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사피엔스의 멸종,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저자 토비 월시는 AI 전문가이다. 호주 언론에서 디지털 혁명을 이끄는 ‘록스타’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교수이고, 여러 국제기구에 자율 살상 무기 금지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책 제목이 낯설다. <2062> 부제는 더욱 묵직하다. '호모사피엔스의 멸종',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왜 하필 2062년일까.

책에서 설명이 나오지만 2062년은 인공지능이 인간 능력의 50%에 이를 시기라고 다수의 AI 전문가가 예측한다. 이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다. 비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빠른 시기를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인간 수준의 완벽한 AI는 2220년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기술의 큰 변곡점(싱귤래리티)이 도래할 예정이다.

이렇게 거대한 변화를 앞둔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맹목적인 긍정론과 또는 부정론에 함몰되어 있기 보다는 현 상태를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선택’을 해야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호모 디지털리스는 무엇인가. 약 5만 년 전에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가 세력을 넓히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그들이 정확히 왜 사라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사라지면 호모 디지털리스가 등장할 것을 예견한다. 

그 동안 인류의 발전을 이끈 것이 글쓰기였다면, 앞으로는 코-러닝(co-learning)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저자는 전망한다. 코-러닝을 일종의 집단 학습인데, 집단의 모든 개인이 지식을 공유하면서 모든 개인이 똑똑해진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코-러닝을 통해서 자율 주행을 개선해가고 있다. 예를 들어서 차량 한 대가 돌진하는 쇼핑 카트를 무사히 피하면, 지구상의 다른 테슬라 차량들도 이 요령을 터득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디지털 코드를 공유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정보를 습득한다. 이전에 학교 교육이나 책, 인터넷을 통해서 아날로그적으로 습득하던 것과 차원이 다르다. 이것이 바로 호모디지털리스가 호모사피엔스를 앞지를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만약 우리의 두뇌에 칩을 이식해서, 그 안에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담는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아무 때나 이 칩에 접속해서 필요한 것을 다운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정보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된다. 

아직까지는 상상에 불과하지만 많은 사람들, 뉴스 미디어, 과학자, 리더 들이 인공지능 시대를 예견한다. 그리고 이를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나누어진다. 

긍정적인 견해는 이렇다. 컴퓨터가 갖고 있는 능력은 대단하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능가한다. 컴퓨터의 처리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고, 24시간 내내 작동한다. 감정이 없고, 기억을 까먹는 일이 없기 때문에 영원히 정보를 기억하고 저장한다. 

이미 40년 전인 1979년에 주사위 놀이인 백개먼 세계 챔피언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완패를 당했고, 97년에는 세계 체스 챔피언이 IBM의 컴퓨터 딥 블루에게 패했다. 2016년 3월에는 딥마인드 사의 알파고 프로그램이 바둑의 초고수인 이세돌을 이겼다. 그 다음해에는 중국의바둑 천재 커제도 박살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컴퓨터가 전지전능하지 않다. 인간의 뇌는 지금까지 개발된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복잡하다. 어쩌면 ‘복잡함’이 인간을 기계와 차별화하는 가장 큰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창조력, 감정, 정서 지능, 공감 능력들은 컴퓨터가 아직까진 따라오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체스, 바둑 프로그램도 각각의 프로그램일 뿐이다. 만약 게임을 바꾸면, 프로그램을 새로 짜야 되고,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은 엄청나다. 딥마인드에서 알파고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무려 50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따라서 알파고의 개가가 AI 기술에서 상징적인 사건이지만 이로 인해 기술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달한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러한 배경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언론은 마치 AI 시대가 바로 도래한 것처럼 흥분하거나 두려워한다. 

호모 디지털리스는 컴퓨터의 뛰어난 능력을 손에 쥐고, 자신의 한계와 활동영역을 넘어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사고 영역 중 많은 부분을 컴퓨터에게 넘기고, 인간은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데 더 집중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시,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서 우주와 생명의 비밀을 밝혀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계들에 우리의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그보다 이 기계들을 통해서 우리가 인류의 역량을 향상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나가기를 기원해본다.”- p74

저자는 2062년이 되면 인간의 일자리 중에서 AI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자리는 거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만의 장점들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분석 능력, 감성 지능, 사교적인 지능 등을 일컫는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예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결국 인간은 이 세상의 주도권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인간적인 것을 중요시 할 것이고, 그것의 가치를 보존하려고 할 것이다. 아무리 로봇이 멋진 그릇을 만들어도, 인간이 만든 그릇을 예술적인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것이다. 

유한한 삶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두려움과 슬픔을 아는 것은 인간뿐이다. 로봇은 유한한 삶이 어떤 것인지 이해 못할 것이다. 저자가 강조한대로 앞으로는 이공계를 무조건 공부하는 것보다 보다 인간다운, 그리고 인간들이 선호하는 일을 찾아야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앞으로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과 자신의 견해를 잘 드러냈다. 수많은 수치를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 책에서 저자를 최고의 AI 전문가라고 일컬은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미래에 대해서 궁금한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토비 월시 지음/영림카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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