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동기 보다 순익 33.8% 늘었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불황형 흑자' 강조

[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점차 회복되면서 카드업계가 올해 1분기 예상 밖 호실적을 거뒀다. 다만 하반기부터 코로나19 대응의 일환으로 실시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 종료,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실적에 악영향을 줄 요소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코로나 상황 하에 예상 밖 호실적이 카드수수료 인하의 빌미가 될까 우려하면서 '불황형 흑자'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비씨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은 73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8% 늘었다.

신한카드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6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274억5400만원으로 영업수익 1조856억원 가운데 본업인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보다 3.5% 줄어든 6829억원을 기록했지만 할부 금융이 372억원으로 5.7% 늘었고 특히 자동차 금융을 중심으로 한 리스 수익이 755억원으로 21.3% 증가했다. 신한카드의 1분기 할부·리스금융 영업수익은 전체 영업수익에서 10% 넘는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KB국민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72.4% 증가한 1415억원의 순익을 냈다. KB국민카드는 카드 결제 수수료 수익이 8999억원으로 전년 보다 4.6%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할부·리스금융 수익이 394억원으로 63.5% 증가하면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카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3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4% 증가했다. 현대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한 802억원, 하나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139.4% 증가한 725억원의 순익을 냈다. 우리카드는 전년 동기보다 41.2% 늘어난 72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롯데카드와 비씨카드의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카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줄었고 비씨카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64.2% 감소한 97억원을 기록했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말 마스터카드 보유 주식 95만주를 3508억원에 처분하면서 법인세 납부가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쳤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1분기에 영업이익이 소폭 증가했다"며 "법인세 납부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코로나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카드사가 호실적을 냈지만 카드업계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최근 백신 접종률이 증가함에 따라 얼어 붙어있던 소비심리가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고 억눌린 소비심리가 분출되는 현상인 '보복소비'가 시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호실적에는 긴축경영으로 지출을 줄이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여파로 마케팅비를 덜 쓴 것과 대손비용이 줄어든 것 등이 실적 개선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으로 여기에 더해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생기는 착시현상)에 따른 착시효과라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가 코로나가 처음 시작됐고 그 여파로 소비가 많이 위축됐는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때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실적 성장은 연체율 하락으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크게 줄었는데 연체율 하락 배경에는 정부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을 위해 대출 원금 상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실시했고 그 결과 카드사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1.2~1.3%대에서 올해 1분기 1%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021억원으로 전년대비 36.9%, KB국민카드의 전입액 790억으로 전년대비 32% 감소했다.

하지만 오는 9월말까지 6개월 연장됐던 대출 만기연장 조치가 종료되면 카드사의 연체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하반기에는 연체율 상승에 따른 당기순이익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오는 7월 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4%포인트 인하되는 것도 카드사들의 향후 실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카드업계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이번 호실적이 자칫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지난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에 따라 3년마다 카드결제에 수반되는 적정원가에 기반해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을 재산정한다. 올해가 수수료율을 재산정하는 해로 원가분석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TF)가 이미 가동된 상황이다. 이번에 산정될 비용을 바탕으로 2022~2024년 적용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결정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호실적에도 업계 전반에서 우려가 큰 것은 이같은 호실적이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하반기부터 대출 만기연장조치 종료,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올해 또 다시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결정되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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