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6월까지 은행지주·은행 배당성향 20% 이내로 제한
주가 약세에 주주 불만 커져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시내 모처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조찬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前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시내 모처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조찬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前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금융위원회)

[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지주회사와 은행들에게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을 낮출 것을 권고하면서 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 은행·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 의결 ...  6월까지 배당성향 20% 이내로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정례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했다. 금융위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배당 자제를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권고안은 은행지주와 지주회사가 없는 은행들에 배당성향을 오는 6월 말까지 20% 이내로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총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배당성향이 클수록 번 돈을 주주들에게 많이 돌려줬다는 의미다. 배당성향이 낮아지면 기업의 실적이 좋더라도 배당금이 줄게 된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이 25~27%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한시적으로 5∼7%포인트 이상 낮춰 배당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과 배당 축소방안을 협의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의 실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아직 코로나19 위기가 종식되지 않은 만큼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고 충분한 손실 흡수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금융위의 권고는 금융감독원이 진행한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토대로 이뤄졌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신한·KB·하나·우리·NH농협·BNK·DGB·JB금융지주 등 은행지주 8곳과 SC제일·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다. 

스트레스테스트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 큰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2021년 마이너스 성장 확대 이후 2022년 회복하는 'U자형 시나리오'와 2022년에도 제로 성장을 기록하는 'L자형 시나리오'로 나눠 측정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L자형 시나리오' 하에는 배당제한 규제비율에 상당수 은행이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백신 개발 등으로 코로나19가 곧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지만 만약 부정적인 변수가 나타나 실물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경우 은행들의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 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면서 "권고 종료 이후에는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종전대로 자율적인 배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가뜩이나 은행주 힘 못쓰는데... 주주 한숨 커져

한편,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배당제한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당장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를 염려하고 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배당성향을 보면 우리금융이 27%로 제일 높았고 KB금융과 하나금융이 각각 26%, 신한금융은 25%으로 이들 금융지주들의 배당 총액은 2조8664억원이었다.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올해 한시적으로 5~7%포인트 배당성향을 낮추면 약 6000~7000억원 배당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이 알려지자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날 신한지주(-0.46%), KB금융(-3.07%), 하나금융지주(-1.99%), 우리금융지주(-2.47%), 기업은행(-1.94%) 등 은행지주·은행주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은행주에 투자매력을 못 느끼면서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아울러 이번 배당제한 권고가 이익공유제,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의 조치와 맞물리면서 은행을 향한 강한 규제리스크로 여겨져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여지도 있다.

실제 최근 은행주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5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더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중 3개 기업(하나금융·KB금융·신한금융지주)이 금융주였다. 그러나 국내 금융사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세는 1월 중순부터 약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한 연말배당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의 여파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의 3200선 돌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은행주에 대해 순매도세로 전환하는 양상을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지난 19일부터 KB금융을 52억원 순매도했고, 우리금융지주는 77억원을, 하나금융지주는 71억원을 팔아치웠다. 신한지주는 유일하게 순매수세를 기록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주요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적정수준의 배당을 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이익공유제의 참여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도 커졌다. 이날 금융지주들의 주식 종목토론방에는 정부와 금융당국을 비판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상장 금융회사들에 대한 관치금융을 중단해야 한다'는 청원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해당 청원인은 "현재 코스피 지수가 3160 포인트인 반면, 우리나라의 금융사들의 주가는 작년 주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배당제한 요구하는 등의 관치금융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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