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아손해사정 조작 인정...명백한 증거 앞에도 모르쇠 일관한 경찰과 검찰
한화손해보험 출신들 아세아손해사정에 포진…하청구조에 억울한 피해자만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가해자로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이가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져 무죄가 입증 된 사건이 있었다. 증거와 증인이 진범이 다른 사람이라고 가리킴에도 경찰과 검찰, 사법부가 끝내 목격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사건은 방송을 타면서 겨우 재심으로 무죄가 나왔지만 이번에 본지가 만난 이는 명백한 증거와 사실을 갖고 있음에도 사건 가해자가 돼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화손해보험과 아세아손해사정이 손해사정보고서를 조작해 거액의 보험금 청구를 당한 피해자라고 지난 5월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를 했던 고민홍 한송텍스 前대표였다. 본지가 그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봤다.

다음은 고민홍 한송텍스 前대표와 일문일답

1. 2013년 문제가 된 한송텍스에 투자한 배경은 무엇이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배경은?

2009년까지 아세아손해사정에서 일했었고 지금까지 손해사정사로 일하면서 한송텍스 화재사건을 보자마자 실화사건이 아닌 방화라는 점을 확실히 알았다. 사건 현장에 가보더라도 성산산업 사장 아들(이후 사장아들)이 한 진술과 현장 상황이 많이 달라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래서 지난 2013년에 사건 발생 직후 바로 3~4억원을 투자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한송텍스를 운영할 생각으로 재판을 진행하면서 4년 간 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손해사정사로서 억울하게 방화로 엮인 이 사건을 두고 볼 수 없던 것도 이 악물고 싸운 계기다.

2. 어떻게 방화라고 알 수 있었나?

화재는 한송텍스가 성산산업에게 임차한 창고 건물에서 일어났다. 성산산업은 침대 프레임을 만드는 기업으로 화재사건이 일어난 지난 2013년 사건 말고도 지난 2011년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이미 보험금을 타낸 전력이 있었다.

백번 양보해 2013년 사건도 정말 운이 나빠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큰 화재가 일어나기 이틀 전 한 차례 한송텍스 창고에서 불 난 적이 있다. 당시 화재를 알린 것은 공교롭게 성산산업 사장 아들로 화재가 벌어지고 4시간 뒤였다.

이 4시간의 공백을 추궁하니 사장 아들은 화재가 나 직접 소화기로 불을 끄고 오느라 늦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당시 방화가 예상된 1차 화재사건 현장에선 완제품 수건뭉치에 불에 그을린 흔적만 발견됐고 어떤 소화기 분말도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창고로 유일하게 난 창문은 3미터 높이라 이를 올라가기란 힘들었다는 지적에 사장 아들은 단프라(플라스틱판)를 타고 올라갔다왔다고 진술했다.

문제는 이틀 뒤 화재가 발생한 현장에서 그 어디에도 플라스틱 재질인 단프라가 녹은 흔적은 없었고 심지어 단프라는 아예 다른 장소에서 잔존물로 발견 돼 경매에 붙일 만큼 화재에 의한 소실조차 없었다.

어설픈 행동때문이었는지 2차사건엔 아예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들였다. 사건 당시 CCTV영상을 보면 한송텍스 대표가 화재를 발견한 시간은 10시 54분이었지만 20분 전부터 성산산업 사장과 사장아들은 평소에 왕래도 안하던 한송텍스를 감시하고 대신 외국인 노동자 움직임만 분주한 장면이 포착된다. 특히 사고 발생 10분전 일에 한창 바쁠 시간이지만 사장부터 사장아들, 외국인 노동자 셋만 사무실로 차례대로 들어간다.

이후 10분 뒤 한송텍스 창고부터 성산산업 공장 건물이 불탄다는 한송텍스 대표의 다급한 외침에 사장 아들과 외국인 노동자가 달려들어가지만  성산산업 사장은 당황한 기색조차 없이 멀찍이 공장만 바라보는 모습이 그대로 CCTV에 잡혔다. 무엇보다 성산산업 사장은 CCTV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옆옆 공장 폐쇄 CCTV가 찍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터는 매우 당황했었다. 이에 2차 화재사건의 직접 목격자이자 관계자인 외국인 노동자는 경찰조사에서 한송텍스 대표와 대질심문을 받은 뒤 돌연 4개월 뒤 한국을 떠났다.

출국 전까지 외국인 노동자의 증언은 사장과 사장아들의 상황과 비슷하게 진술했으나 출국 직전 만난 나에겐 사장과 사장아들의 진술과 다른 말만 남기고 다시는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3. 증언과 증거가 충분한데 보험소송에서 패소한 이유는?

증거를 모을수록 성산산업 사장과 사장아들의 증언들은 다른 현장 증거들과 사건 현장을 비추는 CCTV, 외국인 노동자 돌연 출국, 사건 담당 경찰과 성산산업 사장이 말을 맞추는 정황 녹음까지 가능한 모든 것들이 한송텍스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경찰은 입을 닫았고 검찰도 기소 혐의 없음으로 종결시켰다.

이후 성산산업은 화재보험을 현대해상과 한화손해보험에 들어뒀는데 현대해상은 사고 바로 뒤 보험금을 주고 한화손해보험은 사건 1년 뒤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후 한성텍스에게 구상권을 청구했고 화재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보험사와 개인이 맞붙는 꼴이됐다. 3심까지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한송텍스의 패배였다. 

그러나 재판 이후 의도치 않게 한화손해보험이 특수관계사인 아세아손해사정을 통해 손해사정 보고서를 조작하도록 지시했고 이를 통해 한성텍스에게 구상권 청구 시 유리하게 움직였다는 증언을 아세아손해사정에서 같이 일했던 친구로부터 확보하게 됐다. 

4. 한화손해보험과 아세아손해사정이 조작했다는 증인이 나왔다면 재심청구를 하면 되지 않나?

현재 아세아손해사정 차명규 대표는 한화손해보험 부장 출신인데다 한화손해보험 출신들이 많이 모인 곳도 아세아손해사정이다. 즉 한화손해보험과 긴밀한 관계를 지닌 회사다보니 성산산업 사건을 잘 막아달라는 말에 아세아손해사정도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손해사정사에서 일해봤기에 그 관계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대법원까지 이미 소송 공방을 벌인 뒤 끝내 패소한 후 조작 된 손해사정보고서에 의해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재심청구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많은 재산을 잃었고 회사는 결국 부도가 나면서 재심을 청구할 만 한 돈까지 없어 이처럼 시위로 알리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5.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아무리 증거를 토대로 사실을 말해도 거짓 된 이들만 승리하고 진실 된 이들은 죄인이 되는 시대는 끝내고 싶다. 이것이 공정사회라고 본다. 

이 싸움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잃었지만 아직 포기하기 이르다고 생각해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다할 생각이다. 이젠 국회를 찾아가 해결해달라고 청원 할 생각이다. 끝까지 밝혀 다시 이런 보험사기로 선량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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