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평균수명 66세
2년전 기준 최빈 사망 연령 88세로 상향 ... 은퇴시기 변화 거의 없어
오프라인 강좌 전환으로 지방 수요 찾아내 ... 2000명씩 유입
금융문맹도 떨어뜨려야 ... 노후 관리에 필요한 자산 수준 스스로 체크해봐야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안다정 기자)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안다정 기자)

[FE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최근 들어 ‘은퇴’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 저금리·저성장으로 대표되는 ‘뉴노멀’이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서다. 과거와 달리 고성장과 고금리가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더 빠르게 ‘은퇴’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은 과거 애널리스트로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박 소장은 은퇴 관련 서적과 자료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고, 고령화 사회 진입 등 큰 흐름을 고려했을 때 은퇴와 노후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0세시대 연구소는 지난 2011년 설립돼 올해로 10년째 유지되고 있다. 금융교육뿐 아니라 발간하는 리포트를 통해 고객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방식의 접근에 제약이 생겼지만, 온라인을 통한 접촉을 통해 숨어있는 은퇴 수요를 더 발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박진 소장과의 인터뷰

-최근 들어 은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를 체감하는지?

최근 2~3년간 은퇴 관련 자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걸 체감하고 있다. 이는 현재가 시기상 베이비부머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은퇴를 한다해도 현재의 50~60대는 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은퇴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고 생각한다.

과거엔 65세가 ‘노인’을 구분하는 관습상의 기준선이 됐다. 하지만 법적으로 규정된 ‘노인’의 기준은 없다. 다만 그 기원을 찾아보면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에 근거하면 “65세부터 혜택을 드린다”고 돼있기 때문에 65세가 노인의 기준으로 굳어진 거라고 본다.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19~20세기 유럽은 이미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한국이 노인복지법을 제정할 때 기대수명이 평균 66세였다. 다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기대수명이 82세로 늘어났다. 이는 자연사가 아닌 사고사도 포함되는 수치다. 사고사를 제외하면 최빈 사망 연령이 2년 전 기준으로 88세였다. 쉽게 말하면 인위적인 요인이 없다면 88세까지는 산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노인복지법이 만들어진지 40년이 흘렀는데, 그 당시보다는 당연히 수명이 길어졌을 것이다. 문제는 은퇴 시기는 그 당시나 지금이나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기대수명과 은퇴시기의 간극이 커졌기 때문에 은퇴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늘어났을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은퇴를 앞둔 세대뿐 아니라 2030세대도 자료를 찾아본다. 노후자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자료를 접하는 것 같다. 부모세대와 달리 자산 증식이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에 은퇴 후 자산 관리에 대해 전 연령에 걸쳐 관심도가 증가했다고 생각한다. 연구소 자료 클릭 건수가 몇 백만 건에 이른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강좌는 위축됐을 것 같은데.

지난 4월 온라인 강좌로 변화를 꾀했다. 오프라인 강의가 막혔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방식을 전환하게 됐다. 한 달에 은퇴 강의를 듣는 사람이 2000명 가까이 된다는 걸 알게됐다. 기존 오프라인 강의는 공간적 제약이 있어 100~200명 정도만 들을 수 있었다. 또 지방에서는 서울로 올라와야 하니 접근성에 대한 아쉬움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에 방식을 바꾸면서 지방에 있는 고객들이 접속해서 은퇴 강연을 듣는다. 오히려 지방 수요가 많았다는 것을 체감했다.

시기적으로 사람들이 외출하기가 어려워져 듣는 것도 있을 거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은퇴 설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에서 은퇴 연구를 하는 곳이 많지 않은데, 있다 해도 내부에서 활동하지 외부 강연을 나서거나 대중 접촉이 많은 곳은 잘 없다. 이런 니즈들이 부합해서 연구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만큼, 리서치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도쿄에는 건물 하나 건너 은퇴연구소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도 은퇴 연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애주기별로 자산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2030세대는 사적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은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이 4050세대보다 길다. 매년 3%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을 찾아야 하는데, 10%의 세제혜택을 주는 개인연금은 꼭 들어야 한다. 은퇴하는 시점까지 이 연금을 유지한다는 생각으로 개인연금 IRP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40대는 자녀 교육비로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교육비와 노후자금이 1:1 수준은 돼야 한다고 본다. 아이 교육비로 100만원 쓰면, 내 노후자금도 100만원 쌓아놓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한 교육비 지출이 파산의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 통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 집을 사는 것에 대한 의사결정도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평균적으로 자산의 75%를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50대는 본격적으로 은퇴 후 쓸 수 있는 금융자산의 크기를 늘리는 ‘재조정’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으로 일정 금액을 받고, 은퇴 후 자금으로 약 1~2억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은퇴 자금이 빠르게 고갈된다. 현재 가지고 있는 부동산의 비중을 낮추고 금융자산을 늘리는 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라고 본다.

-금융교육의 중요성도 대두되는 분위긴데.

“목돈이 어느정도 있는데, 좋은 투자 방법이 뭘까요?”라는 질문을 많이들 한다. 좋은 투자가 뭔지부터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흔히 수익률이 높으면 좋다고 말하는데, 수익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위험도 높다는 뜻이다. “잃을 확률도 높다”고 말하면 나쁘다고 말한다. 굉장히 역설적이다.

투자 결정을 할 때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다. 금융문맹도가 높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OECD에서 발표하는 금융이해력지수 지표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뉴스에는 밝지만 금융상품 관련 지식이 0에 가깝다.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금융문맹도를 떨어뜨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3~4%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노후에 대해서 제대로 고민해보고, 한 달 동안 사용하고 싶은 금액을 상기한 후 어떻게 해야 그 금액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산수준과 목표수익률이 개인마다 다른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A와 B가 있다고 가정하면, 자산 규모가 다를 것이다. 어느정도 자산을 축적한 사람과, 한 푼도 모으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전략이 달라야 한다. 자산이 축적된 사람은 투자를 해도 좋다. 어느정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도 그만큼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푼도 못 모은 사람은 자산을 축적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금융시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하이리스크’를 감당할 필요는 없다. 노후 목표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설정하고, 내가 벌어들이는 현금 흐름 안에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무조건 “주식투자 하라”는 말은 모두가 하이리스크를 감당하라는 뜻과 같다. 이미 목표한 만큼의 자산을 모아뒀다면 그를 안정적으로 굴리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개인별 재무 설계를 명확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같은 나이임에도 자산 수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재무적 진단을 해보는 게 중요하고, 수익률 목표를 얼마로 잡을 것인지는 스스로 진단하면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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