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 긴급 소집
연초들어 은행권 신용대출 잔액 급증
지난해 연말 규제로 인한 대출 수요 폭발과 '빚투' 열풍으로 파악

(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연초 신용대출 급등세가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이 긴급 점검에 나섰다. 과도한 신용대출 증가가 자산시장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자산가격이 꺼지게 되면 부채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화상회의를 갖고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세심한 모니터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들어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7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4조1015억원으로 이들 은행들은 이달들어 4영업일 동안 약 4533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추가로 차주들에게 내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6482억원이었다.

일반적으로 1월은 연말 성과급이 나오는 시기이기 때문에 다른 달에 비해 신용대출 수요가 가장 적은 시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약 109조원으로 전달 대비 1조1316억원 가량 감소세를 보인 바 있다.

은행권은 이례적인 신용대출 급증 원인을 연말 신용대출을 규제하면서 억눌렸던 대출 수요가 폭발했고 국내외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암호화폐)등 자산 투자 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새해 들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개미)들은 코스피에서만 3조8000억원 가량을 주식을 쓸어 담은 것으로 파악된다. 개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새해 들어 3000을 넘기더니 이날 장중 한때 3266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한때 개당 4800만원까지 치솟았다.

금감원은 신용대출 폭증세가 정점을 이뤘던 지난해 9~11월과 비교하면 현재 신용대출 증가폭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과도한 신용대출 증가가 자산시장 거품을 더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혹시 모를 갑작스러운 버블 붕괴 가능성이 향후 가계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날 금감원 화상회의에서 은행들에게 월별 신용대출 잔액 증가 한도인 2조원을 지켜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며 "또한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각 항목별로 제출한 관리 계획을 지킬 수 있도록 신경 써달라고 은행들에게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금감원 18개 은행들의 월간 신용대출을 2조원 대로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은행들에게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이 현재 신용대출 증가폭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 만큼, 당장 신용대출을 추가 규제하거나 대출 옥죄기에 나설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자칫 빚투(빚내서 투자)를 막으려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서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위험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연초에 신용대출 등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보다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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