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5인 대상으로 면접 진행했으나 적임자 낙점 못해
행추위원 4명 동의 얻어야 최종 후보로 결정 가능
이동빈 현 은행장, 차기 은행장 인선 미뤄져도 자리 지키기로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Sh수협은행이 차기 은행장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동빈 현 수협은행장의 임기가 24일로 마무리되면서 이때까지 차기 은행장이 결정되지 못하면 3년 전 처럼 또 다시 은행장 공백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수협은행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은행장 재공모에 나선다. 행추위는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다시 행장 후보 지원서를 받을 예정으로 다음 면접일은 26일로 정했다. 인재 풀을 넓히는 차원에서 기존 지원자도 다시 지원이 가능하다.

행추위는 12일 오전부터 강명석 전 수협은행 상임감사, 김진균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김철환 수협은행 집행부행장, 고태순 전 NH농협캐피탈 대표이사, 손교덕 KDB산업은행 사외이사 등 5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으나 적임자를 낙점하지 못하고 결국 재공모를 받기로 결정했다.

총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행추위는 재적위원 4명(3분의 2) 이상이 같은 후보자를 선택하고 동의해야 최종 후보로 추천할 수 있는데 위원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행추위는 기획재정부·해양수산부·금융위원회 추천 사외이사 3명, 수협중앙회 추천 2명 등 5명으로 구성되는데 정부 측 위원들과 수협중앙회 측 위원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행추위 관계자는 "5명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으나 행추위원들 사이에서 한번 더 공모를 받아보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기존 지원자들도 공모가 가능하므로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차기 은행장 인선 절차가 오랫동안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행추위가 12일 면접을 치룬 후보자들 중에서 최종 후보가 결정됐다면 현 이동빈 은행장 임기 내에 차기 은행장 인선이 마무리될 수 있었지만 재공모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이 행장 임기내 인선은 불가능해졌다.  

결국 차기 은행장 인선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3년 전 이동빈 행장 선임 당시처럼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2017년에는 3차까지 공모 진행했고 반년 가까이 은행장 자리가 공석으로 머무면서 부행장 직무대행 체제가 가동됐다. 당시에는 1차 공모에 4명 도전장을 냈고, 2차 공모에서 11명, 3차 공모에는 14명이 지원했다. 

다만 이번에는 이동빈 행장이 새로운 행장을 뽑을 때까지 자리를 지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의 임기는 이달 24일에 끝나지만 이와 상관 없이 경영공백은 막겠다는 것이다.

이 행장의 유임 결정에도 불구하고 경영공백의 가능성은 있다. 차기 행장 선임이 계속 늦어진다면 스스로 연임을 포기하고 용퇴를 결정한 이 행장이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고 이 행장이 계속 자리를 지켜주더라도 새 은행장 취임이 늦어지면 장기 경영계획 수립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에 매번 행장 선임 절차가 지연된다는 오명은 남을 전망이다. 수협은행장을 뽑을 때마다 시끄러운 건 과거 수협중앙회에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의 신용사업부문으로 있던 2001년 외환위기 여파로 정부로부터 두 번에 걸쳐 1조1581억원 가량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고 아직까지 약 85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수협중앙회가 수협은행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 정부 입김을 받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수협은행에서 이익이 나면 수협중앙회에 배당을 하고 이 돈을 정부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상환을 2028년까지 완료하기로 약속한 상태인데 수협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변수다.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에서 지급 받은 배당금을 통해 2017년 127억원, 2018년 1100억원, 2019년 1320억원의 공적자금을 상환했다. 다만 지난해 순이익이 줄면서 올해는 501억 원을 상환하는 데 그쳤다.

수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1039억 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가량 줄은 수치로 내년 상환규모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2028년까지 계획대로 공적자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는 수협중앙회에 매년 1000억원 가량 배당을 해야한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차기 은행장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사실 정부와 수협중앙회 모두 공적자금 상환이 빠르게 마무리되기를 원하고 있다. 다만 공적자금의 실질적 상환의 주체인 수협은행을 이끌 수장을 두고는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협중앙회 측은 수협과 수협은행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내부출신이 은행장에 맡아야 업무를 빠르게 파악해 실적개선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정부 측은 외부출신 전문경영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재공모에서도 정부 측과 수협중앙회 측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행추위 위원 5명 중 4명의 찬성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장기간 차기 은행장 선임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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