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면 온라인 전환…행사 규모 축소되고 관심도는 낮아져
5G 본격 상용화·전기차 전환에 가속·인공지능-로봇 기술 확장 뚜렷
‘가정’ 화두 속...5G, 전기차·자율주행차, AI 등 최신 기술 선봬
올해 CES 참가 기업 수 1961곳...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
온라인 행사 한계 여실...기업들, 하반기 IFA 참여 고민할 듯

 

[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이 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14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이번 전시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도 여전히 숨 가쁘게 전개되는 글로벌 시장의 기술 경쟁을 보여줬다.

다만 올해 CES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행사 규모나 활기가 예년만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CES 참가 기업 수는 1961곳으로, 지난해 약 4400개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중국 기업 대다수가 빠진 영향도 있었지만, 구글, 현대차, 도요타 등 굵직한 업체들도 대거 불참했기 때문이다.

올해 CES에서는 5G(5세대 이동통신)의 본격적인 상용화와 전기차·자율주행 시대로의 전환,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술의 확장, 로봇 기술의 보급, 코로나19에 대한 적극적 대응 등이 굵직한 흐름으로 부각됐다.

미국의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울트라 와이드밴드 5G를 통해 미국프로풋볼(NFL) 경기를 7개 카메라 앵글로 포착해 관중과 안방 시청자들이 경기를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증강현실(AR) 기술로 선수의 각종 기록을 바로 띄워 확인해볼 수 있다.

자율주행.전기차에 30조 퍼붓는 GM '현실 눈앞'

자율주행차는 아직도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가운데 인텔의 자회사인 이스라엘의 모빌아이가 내년부터 텔아비브 등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택시를 운영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대형 럭셔리 전기 세단 EQS에 새롭게 탑재될 차세대 MBUX 하이퍼스크린을 공개했다. 차량 대시보드에 장착될 이 대형 스크린은 인공지능을 탑재해 탑승자들이 음악·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디스플레이를 제공한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차량 실내를 소파가 놓인 거실처럼 꾸민 자율주행 콘셉트카 ‘캐딜락 헤일로’를 공개했다. 친구나 가족들과 소파에 앉아 놀면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공간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파나소닉은 “코로나19로 자동차가 영화를 보거나 정치 집회에 참가하는 제2의 집이 됐다”며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자동차 운영체제(OS) ‘스파이더’(SPYDR)로 차량 탑승자들이 개별 모니터로 동영상을 공유하는 모습을 시연해 보였다.

미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는 오는 10월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자동차 경주대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쪽에서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LG전자가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제작하는 합작법인을 만들기로 한 데 이어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배송용 전기트럭 사업 ‘브라이트드롭’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메리 바라 GM CEO는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 프로그램에 270억달러(약 29조7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모두 3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연간 전기차 판매량 100만대를 달성할 계획이다.

비대면·비접촉 헬스케어 이목 집중

이번 행사가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치러지다보니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과 솔루션들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비대면·비접촉 기술과 함께 헬스케어 솔루션들에도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LG전자가 선보인 자율주행 자외선(UV) 살균 로봇 ‘LG 클로이 살균봇’은 코로나19로 높아진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살균 기능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자외선 램프(UV-C)와 AI 공간 인지 기능을 탑재, 집이나 호텔 등 특정 공간의 위생을 위해 방역 작업을 할 수 있다. 올 상반기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일상용품이 된 마스크도 진화된 제품들이 등장했다. LG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지난해 개발한 전자식 마스크 ‘LG퓨리케어 웨어러블 공기청정기’도 공개했다. 이 제품은 현재 홍콩과 대만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선제적으로 판매가 시작됐고 국내에서는 식약처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영국 IT업체 비나톤은 마스크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장착한 ‘마스크폰’ 제품을 선보였고 게임용 키보드·마우스 제조기업 미국 레이저는 스마트 마스크 제조를 위한 ‘프로젝트 헤이즐’을 공개했다.

