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부문 부진은 실사 등 수요 줄어든 탓
'동학개미'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 유입 거세
첫 계좌 개설 독려하는 증권업계 ... 신규고객 유치 '혈전'

[FE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증권업계의 1분기 성적표가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은 성장하는 흐름을 보이고 IB(투자은행) 부문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3월 한 달 간 신규계좌 '100만' ↑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식시장 변동성이 거세지자, 증권사를 통해 신규계좌를 트는 고객들이 늘어났다.

키움증권은 3월 한 달간 40만개 이상의 신규계좌가 발생했다. NH투자증권이 30만개, 한국투자증권이 20만개, 미래에셋대우도 16만개로 집계됐다. 삼성증권, KB증권, 대신증권을 합친 신규 계좌 수도 3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IB를 위한 실사는 진행되지 못하는 등 딜과 IPO(신규상장)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IB 부문이 부진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는 데 따른 것이다. 또 해외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는 실사가 필수적인데 실사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최근 미래에셋대우는 IB 부문 인력 일부를 자산관리(WM) 부문이나 일선 지점으로 발령을 내는 등 인력 재배치를 시행했다. IB가 수익의 큰 축을 담당하던 때와 달리 주식시장에 ‘개미 투자자’의 유입이 거세지자 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인력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사뿐 아니라 IB에 특화된 중소형사도 큰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IB 특화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IB 부문 실적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건 사실이다. 실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딜 자체도 없지만, 이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려 해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리테일이 해답일까? ... 일시적·단타 세력 지적도

리테일 부문에서의 수익이 늘어나고 고객 유입이 늘어나 수수료 수입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고객 유입이 코로나19로 인한 이벤트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객 수수료 수입이 지속 가능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번 코로나19 여파로 일일거래량이 늘고 거래대금도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른바 ‘동학 개미’들이 단타 매수를 통해 차익 시현에 나서는 기조가 뚜렷하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일시적인 브로커리지 수입 상승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에 들어서면 주식시장도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변동성이 격화될수록 주식시장 유입이 늘어나는 기조라 코로나19 이후에도 브로커리지 수입이 유지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규 고객 유치 ‘혈전’ ... 고객 맞이 준비하는 증권사들

브로커리지 수익이 증권업계의 실적을 견인할 정도로 ‘강세’ 흐름을 보이자 증권사들은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고객 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은 19일 모바일증권 앱 ‘나무’의 최초 가입 고객에게 내년 2월 말까지 국내주식 위탁수수료 평생 우대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신증권은 지난 4월 6일 대신 로보펀드에 신규 가입한 고객에게 10만원의 축하금과 백화점상품권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8주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7일 다음달 30일까지 온라인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삼성전자 100주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신규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에 힘입어 증권사들이 전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당분간 이런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발 코로나 집단 감염이 현실화됐고, 미중무역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등 주식시장 변동성이 안정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증권사의 신규고객이 늘어날수록 브로커리지 수입으로 걷어 들이는 수수료가 커질 수밖에 없어 대(對)고객 업무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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