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육박 금액에도 우선매수권 행사
평당 3900만원대 CBD 평균가 대비 30% 웃돈
그룹 상징성 지키고 리츠 통해 재무 부담 덜듯

SK 서린빌딩
SK 서린빌딩

 

[FE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SK그룹이 본사 '서린빌딩'을 다시 사들인다. 2005년 SK인천석유화학(옛 인천정유) 인수를 위해  매각하고 15년 만이다. 1조원에 육박하는 부담스러운 금액에도 20년째 본사로 사용하는 등 그룹의 상징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거래로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도 큰 수익률을 기대하게 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에 대한 우선매수권(콜옵션)을 사용하기로 했다. 매수권 행사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예비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이지스자산운용이 제시했던 3.3㎡(평)당 3900만원대의 금액이 유력하다. SK서린빌딩은 지하 7층, 지상 35층 연면적 8만3801㎡(2만5394평)로 역산할 경우 인수가는 최소 9903억원이다.

1999년 준공된 이 빌딩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룹사를 한곳에 모으기 위해 추진했고 1992년부터 설계에 돌입했다. 최종현 회장의 작고(1998년) 1년 뒤 준공된 바 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와 주요 계열사 SK에너지·SK이노베이션·SK E&S 등이 입주해 있다. SK로서는 그만큼 상징성이 높은 건물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이 임차인이자 투자자인 점도 배팅액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다. 하나대체투자운용 펀드에는 SK㈜와 SK이노베이션, SK E&S 등이 지분 65.2%를, 국민연금이 34.8%를 가지고 있다. 고가에 매각하면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돌려 받는다. 국민연금도 2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이 예상된다.

관심은 SK그룹이 1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어떤 식으로 조달할 지다. 기존 계열사들이 투자 후 회수한 자금을 다시 내놓는 방식도 있다. 다만 비핵심 자산을 보유하기보다는 핵심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장려하는 SK그룹 문화상 리츠(REITs)를 통해 건물을 담고 유동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SK가 리츠 AM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SK그룹 계열사가 확실한 임차인인 건물에 투자한다는 점 등 리츠로 했을 때 강점이 많다”며 “공모리츠 외에 사모리츠 방식 등으로도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는 2005년 SK인천석유화학 인수를 위해 서린빌딩을 외국계투자가 메릴린치컨소시엄에 44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서린빌딩은 2011년 2월 하나대체투자자산이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 ‘하나랜드칩사모투자신탁 33호’가 5500억원에 인수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