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 쌍용차 노사에 지원 전제조건 제시
금속노조, "반헌법 의식 드러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흑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체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약속하는) 각서가 없으면 산은은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을 것"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1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자동차 지원여부를 두고 이같이 밝힌 가운데, 쌍용차 노사가 이를 수용할 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쌍용차 지원과 관련해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이 회장이 제시한 조건들은 ▲사업성 및 존속가능성 입증 ▲노사 단체협약 유효기간 1년에서 3년 단위로 변경 ▲ 흑자전환 시까지 일체의 쟁의행위 금지 등이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 기업이 흑자도 내기 전에 매년 노사협상 한다고 파업하는 등 자해 행위가 많았고 기업이 어려워지니 정부와 산은을 협박해서 유지하자는 얘기도 들었다"며 "이런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단체 협약을 1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늘리고 흑자가 나오기 전에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중지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기 바란다"며 "이 조건을 각서로 써야한다"고 쌍용차 노사를 압박했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해 말 외국계 금융사로부터 빌린 600억원을 연체한 데다 산은 대출금 9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법원에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법원은 우선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보류한 뒤, 2월 28일까지 자율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ARS)을 가동하고 있다. 쌍용차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기간 동안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진행중인 새 투자자와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협상 대상은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유력하다. 현재 마힌드라는 신규 투자자로 거론되는 HAAH와 쌍용차 인수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최종적으로 지분 인수가 타결되면 HAAH는 마힌드라가 보유한 쌍용차 지분 74.6% 중 44.6%를 우선 인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HAAH의 연간 매출은 약 250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이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완성차 업체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 충분가를 두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HAAH의 인수부터 경영 정상화까지는 산은 등 채권단의 추가지원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 회장이 강한 어조로 쌍용차 노사를 압박했지만 실제로는 지원을 위한 명분 쌓고 한국지엠(GM)과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분규로 경영정상화가 발목 잡히지 않도록 먼저 쌍용차로부터 약속을 받겠다는 것이다.

한국GM 노조는 2018년에 산은의 자금 지원을 받은 뒤에도 지난해까지 사측과 해마다 임금협상에 실패하면서 쟁의행위를 벌여왔다.

이 회장은 2019년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평균 연봉 1억원씩 받는 분들이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내 상식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관건은 쌍용차 노사가 이 회장의 제안을 승낙할지 여부다. 당장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 회장의 발언이 알려진 뒤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쟁의권은 노동자의 권리"라며 "이동걸은 쟁의권을 자해행위라고 보는 반헌법 의식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대표노조가 기업별 노조인 점은 쌍용차 노사가 이 회장의 제안을 수락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 2009년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서 탈퇴했으며 현재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소속 노조원은 17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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