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과 2015년 이어 2019년 12월 세 번째 사임 ... '희귀한 사례'
업계는 " '일감 몰아주기, 편법승계' 등 오너리스크 배제 전략' 관측
김 회장 최대 목표인 올해 IPO(기업공개) 사실상 물거품
국내 10대 건설사 중 드물게 여성.계약직 대량 감원...정부 일자리 정책 역행
장남 김대헌 부사장 절대 지분으로 사실상 ‘2세 승계’ 과정에 의혹 꼬리표
공정위, '내부거래 편법승계' 등 조사 ... 수사기관 고발 가능성까지 우려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대기업 총수가 몇 년 사이 대표이사직 사임과 컴백을 반복한다면 이해가 될까?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그처럼 희귀한 사례의 주인공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9일자로 호반건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2014년과 2015년에 이어 3번째다. 왜 그럴까?

호반건설은 김 회장의 사임과 컴백 때마다 나름 이유를 내세웠다. 지난해 사임은 상장을 위해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업공개를 앞두고 호반건설에 따라붙는 의혹과 논란의 핵심인 '일감몰아주기' '편법승계' 등 오너리스크를 배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

김 회장은 호반건설의 기업공개(IPO)에 심혈을 쏟고 있다.  이를 통해 대형건설사로 한단계 도약을 목표한다.  그러나 호반건설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대표이사 사임이라는 묘수(?)에도 불구하고 올해 호반건설 IPO는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대신증권이 철수하며 뚜렷한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는 물건너간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으로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다.

특히 호반건설의 경우 아킬레스건인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논란'은 김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위해 제거해야 할 걸림돌이다.  허나 쉽지 않다.  특히 호반건설의 IPO상장 계획은 장남 김대헌 부회장의 2세 승계 작업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다. 지금 공정위가 그 의혹에 칼을 겨누고 있다.

내우외환인가? 최근 호반건설의 '일자리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올 7월 국내 10대 건설사 일자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다른 건설사들은 직원들이 늘어난 반면 호반건설은 역주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매출 8700여억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계약직 233명을 감원했다.  대상은 주로 '여성과 계약직'이다.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자리 유지. 창출' 정책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회장의 호반건설은 정부의 수혜(?)에 힘입어 성장한 회사다. 회사 설립 때부터 정부 공공택지를 매입해 자체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고 오늘에 이르렀다. LH가 분양한 2008년 - 2018년 아파트 용지 473곳 중 44곳(9.3%)를 호반건설이 싹쓸이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가 7827개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실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LH아파트 용지 확보를 위해 계열사 43개사를 설립했고 그중 20개사 이상이 직원 10명 미만이었다고 알려진다. 이같은 방법, 실적에 대한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정부에서 정책과 혜택에 힘입어 성장했는데,  정부 핵심 공약인 '일자리 정책'에 역주행한다"는 구설수가 따라 붙는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부회장에 대한 2세 승계 과정, 경영권과 관련된 논란과 의혹도 호반건설의 아픈 부분이다. 지난 1989년 설립된 호반건설은 순 자산만 3조 2천억 원대인 대형건설사다. 국민들에게는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호반건설은 계열사인 (주)호반을 흡수합병함으로써 2018년 7월 기준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에 진입했다. 이 합병 이후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는 호반건설 회장이자 창업주인 김상열 회장이 아니라 김 회장의 큰아들인 김대헌 씨가 됐다. 김대헌 부사장의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호반건설 지분의 54.7%로 부친인 김 회장(10.5%)과 모친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10.8%)의 지분을 다 합친 거보다도 두 배 이상 많다. 창업주 김 회장에서 장남으로 '2세 승계'가 완료된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태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사실은 장남 김 부사장이 3조 원대 자산의 호반건설을 차지하면서 증여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합병 당시 31살이었던 김 부사장이 증여나 상속이 아닌 방법으로 국내 10대 건설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던 놀라운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히스토리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 간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2월 분양대행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비오토'라는 회사 설립에서부터 출발한다. 당시 자본금 5억 원인 비오토의 지분율 100%를 가진 최대주주로 김대헌 부사장의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당시 김 부사장의 나이는 21세에 불과했다. 3년 후인 2011년, 24세 김 부사장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억 원의 '개인 돈'을 회사에 더 넣었고, '비오토'의 자본금은 8억 원이 된다.

이후 '비오토'는 2013년에는 김 부사장의 모친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분 50%를 보유한 호반씨엠 등과 합병하며 사명을 '호반비오토'로 바꿨다. 호반비오토는 2015년 사명을 다시 호반건설주택으로 바꾸고,  호반리빙, 호반주택, 호반토건 등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에는 호반하우징, 에이치비토건을 흡수합병하고,  사명도 '호반'으로 변경했다.  이렇게 사명도 여러 번 바꾸고, 합병도 많이 하면서 회사는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부친 김 회장의 '호반건설'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다.

문제는 2003년 설립된 자본금 5억 원짜리 회사의 놀라운 성장 배경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다. 재벌家에서 흔히 벌어지는 계열사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감에서 호반건설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호반건설의 편법 승계 의혹을 제기했다. 호반건설과 김 회장은 그동안 가족이 지분을 대거 보유한 호반건설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부당지원감시과는 최근 호반건설에 관한 현장조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부당지원감시과는 공정거래법의 계열사 사이 부당한 지원행위를 규제하는 곳으로 이번 조사가 일감 몰아주기와 이에 따른 편법 승계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조사결과에 따라 호반건설에 시정 명령, 과징금을 내릴 수 있다. 김 회장이나 호반건설을 수사기관에 고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의 성장성이 좋고 매출이 높아 IPO에 적합하긴 하지만 내부거래나 편법승계 등에 대한 공정위 조사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심혈을 기울인 올해 IPO 사실상 무산과 공정위 칼날, 호반건설과 김상열 회장의 행보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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