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지난 12일 이수혁 주한미국대사는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다고 앞으로 70년 동안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외교는 남의 나라 눈치를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으로 필요하다면 미국과 관계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식민통치 후 벌어진 6.25전쟁에서 한국을 구해준 영웅이라 칭하면서 맹목적으로 쫓아가던 이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 수 있지만 현실은 지난 70년 간 미국이 한국에게 팔아먹은 무기를 감안하면 충분히 은혜를 갚고도 남았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맹목적 믿음은 과하다. 현재 미국 달러는 코로나19여파로 대규모 재정집행까지 겹치면서 매일 찍어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화폐가치는 떨어지면서 더 이상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달러로 방어할만한 상황이 아니게 됐다.

물론 한국에선 기축통화 및 안전자산이라 쉽게 무너지지 않겠다는 생각이지만 무조건 달러로만 결제하던 원유를 이제 위안화로도 결제하게 됐다. 기축통화 위원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던 유럽과 경제대국인 일본도 못했던 원유 결제 통화를 반세기만에 위안화가 이뤄낸 것이다.

이처럼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가 흔들리자 이젠 미국인들조차 금을 사고 있다. 실제 금값은 불과 1년 사이에 40% 넘게 올랐다.

문제는 이 와중에 국내에선 갑자기 서학개미 열풍이 불면서 테슬라에 투자했다 쪽박을 찼고 저평가 된 달러를 살 기회라며 달러를 사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보험업계에선 원화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나중에 환급받을 때는 달러로 받는 달러 보험이 최근 3년 사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젠 대형보험사까지 뛰어들어 이 행렬에 동참하겠다고 한다. 금융당국이 이제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본 기자가 겁을 주니 막상 한국 경제에 대한 걱정이 앞설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더 이상 예전처럼 달러가치가 떨어진다 해서 나라가 휘청거리진 않는다. 최대 수출국이 중국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었다. 그러나 20년이 흐른 지금 그 지위는 중국에 내준 게 10년이 지났다. 실제 코로나19속 나홀로 성장하는 중국 덕에 한국도 코스피 추락 없이 유지 중이고 위안화에 따라 원화 값도 움직이고 있다.

경제권역 자체가 변했고 우리가 인지할 틈도 없이 달러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도 몽고도 무너졌듯이 영원한 패권은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다만 이 중요한 시기 한국이 처해야 할 입장은 주미대사의 말처럼 새롭게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또 다시 강대국 입김에 한국이 휘둘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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