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가 지난해 9월에 이어 조건부 재연장 됨에 따라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해지는 모습이다. 재개 시점인 5월 3일은 4월 재보궐 선거 이후로,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결정이었다. 공매도 한시 재연장이 정치권의 논리에 매몰됐다는 인상을 가졌지만 실제로 이뤄져야 할 ‘제도 개선’은 요원하다.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45일 연장하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내 주식시장 상황과 다른 국가의 공매도 재개 상황, 국내 증시의 국제적 위상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00만명의 개인투자자들은 “정치용 결정”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매도 완전 폐지 청원이 어림잡아 20만명의 호응을 얻었고, 개인투자자 연합 단체는 장외 투쟁에 나섰다. 성취해야 할 목표가 달랐던 두 축의 갈등만 격화됐다.

갈등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며 부산물을 낳는다. 선행된 1년 간의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로 우리 증시는 과열 논란에 늘 시달려야 했다. 이 같은 과열 논란의 여파로 주가 하락에 배팅하는 ‘인버스’ 개미들이 우후죽순 늘었다. 하지만 수익률은 지난 한 해 -60%에 달했다. 이뿐 아니라 ‘포모증후군’도 양산했다. 모두가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을 뜻하는 이 신조어는, ‘벼락거지’, ‘영끌’, ‘빚투’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많은 금융 유관단체 기관장과 수장들은 무리한 레버리지(지랫대)를 일으켜 투자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45일 연장을 통해 공매도 재개 시점이 한 차례 더 밀려나면서 ‘폭탄 돌리기’의 기간만 연장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관투자자들 또한 개인 수급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을 체감하고 있지만, 공매도는 ‘호가 방식의 한 갈래’일뿐이라고 항변한다. 공매도 연장 조치를 통해 드러난 것은 ‘컨센서스의 부재’였다. 일치되지 않은 의견이 난립하고, 적절한 제도 개선은 없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 쪽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끝나지 않는 경쟁을 말하는 ‘치킨게임’은 우리 앞에 있다. 공매도를 둘러싼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싸움이다. 합리적 합의로서 도출되지 않고 정치 논리에 매몰된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 결정은 재개 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치킨게임은 그만하고, 당사자 간의 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같은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쳐야 국내 증시도 더 ‘선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논리가 아닌, 당사자의 이야기를 고려해야 공매도를 둘러싼 갈등도 진화(鎭火)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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