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1983년생부터 희망퇴직 실시 … 손보사 경쟁 치열한데 실적 달성 어려워
정규직형 보험설계사 실험 현재까진 성공 중 … 규모 키워 수입 늘리는데 열중

사진설명 - 보험사들이 업황부진을 이유로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나 시장 규모가 커진 GA업계는 정규직 보험설계사들을 채용하는 등 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다. 같은 보험업계지만 두 업계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되고 있다.
사진설명 - 보험사들이 업황부진을 이유로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나 시장 규모가 커진 GA업계는 정규직 보험설계사들을 채용하는 등 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다. 같은 보험업계지만 두 업계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되고 있다.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코로나19 이전부터 업황 부진에 시달린 보험업계가 인원 감축에 다시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 와중에 GA업계는 고용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도 보험사와 GA사들에 변화한 위상을 실감된다는 반응이 많아 추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저금리, 저출산, 저성장 등 다양한 악재 만나 단행 … 실적 올리기 위한 묘수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들의 임직원수가 지난해 3월 5만 9515명이었지만 1년 뒤인 지난 3월엔 970명이 감소한 5만 8545명으로 나타났고 생명보험사보다 손해보험사가 임직원수가 684명이나 더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인력감축은 저출산, 저금리, 초고령화, 저성장 등 다양한 악재들을 맞이해 매년 있었던 일 중 하나다. 특히 외국계 보험사들은 국내 보험업계 부진을 이유로 국내 기업에 매각하고 떠나면서 자연스레 인수합병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생명보험업계에선 지난 5년 안에 PCA생명, ING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의 탈출 러시 속에서 각각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KB생명 등 인수되면서 중복인력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최근엔 한화생명 및 미래에셋생명은 1200%룰 및 고용보험료 납부 등 보험업계 규제책을 피하기 위해 제판분리에 나서면서 본사 영업조직 및 대규모 설계사조직을 자회사형 GA회사로 이전해 인력을 확 줄이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제판분리 행렬이 비단 생명보험사 뿐 아니라 손해보험사도 동참할 분위기라는 점에서 인력감축 폭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여기에 KB손해보험이 1983년 출생자인 만 39세 이상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파격적인 희망퇴직을 강행하면서 갈수록 퇴직연령도 낮아지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KB손보가 이처럼 파격적 구조조정 안을 내놓은 것은 올해 초 취임한 김기환 대표가 당기순이익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KB손보 당기순이익은 6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감소하는 등 코로나19 반사이익을 본 타 손보사와 달랐던 것도 컸다.

물론 퇴직자는 조건에 따라 33개월에서 최대 36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받고 전직지원금 2400만원을 받거나 또는 자녀학자금 최대 2명 학기당 350만원 중 하나를 선택하고 본인 및 배우자 건강검진비 120만원을 지원하는 장점도 있다.

연령이 낮은 직원들은 이직할 때 지원을 받고자 희망퇴직 연령을 낮추길 원하는 경우도 있어 노조 내부에선 갈등이 일기도 했다. 빅테크 기업이 성장하면서 다수 금융사 인력이 필요해진 탓에 전직할 기회가 이전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및 1200%룰, 고용보험 등 보험업계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험사마다 자본확충을 위한 고육지책이 발휘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특수도 끝나가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실적을 올리기 위해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피플라이프, 토스 등 정규직 설계사 모델 성공 … 상장 앞두고 인력 확충 열중

반면 보험사보다 회사는 작아도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GA업계는 인력을 계속해서 확충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정규직 보험설계사의 등장이다. 그동안 보험설계사는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직업이다 보니 비정규직 형태로 일 해왔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고아계약, 승환계약 등 불완전판매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자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도 커졌다. 보다 못한 금융당국이 GA업계 규제를 강화하며 대책을 마련하다보니 수수료에 따라 널뛰는 보험설계사들의 노동 구조를 바꾸는 실험이 시작됐다.

대표적 케이스로 꼽히는 곳은 정규직 보험설계사를 최초로 채용하기 시작한 피플라이프다. 시장에선 잊혔던 오프라인 보험숍을 열며 파격이란 소리를 들었던 이 GA사는 올 연말까지 전국적으로 200여개 점포를 개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규직 보험설계사를 채용해 안정적인 연봉을 제공하고 대신 지인영업이나 판매를 강권하는 행태를 최대한 지양해 설계사들이 찾아가는 대신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와 보험 분석이나 보험 리모델링을 하면서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총 방문객수는 전년 대비 2.7배 증가했고 재방문율도 30%나 증가했다. 한 번 상담을 받은 고객들이 신뢰를 얻고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늘었다는 의미다. GA사 중 하나인 리치앤코도 오프라인 보험숍을 내놓는 만큼 새로운 보험판매 장이 되고 있다.

다만 처음부터 해당 모델이 각광받은 것은 아니다. 이전까지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방식이기에 업계에선 기대보단 우려가 앞섰고 지원하는 설계사 인력도 적었다. 그러나 기본급 250만원의 안정적 월급에 영업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로 가자 입소문으로 늘어났다.

이 기세로 피플라이프는 주식시상에 상장 전까지 정규직 설계사 규모를 최대 2000명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점점 양질의 안정적 일자리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금융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해당 대열엔 인터넷은행 출범을 앞둔 토스와 같은 GA사인 해빗팩토리 자회사인 시그널파이낸셜랩도 보험설계사 정규직 채용을 하고 있다. 사실상 보험사가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 확대로 고용확대를 추진하는 GA와 위상이 달라진 것이다.

이에 GA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안정적 일자리가 제공되면 전문성을 높여 업계 고질병인 불완전판매 비율을 낮출 수 있다”며 “철새에 비유될 만큼 이직이 잦은 설계사들이 만드는 병폐를 해소해 보험설계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업계 전반적인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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