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노자는 리더가 자신을 낮추고 드러내지 않을 때 모두가 싸우지 않고 조화롭게 공존한다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먼저 솔선해서 자신의 특권의식과 탐욕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겸손의 리더십은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닌 모두의 승리가 되고, 더불어 나누는 상생의 미덕으로 이어진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없는 복지를 실천하는 스타벅스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으로 인류의 진보라는 대의를 향해 나아가는 스페이스엑스처럼 치열한 경쟁이 당연한 시대 속에서도 ‘너보다 나은 내’가 아닌 모두에게 이로운 존재임을 증명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혼자만이 아닌 모두의 위기가 된 지금 더욱 더 절실한 태도다.

노자의 도는 말장난 같다. ‘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항구적인 도가 아니道可道非常道(도가도비상도)’라든가 ‘있음이 이롭게 되는 것은 없음이 쓸모가 있기 때문有之以爲利(고유지이위리) 無之以爲用(무지이위용)’이라는 말이 그렇다. 노자에 따르면 최고, 최상, 최후의 혁신이란 가장 작은 것, 가장 소박한 것, 가장 심플한 데 있다.

그 가르침대로라면 혁신의 종착지는 무無여야 한다. 산업이 고도화된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적 수준이 가장 복잡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함에서 혁신을 찾아야 한다는 말은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혁신이란 상식을 뒤집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것을 생각하면 노자의 가르침에서 혁신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를 빠르게 간파한 것이 구글이다. 구글은 닷컴 태동기부터 독자적인 노선을 걸으며 버블 이후 지금까지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가장 많은 정보를 펼쳐놓은 야후와 대조적으로 구글은 작은 검색창 하나만 띄웠다. 하지만 텅 비어 있는 듯한 그곳은 무한한 정보를 품고 있었다.

또한 애플도 비움으로써 혁신을 채웠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제품에 미니멀리즘을 구현했는데, 디자인뿐만 아니라 복잡한 기능도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수많은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도 누구든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된 플랫폼을 만들어 혁신을 창출해내고 있다.

혁신은 기존의 것을 끊임없이 비워냄으로써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노자의 ‘도가도비상도’처럼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미 혁신이 아닌 것이다. 그 의미를 실천한 이들이 실리콘밸리에 있다. 노자가 말한 혁신이라는 ‘계곡의 신은 죽지 않았다(谷神不死ㆍ곡신불사)’. 혁신의 기운이 쉼 없이 샘솟고 있는 계곡, 그곳이 바로 실리콘밸리다.

누군가는 노자의 철학을 이상적인 말뿐이라며 비판할 수도 있지만 2500년간 현실에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는 일상의 지혜다. 리더가 자신의 선악(인, 의, 효, 충)으로 조직원을 구분하고, 평가하고, 그들의 의견과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독단적인 리더십을 펼치면 이에 기생하는 충신들만 늘어간다. 그동안 회사나 각종 권력기관에서 목격한 크고 작은 부패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누구도 제대로 품지 못하는 리더는 널리 존중받을 수 없다. 지금처럼 혼란이 가득한 때, 우리 집에도, 우리 회사에도, 우리 동네에도 모든 것을 두루 조화롭게 담는 리더의 그릇이 간절해진다. 

박영규 지음/더난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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