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문제로 현대차그룹 속내 복잡... 현재로선 미래 대안 全無
국내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 깨지 못해
그룹지배력 여전히 정몽구 명예회장 중심...핵심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지분
신임 정 회장, 낮은 지분율과 순환출자구조가 불안 요소로 상존
정 명예회장 건강상태와 연계된 그룹 내 변화 가능성도 배제못해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현대차의 대표적 전기차 모델인 ‘코나EV’에서 잇단 화재가 발생, 소비자들의 전기차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결국 ‘글로벌 리콜’을 실시한다.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정몽구 시대를 끝내고 그룹 3세 정의선 시대를 열었다는 온갖 미사여구가 언론을 도배하는 때 벌어지는 ‘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그러나 현대차의 진짜 고민은 그게 아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답이 현대차와 정 회장 고민의 솔직한 현주소다.  대부분 언론 매체에서 "현대차 3세 경영시대 개막" '정의선의 현대차, 세계를 달린다" 등등 화려한 제목으로 정 회장의 그룹 회장 등극을 축하했지만, 작금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의 속내는 복잡하다. 바로 '지배구조 개편' 문제 때문이다.

현대차는 실질적으로 '정의선 체제' 2년을 보냈지만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오리무중'이다. 그룹지배력 핵심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이며 정몽구 명예회장이 그 중심에 있다. 현대모비스의 지주사회격 추진방안도 엘리엇에 발목이 잡혀 있고 2년째 새로운 방안도 전무하다. 현대차그룹이 경영의 키를 3세 시대를 여는 회장에 맡겼음에도 뭔가 찜찜하다.

그룹 지배력의 핵심은 여전히 정 명예회장이다. 지난 7월부터 서울 아산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정 회장은 올 83세(1938년생)의 고령이다. 정부도 현대차그룹 특유의 순환출자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마련은 요원한 상황이다. 당장 뾰족한 방법이 없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로 순환되는 핵심 고리가 그룹 지배력의 중심이다. 이들 세 회사 중 한 곳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다면 그룹 전체 지배력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당국으로부터 지적받는 현대차그룹의 고리는 총 4개다. 4개 고리에 포함되는 회사는 3개 핵심계열사와 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 등 5곳이다.

5개 계열사 지분구조를 보면 여전히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지배력이 집중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5.3% 현대모비스 7.1% 현대제철 11.8% 현대글로비스 6.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2.6%  기아차 1.8%  현대모비스 0.3%  현대글로비스 23.3%  등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높지만 3개 핵심계열사의 지분은 미미하다.

지난 2018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격으로 변화시키는 지배구조 개편 카드를 꺼냈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기아차를 지배하고, 현대차와 기아차가 잔여 계열사를 거느리는 방식이다. 당시 정 부회장은 1조원으로 추산되는 증여세를 내고 부친의 지분을 증여받고, 부족한 지분은 계열사들로부터 사들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었다. 그러나 그같은 방안은 엘리엇 등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그 이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정 회장 중심의 지배력 재편 시나리오도 사실상 중단상태다.

현대차그룹의 3세 시대를 열고 정의선 신임 회장이 공식적인 그룹 총수로서의 중책을 맡게 됐지만, ‘꽃길’만 펼쳐진 게 아닌 까닭이다. 낮은 지분율과 순환출자구조는 불안 요소로 상존한다는 게 재계와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8년 5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고 재추진을 언급한 지 2년이 넘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변경안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합병 비율에 반대하는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는 부담에 결국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미미하게 보유한 정 회장의 그룹지배력이 불안하다. 현대차는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향후 지배구조에 대한 확실한 시나리오는 현재로선 전무한 상태다. 정 부회장의 자금조달 방법을 두곤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 안은 2년 전 엘리엇에 좌초된 이래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후 현대차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은 바 없다.

일각에서는 삼성 승계 재판 이후에 그 결과를 보고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당국의 규제는 추가적인 순환출자 고리를 제한할 뿐이지 즉각적인 해소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미 정의선 회장 입장에선 개인 사재를 이용해 증여세 납부할 의사를 피력했던 만큼 이 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재계는 "단순히 승계뿐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맞물린 상황이기에, 삼성그룹 등의 전례를 살핀 후 향후 시나리오를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한다.

한편 정몽구 명예회장이 예상 보다 길어지는 40일 넘게 서울아산병원 입원 중인 사실과 이번 전격적인 정의선 현대차 회장 선임을 두고 현대차 내부와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명예회장이 지난 7월 중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지 40여일이 지났다. 정 회장은 7월 13~14일 무렵 '대장게실염' 수술을 위해 입원했다. 통상 대장게실염이 수술 후 회복까지 2주일 안팎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식적이지 않다. 대장게실염은 대장벽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생긴 주머니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입원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정 회장이 위독하다는 소문이 돌자 현대차에서 급히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는 당시 "위독한 상황은 아니며 대장 염증 치료를 받고 곧 퇴원할 예정"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의료계에서는 "1938년생인 정 회장의 연령(83세)를 고려해도 특이한 상황이 아닌 한 대장게실염 치료는 2주 안팎이면 끝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공교롭게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예상보다 긴 와병 중 외아들 정의선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이 전격 이양됐다는 점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건강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예상보다 입원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정 명예회장의 건강상태와 연계된 그룹 내 변화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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