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5대 시중은행의 9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 635조7964억 ... 전달 대비 7조1309억원 ↑
5대 시중은행의 모든 정기예금 상품은 0%대 금리 제공 중인 상황에서 이례적 증가
기업의 현금 쌓아두기와 고액 자산가 투자 안전성 선호 증가 영향 미친 것으로 진단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7조원 가량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연 0.5% 수준으로 인하하면서 이탈이 가속화됐는데 최근 들어 기업과 고액자산가 중심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다시 증가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열풍으로 빠르게 은행권을 이탈했던 유동성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 벽에 부딪히고 최근 증시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다시 은행권으로 되돌아 오는 모양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35조7964억원으로 전달인 8월 말(628조6655억원) 대비 7조1309억원 늘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3월 652조3277억원을 기록한 뒤 넉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감소폭도 4월 2조7079억원, 5월 5조8499억원 수준이었다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은행권 정기예금의 이탈이 가속화 됐다. 6월에는 전달 대비 10조6785억원이 감소하면서 10조원이나 넘게 빠져나갔고 코로나19가 다소 진정세를 보였던 7월에는 전월에 비해 감소폭(5조4259억원)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5조원을 웃돌았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의 모든 정기예금 상품은 0%대 금리를 제공 중이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했고 수시입출식 예금 등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도 정기예금 금리를 높여 자금을 끌어들일 유인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8월 은행 예금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0.80%로 전달보다 0.01%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수신금리가 급격히 떨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증가한 이유는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진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2.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마저도 코로나19 확산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최악의 경우 0.2%로 내다봤다. 내년 마이너스 성장은 피할 수 있으나 우리 경제가 코로나 충격에서는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다고 예상한 것이다.

이처럼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기예금 잔액 증가세는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특히 정기예금 증가폭 확대는 개인보다 기업과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는데 기업들이 안정적 기업 운영을 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안전성 선호도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잔액이 큰 규모로 늘었다는 것은 일반 개인고객보다는 기업고객이나 고액 자산가들이 은행에 예치시키는 돈이 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투자를 지양하고 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은행권은 초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려있지만 정작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 은행에 잠시 머무는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주 청약 열풍으로 몰렸던 자금이 은행권 정기예금으로 되돌아 오거나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와 장기적 경기침체로 주식시장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다시 은행을 찾는 돈이 늘어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정기예금이 선호가 증가했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커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덧붙여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한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며 "시장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해당 자금이 은행을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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