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과로사’ 대표적인 회사로 ‘눈총’ ... 대표 공식 사과, 대책 서둘러 발표
“CJ대한통운이 노사갈등 기업이지, 어떻게 노사문화 우수기업이냐" 국감장 비판
업계는 묻는다. “시험대 오른 CJ대한통운의 택배 대책, 이번엔 진짜일까?”
대책위 ‘구체적 이행계획과 산재보험료의 전액 사용자 부담 등이 빠져있는 점“ 문제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한진택배가 처음으로 오후 10시 이후 심야배송을 중단하고, 산재보험 가입을 추진까지 한다고. 롯데택배도 추가인력 천여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단다. 그런데 규모가 제일 크고 문제가 심각한 CJ대한통운은 아직 묵묵부답이네..."  최근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에 대해 택배회사들이 뒤늦게 나마 앞다퉈 대책(?) 내놓고 있는 상황에 대한 어느 네티즌의 반응이다.

물론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은 CJ대한통운이 택배회사들 중 제일 먼저 이미 지난주 내놓은 바 있다. 택배업계에 반응은 "정작 중요한 핵심은 피해간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지만 나름 의미가 있다"였다. 그 이후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나오지 않고 조용하다. 무슨 준비하고 있는가? 아님 소낙비가 지나가길 기다리는가?

CJ대한통운은 지난 2016년 '노사문화우수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그동안 택배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CJ대한통운이 택배회사들 중에서는 근무환경이 좋아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그런데 어째서 최근 택배기사들과 일부 언론 사이에서 '죽음의 일터' '연쇄 살인회사'로 불리우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택배기사 사망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작업시간 단축, 산업재해 예방, 작업 강도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종합보호대책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다음 달부터 택배기사의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택배기사 및 종사자의 건강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혁신 및 관련 기술 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2016년 ‘노사문화우수기업’ 선정과 2020년 10월 대표이사 대국민 사과는 어떤 의미와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가? 그 몇 년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택배기사들은 코로나19 사태와 비대면 일상생활 확산 등으로 배달업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에 따른 보충 인력은 전혀 없어 근무 중 사망에 이를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론은 들끓었다. 이같이 비인간적(?) 행태의 대표적인 회사로 CJ대한통운이 지목됐다.

자료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사망사고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발생했으며, 전국택배연대노조 측은 이들이 장기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렸다며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 권고에도 업무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고 올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총 13명이다. 이들 가운데 CJ대한통운 소속 노동자가 6명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CJ대한통운 경남 김해의 한 대리점에서 일해 온 서형욱 씨는 코로나19로 급증한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길게는 하루 16시간씩 근무했다. 이를 돕기 위한 대체 인력은 없었다. 서 씨는 업무를 견디기 힘들다며 두 달 전부터 친구들에게 여러 차례 가슴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달 28일 서 씨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수차례 수술 끝에도 회복하지 못한 서 씨는 지난 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또 하나 택배노동자들 산재다. 문제의 핵심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특고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 문제다. 원래 택배기사를 포함한 14개 직종의 특고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본인이 제외신청을 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바로 이 점을 악용해, 일부 사업주는 특고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마치 ‘의무’처럼 압박 또는 강요해 왔다. 최근 과로사로 숨진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는 ‘대필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같은 산재적용 제외 신청과 대필은 비일비재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로서 비용을 아끼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국정감사장에서는 과로사 의혹이 발생한 CJ대한통운을 버젓이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한 고용부를 향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모 의원은 “과로사와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대필 등 문제가 계속 된 CJ대한통운이 노사문화 우수기업이라 할 만하다고 생각하나. 선정 후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는 우수기업 선정을 취소해야 하지 않나?”라고 질문했다. CJ대한통운이 “노사갈등 우수기업이지, 어떻게 노사문화 우수기업인가”라고 꼬집었다.

택배노동자 대책위는 “CJ대한통운 대책이 그나마 실효성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CJ대한통운의 택배 대책이 이번엔 진짜일까?”라고 묻는다.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산업재해 보험료의 전액 사용자 부담 등이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단 그럴 듯하게 발표하고 나중에 비용을 전가하는 등 꼼수를 쓰지 않겠냐는 우려다.

CJ대한통운은 올해 2분기 839억원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2분기 보다 16.18%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2조2600억원으로 4.5% 늘고 순이익은 362억원으로 105.4% 급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면서 인터넷·모바일 중심의 소비가 늘었고, 택배 물량도 급증했다. 물류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택배 물량은 지난해 대비 약 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CJ대한통운이 6월 처리한 택배는 총 1억5200만 박스로 지난해 6월 1억 박스보다 5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46.1%에서 51.4%로 5.4% 확대됐다. 마켓쉐어가 절반이 넘는다. 절대적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사업이 먹여 살린다. 결국 재산은 택배기사 등 사람이다.

박근희 대표는 시골 출신으로 어렵게 성장해 삼성금융계열사 대표까지 역임한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처지를 잘 알 것이다.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가 사회 문제화 되고 정치권에까지 비화되자 택배회사들은 앞 다퉈 대책을 내놓았다. 결국 문제는 실천이다. ‘말의 성찬’에서 무엇으로 배부를까?

국내 매출, 시장점유율 1위. 절대과반을 차지하는 CJ대한통운이 기왕 발표한 과로사 대책뿐만 아니라 택배기사와 회사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후속대책을 시급히 국민들 앞에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 박근희 대표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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