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면 500대 기업 1년 기부금보다 많아

 

[금융경제신문 =권경희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사진)이 8일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 재산은 자신이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 등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주식은 전거래일 종가 기준으로 5조7000억원어치다.

그는 이날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짐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에 있다”며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로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기부 절차나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의장은 카카오지분 13.7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카카오 지분 11.26%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김의장 보유지분은 25%로 카카오와 계열사 100여곳을 지배한다.

김의장이 직접소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만해도 전날 종가 기준으로 5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 이은 주식 부자 3위다. 여기에 케이큐브홀딩스의 994만주를 합치면 총 재산은 10조2102억원에 달한다. 기부하겠다는 재산 절반이 최소 5조원 이상인 셈이다.

이는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1년 치 사회공헌 지출액보다 많다.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9년 매출 5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총 지출액은 2조9927억7110만원이었다. 특히 해마다 기부금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연간 기부금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19년 기부금은 3577억원이었다.

이날 김 의장이 재산 절반에 대한 기부 의사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기나 방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 의장은 "구체적인 플랜은 크루 여러분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드리며 아이디어도 얻고 기회도 열어 드리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의장은 두 자녀가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평가받는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중심에 섰다. 최근 증여와 맞물려 승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김 의장은 두 자녀에게 각각 6만주 264억원씩을 증여했다.

당시 카카오 측은 승계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의장 개인 회사로, 카카오의 자회사나 종속회사는 아니다"라며 "승계와도 무관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기부로 김 의장은 승계와 관련한 의혹에서도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지난해 3월에도 20억원 상당의 카카오 주식 1만1000주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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