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절반 이상 '앞으로 경기 더 안 좋아질 것' ... 자산 비중 재조정은 '신중'
지난해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적극적으로 조정  ... 예상보다 높은 수익률 거둬
부동산 투자 매입·매각 모두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 응답 절반 넘어 
총 자산은 부자 3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대중부유층 10억원미만에 가장 많이 분포

[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올해는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소비 급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 정책 대응, 반도체 경기 회복, 백신 접종 개시 등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보다 경기 회복세가 양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들은 향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액자산가일수록 향후 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전망했다.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8일 국내 부자와 대중부유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 그룹과 1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보유한 대중부유층 그룹으로 나눠 자산관리를 비교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 부자들 "앞으로 경기 더 안 좋아질 것" ... 자산 비중 재조정은 '신중'

우선, 부자와 대중부유층이 체감하고 있는 경기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인 편이었다. 실물 경기의 경우 응답자의 61%가, 부동산 경기의 경우 52%가 '앞으로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부정적 경기전망을 바탕으로 부자와 대중부유층의 절반 이상은 올해 '현재의 자산 구성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적극적인 '자산 비중 재조정(리밸런싱)'보다 '관망하겠다'는 태도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구성을 변경할 계획인 경우, 부동산보다는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특히, 부동산자산이 50억원 이상인 고액자산가의 29%는 부동산 비중을 줄이겠다고 응답하면서 이들은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부동산자산에서 금융자산으로 자산 비중을 높여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개년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부자들의 경우 올해 '현재 자산 구성을 유지하겠다'는 응답률(51%)이 가장 높았고, '부동산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는 가장 낮았다. 

◆지난해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적극적으로 조정  ... 예상보다 높은 수익률 거둬

지난해 부자들은 자산 비중 재조정은 신중했으나 금융자산 내에서 포트폴리오는 상당히 큰 폭으로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및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 비중이 증가한 동시에 주식 투자 확대 및 주가 상승에 따라 주식 비중도 늘었다. 또한 사모펀드 상품의 신뢰도 저하로 펀드·신탁 비중이 감소하고 장기 상품인 보험·연금 비중이 늘었다. 

주식투자의 경우, 부자와 대중부유층 모두 적극적이었는데 이들 절반은 '코로나19 이후 주식 비중을 늘렸다'고 응답했으며 올해 주식 시장도 완만한 상승을 예상하는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금융자산 비중 재조정으로 지난해 부자와 대중부유층은 당초 기대했던 목표보다도 높은 수익률은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 수익률 10% 이상의 고수익을 거둔 부자와 대중부유층은 주식 직접투자(49%)와 주식형펀드(13%) 덕분이었다고 응답했다. 

◆부동산 투자 매입·매각 모두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 응답 절반 넘어 

지난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포트폴리오 중에서 거주목적주택 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비중을 넘어섰다. 거주목적주택 비중은 41%를 차지했고, 상업용부동산과 투자목적주택 비중이 각각 34%, 11% 순이었다. 

향후 부동산 거래에 있어 부자들은 정부의 정책 변화에 관계없이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매입의 경우 '매입할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43%에서 56%로, 매각의 경우에도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51%에서 56%로 늘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향후 정책 변화 등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응답은 매입은 42%에서 26%로, 매각은 30%에서 21%로 줄었다. 

이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 억제 정책의 의지가 재차 확인됐고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가중되면서 부자들의 입장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종합부동산세 부담 증가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부자와 대중부유층은 '뚜렷한 대응 방안이 없다(38%)', '증여(31%)', '매각(26%)' 순으로 응답했으며, 보유 부동산 자산이 높아질수록 매각보다 증여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총 자산 부자 3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대중부유층 10억원 미만에 가장 많이 분포

부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총 자산은 '3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 31%,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이 29%가 분포하고 있으며 총 자산 중 53%는 부동산 자산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반해 대중부유층은 총자산 '10억원 미만' 구간에 절반 가량 분포하고 있으며 자산 포트폴리오 중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6%였다. 

가구 연소득의 경우 부자들의 경우 '2억원 이상'이 46%로 가장 많았고 2억원 이상 소득 구간에서 사업소득 34%, 근로소득 33% 재산소득 21% 순으로 구성돼 있었다. 반면 대중부유층의 경우 가구 총 소득은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에 39%,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 구간에 33%가 분포되어 있었고, 전 소득 구간에서 근로소득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편, 부자와 대중부유층은 노후 준비에 있어 은퇴 후 예상 필요 생활비(부자 월 804만원, 대중부유층 월 420만원)의 약 39%, 44%를 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며, 부자들의 경우 예적금 및 보험, 부동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