플라스틱 소재의 N95 마스크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또렷하게 내보낼 수 있는 마이크와 앰프를 장착했고 어두운 환경에서도 얼굴 표정을 더 쉽게 볼 수 있도록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조명 시스템도 탑재하는 개념이다.

국내 스타트업 브이터치는 ‘가상터치 패널’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카메라와 AI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의 위치와 동작을 정확히 파악해 직접 터치를 하지 않아도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코로나19로 접촉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비대면 기술 트렌드를 잘 반영해 호평을 받아 이번 행사에서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또 세계 1위 자동차 부품·솔루션업체인 독일 보쉬는 30분 만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가정용 검사 키트를, 미국 의료기깅 업체 호흡과 심장박동 수 등을 통해 코로나19 증상을 감지할 수 있는 기기를 선보이는 등 코로나19 맞춤형 검사 솔루션도 등장했다.

헬스케어 관련 다양한 제품 쏟아져

이와 함께 바이러스 감염 우려도 병원 방문을 꺼리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헬스케어 솔루션들도 선보였다.

네덜란드 필립스는 구강 스캐닝을 통해 적절한 치아 관리법을 제시하고 구강 관리 솔루션을 제시하는 신개념 칫솔을 선보였고 일본 의료기기기업 오므론헬스케어는 원격 환자 모니터링 솔루션인 ‘바이탈 사이트’를 공개했다.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에이치로보틱스는 원격 비대면 재활 솔루션 '리블레스'를 선보이며 혁신상의 주인공이 됐다. 리블레스 이용자는 원격으로 의료진이 안내하는 재활운동 로봇을 통해 비대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엠투에스는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시신경 검사기 ‘VROR’을 통해 설립 3년 만에 혁신상을 받았다. 검사기 내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눈의 상태를 측정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눈 건강 서비스와 연결해 준다.

아이메디신은 뇌의 전기적 활동을 감지해 간질, 치매 등 모든 종류의 신경 장애를 진단하는 뇌파 분석 헬멧 ‘아이싱크웨이브’를, 알고케어는 IoT 기술을 통해 개인 맞춤 영양제를 제조하는 솔루션을 각각 내놓았다.

이외에 에이티센스는 11일까지 연속 검사가 가능한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를 선보이며 다양한 헬스케어 솔루션들이 행사에 등장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원격의료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커지면서 전자·IT기술의 활용도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번 행사가 열리면서 비대면·비접촉 기술과 함께 원격 헬스케어 솔루션들에 대한 관심도 예년대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며 “5G·AI·IoT 등 다양한 IT 기술의 활용도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신성장동력으로써 관심도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시티도 주요 키워드로 주목

한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5G 등의 기술이 융합된 개념으로 2020년부터 주요 산업 키워드로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시티도 주요한 키워드로 주목받았다. 특히, 이전보다 현실화된 기술들이 소개되면서 일반인에게 더욱 가까운 근미래로 다가왔다.

주요 기술로는 위기를 인지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네트워크 센서, 스마트 키오스크, 데이터 대시보드, 연락 추적 등의 기술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코로나 이후 원격 근로에 대한 관심으로 빌딩. 비접촉식 음성 인식, 공기 정화기술, 사회적 거리두기, 원격 협력 등의 기술들이 새롭게 주목받았다.

CES 주관사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스마트시티 모범 도시로 중국의 상하이를 선정했다. 상하이는 IT·유통 공룡으로 떠오른 알리바바와 함께 ‘도심 두뇌' 솔루션을 선보였다. AI로 도시 조명과 대중교통을 제어하는 것은 물론 각종 범죄 예방과 감시도 진행한다. 한국과 일본도 스마트시티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3조6000억원의 예산으로 부산 엘코델타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은 토요타와 NTT가 2조7000억원의 자본 제휴를 맺고 AI와 자율주행차, 5G 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에 나서고 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