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금융경제신문=최원석 기자]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비자 생활 패턴 변화로 유통가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매출감소를 겪을 수 밖에 없었고, 온라인 유통업체는 전반적인 상품군에서 비대면 주문량이 늘면서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위상은 줄어들고 온라인 기반의 이커머스업체의 영역은 더욱 커졌다.

연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코로나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상존하는 만큼 온라인 유통업체는 시장 파이 확대를,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경제신문은 금년을 마무리하며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유통가의 주요 이슈를 살펴봤다.

1. '언택트'에 '택배·배송' 인기 … 판커진 물류 시장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정착되면서 택배, 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급격하게 늘었다. 유통가는 판이 커진 물류시장을 온라인 시장의 최대 승부처로 보며 소비자 편의를 높인 차별화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잡기 경쟁전에 돌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이후인 2월부터 오프라인 매출은 7.5% 감소하고 온라인 매출은 34.3%로 큰 폭으로 늘었다. 직전 월인 1월 온·오프라인 매출이 각각 10.2%, 4.1% 동반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 내내 지속됐다. 지난 상반기 전반을 살펴봐도 오프라인 매출은 6.0% 감소, 온라인은 17.5% 증가해 온라인 유통업체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구체적으로는 대형마트, 백화점, SSM(기업형 슈퍼마켓) 매출이 각각 5.6%, 14.2%, 4.0% 급감했고 그 중 편의점 매출은 1.9% 소폭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온라인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확장된 시장 규모에 이커머스 업체들은 당일배송, 새벽배송, 즉시배달 등 속도를 앞세운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며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주요 거점 단위의 물류센터 확장과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전문 인력까지 커진 시장 규모만큼 업체들의 투자도 확장됐다.

사진=뉴시스 제공

2. '택배기사 과로사' 올해만 16명 … "대책 강구해야"

올해 유통업계 또다른 화두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였다. 택배노조는 올해만 16여 명의 택배기사가 사망했는데, 원인으로 코로나19로 폭증한 택배 물량과 분류작업을 지목했다. 업계와 정부가 ‘택배 쉬는 날’ 등 택배노동자 처우 개선 대책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현장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책 일환으로 지난 8월 14일 국내 택배 사업이 시작된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었던 '택배 없는 날'이 운영되면서 이날 대형 택배사들의 택배 배송이 중단됐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이 급증해 택배 기사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물류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롯데택배, 한진, 로젠택배 등 4개 택배사는 배송 기사들의 휴식을 위해 이날 하루를 ‘택배인 리프레시 데이’로 지정하고 택배 배송을 하지 않았다.구조적으로 택배사가 업무를 멈추는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평일 휴가를 얻기 어려운 택배 근로자를 위한 조치였다.

정부와 택배업계는 올해 외에도 매 년마다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해 모든 택배 기사가 쉬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택배기사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특수고용직 14개 직종에 포함되지만, 본인이 신청하면 보험 적용에서 제외된다.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은 보험료 부담을 기피하는 사업주의 요구에 따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 택배사 위탁운영제 기사들은 개개인이 특수고용직 종사자이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대한 법적 제약이 없어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

3. 코로나 직격탄맞은 대형마트 … 부실 점포 '폐점'

코로나19 펜데믹 상황 속 매출 직격탄을 맞은 대형마트들은 올해 운영 효율성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부실 점포들을 정리했다.

먼저 롯데쇼핑이 점포 구조조정을 거치며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 롭스 매장 등 99곳의 문을 닫았다.

앞서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백화점 5곳, 마트 16곳, 슈퍼 75곳과 롭스 25곳 등 실적이 좋지 않은 121개 매장을 매장을 폐점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 중 백화점 1곳, 마트 12곳, 슈퍼 63곳, 롭스 23곳 등 99곳의 문을 닫았는데, 당초 계획한 수준의 80%가량 되는 점포를 정리했다.

롯데쇼핑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연결기준 12조22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646억원으로 절반 이상인 57.2% 급감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부진한 점포들을 정리하면서 일부 실적 개선효과가 났다.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의 700여개 점포 중 약 30%인 200여개를 3∼5년간 순차 정리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지난 6월 오프라인 유통업 경제 침체로 매출 감소 등 사업 지속에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안정적인 사업 개선을 하기 위해 매장 자산유동화를 진행하며 점포 정리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올해 안산점과 대전탄방점, 대전둔산점과 대구점의 매각을 확정지어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달 안산점의 매각 작업을 완료했다.

한화 갤러리아는 지난해 수원점에 이어 올해 천안점과 광교점을 매각했다. 이에 따라 갤러리아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서울 압구정동 명품관, 대전 타임월드 등 2곳만 남게 된다.

