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협금융 당기순이익 1조7359억원 시현 ... 우리금융 제치고 4대 금융그룹 등극
우리금융,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박차

[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비은행 부문 실적 호조로 NH농협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를 제치고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금융그룹 빅4에 오르면서 안정적인 4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다른 금융그룹들은 부담하지 않는 농업지원사업비를 제외하면 지난해 순이익이 2조원을 넘어서면서 내친김에 3대 금융그룹으로의 도약도 노린다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은행 수익 비중이 높아 체면을 구긴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로 빅4 재진입의 해법을 찾을 전망이다.

◆지난해 농협금융 당기순이익 1조7359억원 시현 ... 우리금융 제치고 4대 금융지주 등극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73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5%(437억원) 줄어든 수치지만 경쟁사인 우리금융(1조3073억원)보다는 4286억원 높은 실적을 기록했고 농협금융이 2012년 농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된 지 10년만에 KB금융(3조4552억원), 신한금융(3조4146억원), 하나금융(2조6372억원)에 이어 금융지주 4위를 차지했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순이익은 2조353억원으로 우리금융과의 격차가 더욱 커진다. 농협금융은 타 금융그룹과 달리 농협법에 의해 농업을 지원하는 분담금을 농협중앙회에 매년 납부해야 한다.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 1조7359억원은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내는 농업지원사업비 4281억원을 제외한 수치다.

구체적으로는 핵심 자회사인 NH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370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6%(1464억원) 감소했다. 저금리 기조 하에서도 이자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4%(2267억원) 증가했으나 미래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대손충당금 선제적 추가 적립 등으로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2057억원 증가한 영향이다. 

비은행 계열사 중 NH투자증권이 57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전년보다 1015억원(21.34%)늘었고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이 각각 612억원, 463억원을 내면서 전년보다 52%, 580% 개선된 실적을 냈다.

결국 농협금융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출 증가와 점포 축소 등으로 은행부문에서 주춤한 실적을 비은행부문의 약진으로 만회한 것인데 역으로 지주사 전환 이후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지 못한 우리금융은 역전을 허용하는 빌미가 됐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지난해 증시 활황의 수혜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14년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매각한 우리투자증권이 NH투자증권의 전신인 만큼 이번 NH투자증권의 호실적이 더욱 뼈아플 수 밖에 없다.

증권사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은행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다. 우리금융의 주요 비은행 계열사인 우리카드(1202억원)와 우리종합금융(629억원)이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에 차지하는 비율은 10%대에 불과하다.

◆은행 비중 큰 우리금융, 해법은 비은행 부문 강화

이에 우리금융은 기존 자회사들의 사업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달 신년사를 통해 "은행권의 머니무브가 가속화된 가운데, 증권·보험 계열의 포트폴리오가 아직 없는 우리금융은 특히 수익성 부문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단기간 내에 규모있는 인수합병(M&A)은 쉽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룹 내에 아직 비어있는 비은행 부문에 대해서는 다방면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선, 핵심 비은행 계열사인 우리카드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수장을 교체했다. 우리카드의 경우 정원재 전 대표 하에서 비교적 나쁘지 않은 성장을 이뤘지만 보다 다양한 보직을 경험한 김정기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관리부문 부사장이 신임 대표를 맡았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에 입행해 30여 년간 영업과 전략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고 지주에서 자산관리총괄, 글로벌총괄 등 5개 부서가 속해 있는 사업관리부문이라는 거대한 핵심 조직을 이끈 경험이 있는 만큼 계열사 여러 부문들의 시너지를 모색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일하게 남은 종합금융사인 우리종합금융이 실적에 선방한 것도 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종금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18.0% 증가한 629억원을 기록하면서 2014년 흑자전환 이후 6년 연속 최대실적을 냈다.

우리금융이 증권사 매물을 구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우리종금을 증권사를 전환하는 방안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다만 마지막 남은 종합금융사를 증권사로 전환하면 종합금융업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만큼 우리금융은 결정에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을 신규 편입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우리금융캐피탈(옛 아주캐피탈)을 자회사로 우리금융저축은행(옛 아주저축은행)을 손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2년 내에 자회사로 편입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금융지주는 우리금융캐피탈이 보유한 우리금융저축은행 지분 100%를 인수해 곧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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