.5%포인트로 유지됐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비(非)기축통화인 원화 입장에서 만약 기준금리가 연 0.25%로 0.25%포인트 더 낮아져 미국 기준금리 상단(0.25%)과 같아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 카드 보다는 다른 정책 수단을 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나 해외 연구기관이나 보고서는 한은이 실효하한 논란에도 불구,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있다고 바라보거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최악으로 치닫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 3차 확산세를 차단하지 못하고 내년 1분기 4주간의 록다운(봉쇄) 조치를 취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면서 "한국의 중앙은행 이 기준금리를 내년 1분기에 0.25%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 또한 지난 9월 세계전망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내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하향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한은은 "내년은 국내경제가 완만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나 국내외 코로나19의 확산 정도, 백신 상용화 시기 등 향후 성장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 완화적인 수준에서 운용할 것인지는 국내외 코로나19 전개 상황, 주요국의 통화·재정정책 운용, 글로벌 교역여건 변화 등이 국내 거시경제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그래픽=뉴시스)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 추이(사진·그래픽=뉴시스)

◆ 금리 인상 논의 2022년 되어서야 가능

한편,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한은이 언제쯤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지에도 이 쏠린다.

한은이 내년에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나갈 것을 명확하게 하면서 내후년 이후가 되어서야 긴축논의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보급으로 팬데믹 사태가 일찍 종식돼 미국 등 주요국이 예상보다 일찍 긴축논의에 본격 나선다면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주요국이 완화적 재정·통화정책을 거둬들이고 금리 인상에 나서면 우리만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는 금리 역전의 부작용을 고려, 미국보다 조금 빨리 금리인상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정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는 예측도 제기됐지만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논의는 2022년이 돼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 7년 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 금리를 유지하다가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기 시작한 2015년 말이 되어서야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어 미국을 포함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발 경체 충격을 회복하고 다시 긴축에 들어서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다수의 FOMC 위원들도 "최소한 2023년까지는 미국이 제로금리를 유지한다"고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도 2023년 전후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지난달 12일 발표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주식 투자 전략’에서 한국의 금리 인상 시기를 오는 2022년으로 예상했다.

하나금융그룹 산하 국내 연구기관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역시 지난달 발간한 '11월 금통위 결과 분석 및 향후 전망'에서 "2022년에 한은 경제전망 대로 성장세로 복귀하고 물가도 안정된다면 금융안정 책무가 강조돼 금리 인상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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