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월 물적분할 후 상장 스케쥴 시작
주관사 선정 위해 입찰제안서(RFP) 발송
NH투자증권, IB 빅4 중 유일 참여
최소 10조원 규모 자본조달 이뤄질 듯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지난해 12월 1일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절차를 본격화한다. 이에 따라 초대형 ‘빅딜’을 수행할 대표주관사 선정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9월 17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 분할을 의결한 후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주관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한 해 IPO(기업공개) 열기가 뜨거웠던 데다 성장성이 있는 2차전지 기업 상장인 만큼 투자은행(IB) 업계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주관사 입찰에 참여하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한 해 동안 대형 딜에 박차를 가하며 트랙레코드를 쌓아왔으나,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9년 4월 물적분할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관을 맡아 LG에너지솔루션을 주관하기에는 이해 상충 여지가 있어 입찰 제안서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IB로 분류되는 증권사가 이해 상충 등으로 입찰 제안서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NH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외에도 삼성증권도 입찰제안서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경쟁사의 딜을 수행하기엔 부담이 있고, LG에너지솔루션도 입찰제안서를 통해 이해상충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초대형 IB 대부분이 빠지게 됐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초대형 IB가 후보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입찰제안서를 받은 곳 중 전통적인 IB 강자는 NH투자증권만 남게 됐다. NH투자증권은 작년 한 해 대형 딜을 수행한 경험이 풍부하고, 정영채 사장이 ‘IB 대부’로서 입지가 단단한 만큼 메리트가 있어 유력한 후보군으로 점쳐진다.

◇ ‘10조원 규모 딜’ 존재감 高高 ... ‘주관 경쟁’ 뛰어드는 증권사

지난해 12월 1일 LG에너지솔루션이 정식으로 분사하면서 올해 하반기 께 딜이 진행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2차전지 설비 증강 필요성 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빠른 자본조달을 위해 딜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LG에너지솔루션 딜을 통해 최소 10조원 규모의 자본이 조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증시로 대규모 대기자금이 몰리면서 일반 청약 수요가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연이은 IPO에도 상장한 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측면에서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은 2차전지 관련 기업으로, 그린뉴딜 정책 등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밸류에이션(기업가치)가 100조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어 상장 후에도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2차전지 업황 특성상 수율 및 기술력이 중요해 생산 설비 투자가 시급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배터리 특허를 두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사용량 점유율이 1위사인 CATL의 턱밑까지 따라붙어 경쟁력은 확실하다는 평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CATL 24.2%, LG에너지솔루션 22.6%, 파나소닉 19.2%, 삼성SDI 5.8%, SK이노베이션 5.5%, BYD 5.4%로 ‘2강 체제’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2차전지 관련 주가가 들썩이면서 미래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어 수요예측이나 일반 청약에서도 흥행기록을 쓸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중량감이 큰 딜인만큼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대내외적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대형 투자은행들은 21일 이후 대표주관사 선정을 위해 상장 전략 미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ECM 부서에서 주관과 관련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지만 자기자본 규모 대형사들이 잇따라 주관에 참여하면서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 해 IPO 수수료 수익 규모가 증권사의 영업이익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초대형 딜에 주관사로 참여하면 인지도도 상승할 여지가 있다. 차후 해당 기업이 자본조달 등을 실행하게 되면 관련 딜을 수행했던 경험이 있을 때 더 유리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IPO 수수료 수익과 트랙레코드를 쌓는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주관을 통해 해당 기업의 재무적 상황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 차후 자본조달을 할 때에도 상대적으로 익숙한 기업을 선택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도 상장을 주관하면서 따라오는 부가효과가 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뿐 아니라 이후에도 자본조달 이슈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주관을 했던 기업이 이미 재무제표 등 회사 전반을 들여다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익숙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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