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하루동안 주요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3448억원 증가
당국과 은행권 신용대출 한도·우대금리 축소 움직임에 '일단 받아두자' 식의 수요 몰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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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고 동시에 이러한 투자열풍이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지목되면서 대출한도와 우대금리 등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되자 일단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주요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날 대비 344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국내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으로 전달(120조1992억)보다 4조755억원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 증가폭을 기록했는데 이같은 추세로는 이번달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 증가액은 지난달과 비슷하거나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신용대출 증가의 요인으로는 거세게 불고 있는 국내외 주식시장 투자 열풍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속에서 신용대출을 받아서라도 더 늦기전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맞물려 있는데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신용대출 축소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당장 쓸데가 없더라도 '일단 받아두자' 식의 수요까지 몰렸다.

최근 증시에 입성한 카카오게임즈 사례를 보면 은행에서 빠져 나온 유동성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를 가늠이 가능하다. 카카오게임즈의 공모주 청약 증거금만 58조5000억원이 몰렸는데 청약 첫날인 지난 1일 하루동안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조8034억원 늘었다.

결국 가파른 신용대출 증가세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신용대출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은행별로 신용대출 관리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주요 시중은행 부행장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신용대출 한도가 너무 높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일부 특수직의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85∼3.75%(각 은행 신용대출 대표상품 기준) 수준으로 각 은행에서 적은 금리로 대출을 받으려면 우대금리 혜택을 최대한 받아야 가능하다. 우대금리 수준은 은행 상품에 따라 낮게는 0.6% 정도부터 높게는 1%에 이르는데 우대금리 적용 폭과 수준을 하향 조정해 신용대출 금리를 지금보다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은행들은 특수직(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포함) 등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도 낮출 예정이다.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보통 연 소득의 100∼150% 범위에서 이뤄지지만 현재 의사, 변호사 등 소득과 신용도가 높은 전문직은 은행에서 많게는 연 소득의 200%까지 빌릴 수 있었다. 예컨대, 연봉이 1억5000만원의 전문직은 담보 없이 신용대출로 은행에서 3억원의 대출이 가능했었다.

이러한 신용대출 규제 움직임에 시장은 즉각 반응하는 모양새다. 신용대출 금리와 한도는 지금보다 나빠질 전망이 나오자 오히려 당장 대출 수요가 없던 이들까지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신용대출 규제와 관련해 "정부가 규제하기 전에 받아야 한다", "금리가 싸니 쓸곳이 없더라도 일단 받아 놓는게 이득이다", "지금 안받으면 영영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국의 대출규제 움직임에 실효성 없이 풍선효과만 낳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급등한 신용대출 수요에는 투자 목적도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활안정자금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본인을 자영업자라고 밝힌 A씨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업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바닥나 추가 대출이 필요할 지도 모르는데 대출을 규제한다니 우려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한도가 연 소득의 200%가 넘는 의사, 변호사들은 투자에 있어 일부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부분 대출금을 상환 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대출한도를 줄이면 결국 이 과정에서 자칫 생활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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