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인앱결제 규제 법안 처리 앞두고
복수 과방위 의원실에 인하 계획 밝혀
"'수수료 반값' 애플·원스토어보다 크게 내릴거라는 의견"

 

[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구글이 국내 신규 앱에 대해 ‘인앱결제(In-App payment)’ 정책 적용을 9월 말로 연기한 데 이어 수수료 인하도 추진한다. 업계 반발과 정치권의 입법 압박에 구글이 백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19일 국회 과방위 의원실에 인앱결제에 따른 앱 유통·결제 수수료 인하 계획을 전달했다. 이날 이른바 '구글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과방위 법안소위가 개최되는 것에 맞춰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과방위 한 관계자는 "구글이 애플과 원스토어보다 수수료 인하 수준을 좀더 크게 할거라는 의견을 전했다"며 "수수료 인하 대상과 범위는 결정된 게 없고 본사와 논의중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애플은 올해부터 매출액 11억원 이하 앱 개발사엔 앱스토어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지난해 11월 밝힌 바 있다. 이보다 한 달 앞서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도 올해 연말까지 월 거래액 500만원 이하 사업자에 대해 50% 수수료를 감면하기로 했다. 구글은 구글플레이가 도입된 190개국과 논의를 거쳐 이르면 3월, 늦어도 상반기 중으로는 구체적 인하안을 발표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시행한 실태조사에서는 구글이 수수료를 30%로 인상하면 최대 1568억원 규모의 추가 수입을 얻을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바일 앱 매출액은 총 7조5215억원이며 이중 구글 앱마켓을 통한 매출액은 5조47억원(66.5%), 애플은 1조6180억원(21.5%), 원스토어 8826억원(11.7%)인 것으로 추산됐다.

앱마켓에서 지불하는 수수료 총합은 1조6358억원으로, 이중 구글 앱마켓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1조529억원(64.3%), 애플 4430억원(27%), 원스토어 1391억원(8%)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기업 중 35%는 구글의 정책 변경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며, 이중 29.9%는 대응 방안으로 소비자 요금을 올리겠다고 밝혀 콘텐츠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반발도 커지자 구글은 정책 시행을 연기한 데 이어 국내 앱 생태계를 위해 1년간 1150억원 규모의 자금 투입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7건을 국회에 법안으로 상정해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홍정민·한준호 의원과 국민의힘 박성중·조명희·허은아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당초 여야는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인앱결제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국감 마지막 날 야당이 "졸속 처리는 안 된다"며 입장을 바꾸며 무산, 구글이 인앱결제 적용 시기를 일부 늦추면서 처리가 유야무야됐다.

다만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로 하여금 원스토어 같은 국내 앱 마켓에 의무적으로 앱을 유통하도록 하는 ‘동등접근권’ 등 세부적인 법안 내용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구글이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해도 결제 시스템에 대한 선택권 자체를 박탈하는 구글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동등접근권 입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구글방지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중복규제 우려가 있어 전기통신사업법이 아닌 기존 공정거래법을 통해 관련 문제를 규율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공정위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한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 신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 기업에 대해 자사 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하면서 결제대금의 30%를 수수료로 징수하는 것이 현행법 위반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반면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AMCHAM)는 인앱결제 정책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미한국대사관은 지난 해 11월 정부와 국회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하고 있어 통상 불이익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 소관 문제, 통상 문제 등 여러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에 법안소위에서는 각 의원안에 담긴 금지행위를 처음부터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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