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이사장·정의선 회장 등 참석…현정은 회장은 참석 안 해
이태원 자택·서초동 사옥 거쳐 장지로

31일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로비 모니터에 (故) 정 KCC 명예회장 빈소가 안내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31일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로비 모니터에 (故) 정 KCC 명예회장 빈소가 안내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동생이자 한국 재계에서 창업주로는 드물게 62년간 경영 현장을 지킨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영결식과 발인이 3일 오전 8시께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부인 조은주 여사와 직계 가족, 조카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발인에 참석했다. 

영결식은 이날 오전 7시 50분부터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1층에서 부인인 조은주 여사와 세 아들인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가족·친인척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고인의 조카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국 엠티인더스트리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현대가(家) 장손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도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은 추모 영상 상영, 김희옥 전 동국대 총장(전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추도사 순으로 진행됐다. 김 전 총장은 추도사에서 “고인은 산업보국(産業報國)과 기술입국(技術立國)의 높은 뜻을 대한민국 사회에 깊이 심어두고 현장을 벗어났다”며 “경영철학과 높은 뜻을 승계한 아드님과 직원들이 높은 발전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장내 인원이 제한되면서 영결식이 진행된 약 30분 동안 친인척, 범현대그룹 전·현직 임직원 등 100여 명은 복도와 건물 밖 등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영결식 후 운구차는 이날 오전 8시 30분 빈소를 떠났다. 운구차가 떠나기 직전 범현대그룹 임직원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운구 행렬은 생전 정 명예회장이 거주하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과 정 명예회장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서울 서초구 KCC건설 본사, KCC 본사를 거쳐 장지인 경기 용인시 선산으로 향했다.
 
정 명예회장의 장례 기간중 조카며느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눈에 띄지 않았고 이날 발인에도 현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KCC의 한 관계자는 "2일 밤까지 문상한 사람들이 적은 방명록에 중 현 회장은 없었다"고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집안 일 참석은 사후에라도 비서진 등에 알려주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명예회장과 현 회장은 2003년 8월 정몽헌 회장이 대북 송금 특검 도중 사망하자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이른바 ‘시숙부(시아버지의 남동생)의 난’으로 불리는 갈등을 겪은 바 있다. 현 회장은 남편 사망 뒤 회장 취임을 추진했는데, 정 명예회장이 이에 반대한 게 사건의 핵심이다. 정 명예회장은 외부 자금을 모집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였다. 그리고 그해 11월 현대그룹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현 회장 측도 유상증자를 통해 정 명예회장 측의 지분 확대를 막으려 했다.

2003년 말 경영권 다툼의 강도는 세졌다. 정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정씨 일가의 것이며 현대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현정은 회장의 모친인) 김문희씨가 행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히면서다. 김문희 여사는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였다. 이후 양측간의 각종 법적 다툼이 겹쳤고, 결국 2004년 3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 회장 측이 이겼다.
 
현 회장과 시댁과의 경영권 갈등은 그 후에도 있었다. 2006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측인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현 HMM, 당시 현대그룹 소속)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두고서다. 이때 현 회장 측은 “해운경기 불황으로 선제적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도 못하게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건설을 두고 벌어진 분쟁도 있었다. 현대그룹은 2000년 부도 이후 채권단 관리를 받던 현대건설을 2010년에 되사려 했는데, 이땐 현대차그룹의 정몽구(MK) 명예회장 측과 부딪쳤다. 당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지만, 이후 현대차가 절차상 문제 등을 제기하며 소송을 냈다. 법원의 판단을 거쳐 현재 현대건설은 현대차 계열사가 돼 있다.

한편 KCC그룹은 그룹 지주회사격인 KCC는 장남 정몽진(61) 회장이, KCC글라스는 둘째 정몽익(59) 회장, KCC건설은 셋째 정몽열(57) 회장이 각각 경영하고 있다. KCC에 대한 정몽진 회장의 지분율은 18.6%로, 몽익ㆍ몽열 회장의 지분 합계(13.8%)보다 많다. 정상영 명예회장이 남긴 KCC 지분은 약 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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