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모펀드 중 무역금융펀드 원금 100% 배상 권고 '전부 수용'
금융 분쟁 시 원금 반환 사례 늘 수있어 '파장' 예상

7월 1일 금감원 분조위 개최 결과, 라임 무역금융펀드 100% 보상 권고가 내려졌다. 브리핑하는 정성웅 부원장보. [사진=금융감독원]
7월 1일 금감원 분조위는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4개 금융사에 100% 보상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브리핑하는 정성웅 부원장보. [사진=금융감독원]

[FE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라임펀드에 대한 사상 초유의 100% 배상안이 도출되면서 금융권에 ‘라임 후폭풍’이 예상된다. 27일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 4곳(우리은행, 신한금투, 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전액 보상 결정을 수용했다. 금융권은 ‘100% 반환’이라는 부담스러운 선례를 남겼다고 아쉬워 했다. 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는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에 구상권과 손해배상청구를 준비하고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 판매사 4곳 전액 보상 결정 ... 1530억원 배상

지난 25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임원 회의에서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조정안을 수락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금융사 평가에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100% 보상 권고안은 지난 7월 1일 금감원 분조위가 발표했다. 당시 사상 첫 ‘100% 보상 권고’로 많은 파장이 일었다. 20일 이내에 분조위 결론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금융사들은 7월 27일 한 차례 결정을 유보하고, 금감원에 시한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8월 27일 판매사 4곳이 모두 금감원 분조위 권고를 수용하면서 4개 판매사의 무역금융펀드 1530억원은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됐다. 하나은행과 미래에셋대우는 후속조치로 라임자산운용 관련 회사에 구상권을 청구하고 법적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금투는 금감원이 인정한 기초사실에 대해 일부 반박하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신한금투는 분조위가 인정한 기초사실 중 환매 금액을 마련코자 펀드 구조를 변경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 신뢰를 위해 100% 보상은 수용하지만, 개별 사실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신한금융투자, 금감원 분조위 결정 “일부 수용 못해”

금감원 분조위에 따르면 신한금투는 2018년 11월 부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부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운용방식을 변경해 가면서 펀드 판매를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임자산운용은 2017년 5월부터 TRS 계약을 통해 신한금투의 명의로 해외 무역금융펀드(IIG)에 투자했고, 2018년 6월 신한금투는 IIG 기준가 미산출 사실을 인지한 후 12월까지 매월 약 0.45%씩 상승하는 것으로 임의로 조정했다고 적시했다.

신한금투가 2018년 11월 17일 IIG 펀드 사무관리사로부터 IIG 부실 및 청산절차 개시 통지를 수령했음에도 IIG 편입 펀드와 미편입 펀드를 합해 모자형 펀드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모펀드에 투자하는 자펀드들로 변경되면서 정상펀드에도 부실이 전이됐다는 것이 분조위가 인정한 기초 사실이다.

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신한금융그룹 전체 자회사도 신뢰에 타격을 입게 됐다. ‘리딩 금융’임에도 소비자 보호보다는 이익 추구를 위해 펀드 구조를 변경하면서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라임 전체 모펀드 4개에 편입된 자산 중 신한금융그룹 산하 신한은행과 신한금투는 총 6017억원치를 판매했다.

그러나 신한금투는 27일 “조정결정서에서 인정한 기초사실 중 일부를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금감원과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신한금투 측은 “분쟁조정결정이 발표되기 이전인 5월 19일부터 이미 고객들에 대한 선지급 보상안을 결의하고 이에 따라 보상금을 선지급하고 있다”면서, “고객과의 정산 약정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 분쟁조정결정을 수락하고 고객과 정산할 방침을 알려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 2015년 규제 완화, ‘사모펀드 사태’ 시작점

다만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2015년 금융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당시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낮췄다.

당시 정부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 인가제를 등록제로 변경하고, 펀드가액의 400% 이내 범위에서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줬다. 등록요건도 자본 규모를 기존의 3분의 1수준으로 낮췄고, 금융권 경력 3년 이상 직원이 3명만 있으면 영업을 개시할 수 있게 됐다. 또 기존 사모펀드 최소가입금액을 1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이 같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에 판매사들이 개인 영업을 전격적으로 확대했고, 그 결과로 사모펀드 시장은 2013년 140조에서 2019년 412조원으로 확대됐다. 또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PB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높아 불완전 판매 유인이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현재 사모펀드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어 향후 몇 년 간은 유사사례가 반복될 거란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로 라임 사태 이후 환매 중단이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는 대표적으로 옵티머스 펀드, 젠투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팝펀딩 펀드, 독일 헤리티지 DLS,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등이다.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전수조사로 부실을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산하 ‘사모펀드운용사 검사전담반’을 30명 내외로 구성하고 전문사모운용사 230곳에 대한 1만여개 펀드를 3년 사이에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3년은 사모펀드 청산 기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또 금융감독원이 2019년 11년부터 2020년 1월까지 서면조사 형태로 전문 사모운용사 52곳에 대한 사모펀드 1786개를 조사했으나, 이 당시에도 제대로 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지난 7월 2일 “사모펀드 문제와 관련된 제도적 대책 마련 후 조기 입법하고 감독 규정을 고쳐야 하는 상황인데 전수조사 하겠다고 그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발언을 하면서 사모펀드 전수조사의 효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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