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공매도 재개 반대론에 찬물 끼얹어
정치권, 제도 손질 안됐는데 ... 재개 시기상조
금융투자업계 "가격 결정 기능 있어" 순기능 강조
개인투자자 "기울어진 운동장" 역기능 강조

(사진=뉴시스)
3200선 까지 치고 올라간 코스피가 과열 논란에 휩싸이면서 공매도 재개 필요성과 아직 이르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개인투자자와 기관, 외국인 투자자의 힘겨루기가 공매도 재개 예정 시점인 3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공매도 정상 재개를 위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 공매도 재개 시 주가 하락 등 다시 증시 변동성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곧바로 공매도 재개 금지를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금융위가 소신을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금융위, “3월 공매도 재개할 것”

11일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치권과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공매도 재개 반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해 9월 한 차례 연장한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를 올해 3월에는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곧바로 개인투자자들은 반응했다. 지난 11일 역대급 매수세를 기록하며 코스피서 하루 만에 4조4000억원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연장 금지 조치 해제에 대해 더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와 달리 증권업계는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 해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복수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이 과열됐기 때문에 공매도 조치를 통한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보이기도 했다. 

◇ 정치권, “공매도 재개 신중 검토해야”

공매도 논쟁에 불이 붙자 정치권에서도 이를 재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는 3월 15일 종료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의 연장이 필요하다”며, “불공정과 제도적 부실함을 바로잡지 못한 채로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임원 출신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에 출연해 “동학개미들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투자하고 있다”며, “정치도 이들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과 해외자원으로부터 지켜줄 울타리를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정치권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을 금융당국에 요구하고 나선 만큼 공매도 재개를 두고 당국과 정치권·투자자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 기관·개인 ‘동상이몽’ … 가격 결정 기능 VS ‘기울어진 운동장’

지난해 8월 개최된 한국거래소 주최 공매도 제도 공청회 당시에도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의견이 엇갈리는 등 기관 및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바라보는 것에 입장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무차입 공매도와 관련된 의견을 개진하면서 전반적인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공매도 제도가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이 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됐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지다.

반면 고은아 크레딧스위스증권 상무는 “공매도 제도가 없어진 이후 외국계 투자회사는 한국 시장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고,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장기화되면 이런 경향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펴기도 했다. 공매도 제도의 ‘헤지’ 기능을 언급하면서, 거래 방식의 한 갈래라는 설명이다.

최근 들어 증시 변동성이 심화되고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괴리가 경고 메시지로 나오고 있어 공매도가 재개되면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당국이 3월 재개를 못 박았지만, 재개가 가능할지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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