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보고서에 주가 63% 급락
'드론택시' 내세워 1년 새 1000% 폭등
국내 투자자 6000억원 보유 '어쩌나'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서울시 주최로 열린 '도시, 하늘을 열다' 행사에서 중국 드론전문업체 이항이 개발한 2인승 드론택시를 시범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전진홍 기자] 도심항공운송수단(Urban Air Mobility·UAM) 기술 기업으로 최근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은 중국 기업 이항홀딩스(Ehang)가 기술조작·가짜계약으로 주가를 뻥튀기했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16일(현지시간) 나와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항의 '드론택시' 기체를 수억원에 구입하는 등 이항의 드론택시 도입 계획을 구체화한 상황이어서 이항의 기술사기 논란에 유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광저우에 본사를 둔 도심항공운송수단 기술 기업으로 알려진 이항홀딩스는 드론 제조업체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엔 자율주행 에어택시 개발로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한 행사에서 이 드론 택시가 한강공원 위를 시범 비행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K-드론관제시스템 활용 드론배송·택시 종합실증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이항이 개발한 2인승 유인 드론택시 'EH216'도 배치됐다. 이 기체는 쌀포대를 싣고 약 7분여 동안 하늘을 날았다.

당시 행사를 위해 서울시는 이항의 드론택시를 4억원에 구입했다. 서울시는 실증행사를 열기 약 보름 전인 지난해 10월 26일 홈페이지 설명자료에서 "이번 행사를 위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전체 예산은 총 17억원"이라며 "이 중 기체 구매비용은 4억원 이하"라고 밝혔다.

이항이 개발한 미래형 기술에 글로벌 투자가 몰리면서 지난해 2월 주당 11달러 선에 불과했던 주가는 지난 15일 기준 124달러까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1년 새 주가 상승률이 1028%에 달한다.

그런데 17일 글로벌 투자정보 업체 울프팩리서치는 '추락할 운명인 이항의 주가폭등'이라는 제목의 33쪽짜리 공매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지난달 중순 중국의 이항 본사, 공장, 이항과 계약을 맺은 업체 등을 직접 탐방한 뒤 작성됐다. 특히, 이항의 무인항공기 구매 계약에 약 5000억원을 들인 쿤샹(Kunxiang)은 계약 9일 전에 설립된 곳이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울프팩리서치는 쿤샹과 이항의 계약에 대해 "이항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고객(쿤샹)과의 가짜 판매 계약을 기반으로 한 정교한 조작"이라고 밝혔다. 이항의 주요 계약은 가짜라는 결론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쿤샹의 주소지 3곳 중 2곳은 가짜다. 한 곳은 쿤샹과 전혀 관련이 없는 한 호텔의 주소고, 다른 한 곳은 11층 건물의 13층을 가리키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이다. 또 중국 광저우(廣州)에 있는 이항의 본사에도 드론택시를 생산하기 위한 기초적인 설비가 부족하다는 게 울프팩리서치의 판단이다.

이항의 주가는 올해에만 6배 이상 올랐다. 이날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120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이항 주가는 보고서 발행 직후 62.69% 폭락해 46.30달러로 마감했다. 제2의 루이싱커피, 니콜라 사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항 주식 약 6000억원을 보유 중인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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