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취업자 62만8000명이나 감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와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하는 3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현장신청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현장접수처를 준비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와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하는 3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현장신청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현장접수처를 준비했다.(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22년 만에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취업자가 62만8000명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고용시장이 가장 악화했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실업자 수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일시 휴직자도 통계 작성 이래 40년 만에 가장 많았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62만8000명 감소한 2652만6000명이다. 이는 1999년 2월 65만8000명 이후 2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수 역시 269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8000명 감소했다. 1998년(-127만6000명) 이래 22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연간 취업자가 전년보다 감소한 건 1984년 오일쇼크로 인한 내수 침체(-7만6000명), 1998년 외환위기(-127만6000명), 2003년 카드 사태(-1만명),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8만7000명) 등 지금까지 4차례밖에 없었다.

연령별로 보면 지난해 취업자는 60세 이상(37만5000명)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경제 허리’에 해당하는 30대(-16만5000명)와 40대(-15만8000명)에서 감소 폭이 컸고, 20대(-14만6000명)와 50대(-8만8000명)도 타격을 받았다.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 취업자가 감소한 건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산업별로는 도ㆍ소매업(-16만명), 숙박ㆍ음식점업(-15만9000명), 교육서비스업(-8만6000명) 등 대면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들이다. 질 좋은 일자리의 대명사인 제조업은 11만명이나 줄었다. 고용이 증가한 건 공공행정, 사회보장, 사회복지 등 이른바 관제 일자리들이다.

실업률과 고용률, 비경제활동인구 등 다른 고용 관련 지표도 불명예스러운 '기록 경신 행진'이다. 지난해 실업자 수는 110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4만5000명(4.2%) 늘었다. 이는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실업자 수는 2016년(100만9000명), 2017년(102만3000명), 2018년(107만3000명), 2019년(106만3000명)에 이어 5년 연속 100만명을 넘어섰다. 일시휴직자도 83만7000명으로 43만명 늘었는데, 1980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대 증가다.

실업률은 4.0%로 0.2%포인트 올랐다. 2001년(4.0%) 이후 최고치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9.0%로 2018년(9.5%) 이후 2년 만에 다시 9%대로 올라섰다. 반면 고용률은 0.8%포인트 하락한 60.1%로 2013년(59.8%) 이후 가장 낮았다.

이는 코로나19로 깊어진 경기침체와 기업 경영 활동 위축에다 대면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 등 특정 업종의 고용이 급속히 얼어붙은 영향이 컸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작년 12월 8일 거리두기 조치 격상으로 숙박ㆍ음식점업이 특히 타격을 받아 취업자 감소 폭이 커졌다”며 “2019년 12월 취업자 증가 폭이 51만6000명으로 컸기에 그에 대한 기저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고용 전망도 어둡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며 고용 악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 제조업, 정보기술(IT) 등 일부 업종의 경기지표가 나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탓에 이들 업종에서 바로 고용을 늘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 부문의 경우 손실이 축적되며 고용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추가 해고가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늘린다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한다면 단기 일자리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악의 고용 상황이 드러나자 정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고용 충격이 더 확대된 점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해 12월 고용 동향을 전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를 크게 입은 고용 취약계층의 아픔을 덜어드리는 데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침 일찍 관계장관들과 녹실회의를 열어 고용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며 “2020년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고용지표에 저를 포함한 참석자들 모두의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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