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조 회장, 마음 급한 KDB산은 이동걸 회장간 이해관계 맞아 떨어져 ‘관측’도
조 회장 처지에서는 ‘일석이조’ ... 시장경쟁력 확대와 경영권 방어 꾀할 수 있어.
경영권 분쟁중인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 법정 투쟁 ‘주목’
독과점 문제, 공정위 기업 결합 심사는 KDB산은 추진 사안으로 ‘통과’ 예상
경영실패자(?)로 평가받은 ‘조원태 살리기’ 비판 ... 노조는 결사 반대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과적으로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살리기’와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구하기’를 성공시키는가?

필자는 지난달 초 “역시 세상 일 한 치 앞을 모른다.  전세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아이러니하게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을 살리고 있다”라는 칼럼을 쓴바 있다.

전 세계 항공사들이 팬데믹 쇼크로 줄줄이 적자의 늪속에서 헤매면서 열리지 않는 해외여행과 ‘여행객’에만 집착하고 있을 때 대한항공은 ‘객실’을 ‘화물칸’으로 개조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영업이익 1485억원의 실적 올리는 등 ‘가뭄에 단비’를 만났다. 또 미국 등 유명제약사에서 최종 개발단계에 있는 코로나19 백신 FDA 승인시 여객 수요 회복과 신규 항공화물 수요 발생에 대한 기대가 컸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HDC현산 ‘노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대한항공이 국내항공시장에서 독보적 1위에 자리매김을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조원태 회장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카드’가 그것이다. 코로나19로 악화된 경영위기를 돌파하면서 3자 주주연합(KCGI - 조현아 - 반도건설)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양수겹장’ 시나리오다. 특히 사면초가인 조원태 회장과 역시 마음이 급한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현 시나리오대로라면 두 항공사가 합쳐져 자산 40조원 규모의 세계 10위권 초대형 국적 항공사가 탄생한다.

특히 조원태 회장 처지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일석이조 카드다. 시장경쟁력 확대와 경영권 방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조 회장은 3자 주주연합보다 자금력이 떨어지다보니 지분 경쟁에서 밀리고 있었다. 3자 주주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KCGI 20.34% ▲반도건설 20.06%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31% 등 총 46.71% (신주인수권 포함)다. 반면 조원태 회장 진영은 ▲조원태 6.52% ▲조현민 6.47% ▲이명희 5.31% ▲재단과 친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4.15% ▲델타항공 14.90%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3.79% 등 약 41.14%로 3자 주주연합 측에 열세다.

KDB산업은행 역시 곤혹스런 현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기회다. 지난 8월 HDC현산과의 ‘노딜’ 이후부터 아시아나항공은 애물단지였다.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에 언제까지 정책자금을 쏟아부어야할지 고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에 매달 수천억원씩 들어간다. 지난 4월에 투입했던 1조7000억원은 모두 소진됐고, 9월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2조4000억원 가운데 3000억원 가량을 이미 가져다 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카드는 KDB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불감청고소원’일 수 있다. 정부와 산은 이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조 회장은 구미가 당기는 카드를 던졌다. 16일 KDB산업은행은 한진칼에 8000억원 투입을 결정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 추진이 공식화됐다.

“국내 항공산업이 합쳐야 산다. 지금이 기회다”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쳐 항공산업 효율화에 나설 수 있다. 중복 비행노선을 줄이고 여객과 화물운송에 탄력적으로 나서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재정감축 효과가 예상된다. KDB산은은 밑빠진 독 같은 항공업 지원금을 줄여 다른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 KDB산은 이미 기안기금을 포함해 수천억원의 정책자금을 양사에 쏟아부었다.

물론 향후 걸림돌 한두가지가 아니다. ‘독과점 문제’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중인 3자 주주연합의 반발이다. 독과점 문제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그룹으로 묶이면 거대항공그룹이 탄생한다. 양사의 지난해 기준 항공여객점유율은 54%(LCC 포함)에 달한다. 총 항공기 수는 300대가 넘어 세계 20위권으로 도약한다. 그러나 독과점 문제에 대한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는 국책은행인 KDB산은이 추진하는 사안인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의 ‘남매의 난’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미 KCGI측은 첫 공식입장에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총수일가의 지위 보전 수단”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총수일가와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주주연합은 지분격차를 확대하며 내년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설욕을 노리고 있다. 3자 주주연합 입장에서는 해당 증자방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추진되면 조원태 회장이 힘을 받는 만큼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 당연히 반대다.

3자 주주연합의 주축인 KCGI는 한진칼이 KDB산은을 대상으로 증자에 나서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포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영권 분쟁 중에 KCGI 등 3자 주주연합에 대한 역차별과 사유재산 침해 등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KCGI측은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 목적이라면 대한항공에 지원하면 된다”며 “부채비율 108%인 정상적기업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되기 위한 술수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돌이켜 보면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한 것은 조원태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항공업계 구조조정을 이루는 명분을 정부 당국와 KDB산은에 세워주게 되고, 조 회장은 KDB산은을 우호세력화 해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조원태 살리기냐?”는 시장의 비판적 여론이다. 일각에서 경영실패의 책임자(?)로 평가를 받는 조 회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과연 향후 조 회장의 경영권은 탄탄해질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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