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아해운 구원투수 나선 장금상선, 채권단과 인수 계약 등 절차 밟게 돼
한국 케미컬탱커 산업 육성 측면 큰 의미 부여

[금융경제신문=전진홍 기자] 장금상선이 흥아해운에 인수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흥아해운과 채권단 측이 투자 유치 관련 조율을 마무리하면 매각 작업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흥아해운은 금융채권자협의회가 채권행사 유예기간 연장을 결의했다고 22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1월 21일 만료된 흥아해운의 워크아웃기간은 2월 4일까지 2주 연장된다. 장금상선이 흥아해운 잔존법인 인수 의향서를 제출함에 따라 21일 제5차 금융채권자 협의회를 개최하고 결의한 것이다. 관리기간은 주채권은행의 채권행사 유예기간 연장 필요 판단에 따라, 금융채권자협의회 앞 통보로 유예기간을 기 공시한 2021년 1월 21일에서 연장한 기간이다.

금융채권단협의회의 흥아해운에 대한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기간을 2주 연장해 흥아해운의 회생이 극적으로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

국보에 이어 STX컨소시엄은 유상증자 최종 납입일을 며칠 남기고 급작스레 본계약을 해지했고, 차순위 협상자인 KSS해운 마저 상장회사라는 점과 함께 이사회와 직원들의 반대 등에 부딪혀 인수를 거절함에 따라 흥아해운은 자칫 청산수순을 밟을 법정관리행이 목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장금상선이 구원투수로 나타나 흥아해운과의 깊은 인연(?)을 실감케 했다. 한국해운협회 회장사인 장금상선은 흥아해운의 컨테이너 정기선사업부문을 인수해 흥아라인을 설립한 상황이기에 흥아해운 잔존법인 회사 전반에 사정을 그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곳이었다. 불과 워크아웃 만기 하루를 남기고 인수희망자가 나서지 않아 애태우던 흥아해운으로선 장금상선이 인수 의사를 밝힘에 따라 회생의 불씨를 보게 된 것이다.

흥아해운측은 금융논리가 아닌 한국 케미컬 탱커 산업 가치와 육성의 중요성과 절실함을 강조하며 인수 가능 해운사에 일일이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특히 눈길을 모았다. 

채권단은 장금상선이 인수의향자로 나타남에 따라 워크아웃 기간을 2주 더 연장하고 인수 계약과 관련한 제반 절차를 협의케 됐다.

금번 장금상선의 흥아해운 잔존법인 인수 참여는 벼랑끝에 몰린 중견 해운사가 법정관리로 가서 청산될 위기를 맞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한국해운협회 회장사로서의 책임감과 아울러 해기사 출신 최고경영자로서 코로나19로 힘든 해상직원들의 일자리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금융논리가 아닌 산업적 가치를 중시하며 해수부와 해양진흥공사는 흥아해운 잔존법인의 회생 지원을 표명한 바 있다. 장금상선의 흥아해운 인수가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한국 케미칼 탱커산업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 유치 조율이 마무리되면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의 인수합병 절차는 순탄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흥아해운 채권단은 지난 2019년 12월 해양수산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컨테이너 사업을 분할해 지분 90%를 장금상선에 넘긴 바 있다. 장금상선은 흥아해운 컨테이너 사업부를 인수하며 선복량 기준 국내 3위, 세계 19위 컨테이너선사로 도약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지역에서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의 사업부문이 많이 겹친다"며 "컨테이너선 부문에서도 영업활동을 같이 하고 있어 합병할 경우 시너지를 더욱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금상선은 1989년 설립한 중국 합작 컨테이너사인 '장금유한공사'가 모태다. 한·중 수교 전 동남아해운과 중국 시노트란스가 협력해 한중 컨테이너 직항로 개설을 승인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중국 기반 비즈니스를 펼쳐왔던 장금상선은 현재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동 등 16개국 60여개 항구를 기항하고 국양해운, 부산항터미널 등 17개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앞서 흥아해운은 지난해 3월부터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아왔다. 흥아해운은 2018년 376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2019년 469억원으로 적자 폭이 늘었다. 컨테이너사업을 해운업계 4위 장금선사에 넘기고 영업 외 자산 매각·주식 감자·대주주 유상증자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해 왔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으로 물동량이 타격을 입은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벌크선 운임마저 약세를 보이며 결국 지난해 3월 워크아웃으로 이어졌다. 

STX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흥아해운 인수를 위한 1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인수 마무리를 위한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인 21일을 3일 앞둔 18일 돌연 계약을 해제했다. STX컨소시엄은 "인수절차 진행중 흥아해운은 신주인수계약서상 진술 및 보장, 확약 기타 의무를 중대한 측면에서 위반했다"며 "흥아해운 귀책에 따른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해 계약을 해제했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레 매각이 무산되면서 흥아해운의 워크아웃 기간은 이달 21일까지 연장됐다. 다시 한번 매각 기회를 얻은 흥아해운은 채권단과의 의견 조율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매각 가격은 1000억원 아래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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