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P플랜 "순탄치 않다" 밝혀
"쌍용차 노사, 여전히 안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나중엔 돈 들어와도 (전기차)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차의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을 두고 "시간이 지날수록 쌍용차의 전기차 경쟁력은 뒤처진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쌍용차 노사가 안이한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신규 투자자와 확실한 회생계획안이 없으면 (산은은)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회장은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일부에서는 산은이 돈을 먼저 넣으라고 하는데 투자자가 없는데 먼저 자금지원을 할 수는 없다"며 "잠재적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한 후 자금조달 증빙을 제시하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외부 전문가를 통해 객관적으로 타당성을 검증해 결과에 따라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쌍용차는 P플랜을 추진 중이다. P플랜은 채무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워크아웃을 혼합한 구조조정 방식이다. 

P플랜에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감자를 통해 지분율을 낮추고 HAAH오토모티브가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51%)가 되는 방안이 담겼다. 최근 인도중앙은행은 마힌드라의 쌍용차 보유 지분을 75%에서 25%로 줄이는 지분 감자를 승인했고 쌍용차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식문서를 최근 받았다.

다만, 잠재적 투자자인 HAAH가 자신들이 쌍용차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산업은행이 같은 규모의 금액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P플랜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HAAH의 투자 결정뿐만 아니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이 회장은 "잠재적 투자자는 쌍용차의 경영환경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되고 심각하다고 판단해 쌍용차 투자 여부에 대해 최종적으로 입장 결정을 못하고 있다"며 "산은과 쌍용차가 잠재적 투자자의 조속한 의사결정을 독려하고 있지만 비관도 낙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협상으로) 무엇인가를 끌어내고 그것으로 산은과 정부에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며 "최근에는 나름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쌍용차 노사는 여전히 제가 생각하기에 안이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흑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체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내용을 약속하는) 각서가 없으면 산은은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쌍용차 지원과 관련해 전제조건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 당시 이 회장이 제시한 조건들은 ▲사업성 및 존속가능성 입증 ▲노사 단체협약 유효기간 1년에서 3년 단위로 변경 ▲ 흑자전환 시까지 일체의 쟁의행위 금지 등이었다.

이날도 이 회장은 쌍용차 구조조정을 폭풍우 속 침몰 직전의 선박에 비유했다. 이 회장은 "식량까지도 다 버려야 하는 것이 난파 직전의 배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라며 "기본 철칙은 선원과 선장 입장에서 버릴 것은 다 버리고, 팔 수 있는 것은 팔고,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고 쌍용차 노사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쌍용차와 노동조합, 대주주인 마힌드라, 협력업체, 외국계를 포함한 채권단 등을 이해 관계자로 거론하며 "모든 이해관계자의 전례 없는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