4. '가정간편식(HMR)' 급성장 … 호텔·백화점도 가세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가정 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했다. 가정간편식은 가정식 형태의 완전 조리 또는 반조리 제품으로 햇반, 카레, 냉동식품, 컵밥, 국·탕 요리에 이어 최근에는 식재료와 양념 등을 세트로 제공하는 '밀키트(Meal Kit)' 상품까지 다양하다.

가정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은 음식을 간편하게 만들어 먹는 수요가 많은 1인 가구 증가와 가정용 에어프라이어 보급 덕분이다.

이와 같은 추세에 맞춰 급성장하는 HMR 시장에 콧대 높던 호텔과 백화점까지 가세해 시장 대열에 합류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중식당 '호경전'의 대표 메뉴를 재현한 밀키트 제품 '조선호텔 유니짜장'과 '조선호텔 삼선짬뽕'이 출시 100여 일 만에 판매량 10만개를 기록하자 판매처를 쓱닷컴 새벽배송에서 전국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이베리코 목살 김치볶음밥과 스파이시 타이 해산물 볶음밥 등의 밀키트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밀키트 전문기업 '프레시지'와 손잡고 '63 다이닝 키트(63 Dining Kit)'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63빌딩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고급 식자재를 그대로 담아낸 프리미엄 밀키트다. 양갈비 스테이크와 얼큰 소고기 전골, 설악황태진국 등 3종류 메뉴로 구성됐다.

롯데백화점은 10월부터 본점과 잠실점 등 수도권 점포에서 홈파티를 겨냥한 스테이크 밀키트 11종을 판매한 데 이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는 '그레이터 오마하 티본스테이크 밀키트'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5. 코로나19 사태 ‘마스크 대란’

지난 1월부터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감염병 확산 방지 차 마스크를 찾아 품귀 현상이 일어났고 국내에도 이른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전세계적 마스크 품귀현상에 한국에서도 마스크 공장 중 일부는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재기를 통해 수익을 냈다. 마스크는 사재기를 거치며 가격이 솟구쳤다. 수요는 많으나 공급은 부족한 터에 정부는 지난 3월 마스크 해외수출 금지령을 내리고 국내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며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고, 1주당 1인 2매 판매 제한 등의 방안을 내보였다.

이후 6월 1일 마스크 5부제 폐지를 거쳐 7월 11일 공적마스크 제도는 최종 종료됐다.

6. 유통업계 인사 ‘칼바람’ … 고강도 조직 쇄신 나서

유통업계는 올해 대대적인 인사 단행을 통해 조직 쇄신에 나섰다.

롯데는 올해 대대적인 인사 진행을 통해 임원수를 기존 대비 80% 수준으로 축소시켜 약 100명의 임원을 줄였다. 또한 임원 직급 체계와 직급별 승진 연한도 축소 및 폐지했다. 롯데마트,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대표에 50대 젊은 임원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이와 더불어 임원과 함께 직원 규모도 축소했다. 롯데쇼핑은 전년 말 기준 2만5298명이였으나 올해 9월 말 기준 2만3304명으로 1994명 감소했다.

이마트는 앞서 지난해 컨설턴트 출신 강희석 대표를 신임했었는데, 강 대표를 올해 SSG닷컴 겸임 대표로 앉히며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에 주력한다. 아울러 임원수도 10% 가량 줄였다. 또한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인사에서 전체 임원의 20% 가량을 퇴임시키고, 본부장급 임원을 70% 이상 교체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소폭 임원 감소를 단행하고, 대표이사를 모두 50대로만 선임하는 등 젊은 인재 키우기에 주력할 의지를 보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선호에 따라 조직 슬림화와 젊은 인재는 향후 인사에도 꾸준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7. 롯데온, 계열사 7개 통합해 출범

롯데쇼핑은 지난 4월 27일 ‘롯데온 전략 발표회’를 열고,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등 롯데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을 같은 달 28일 출범했다.

롯데온은 상품 속성을 400개로 세분화하고 약 3900만명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개인의 취향에 꼭 맞는 제품을 제안한다. 롯데온을 이용하는 고객은 롯데마트 풀필먼트 스토어의 '바로배송'이나 롯데슈퍼의 '새벽배송', 7000여 개 롯데그룹 매장의 '스마트 픽' 등 배달 서비스 중 원하는 배송 형태를 선택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주문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점포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단골 매장의 혜택만 모아 보여주는 코너를 별도로 마련했다. 이를 통해 각 매장의 매니저들은 자체적으로 현장에 걸 맞는 온라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8. GS리테일-GS홈쇼핑 합병… GS그룹, 주력 사업 변화

최근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을 발표하며 주력 사업에 대한 변화를 준비하고, 디지털 시대를 대비한 신성장 동력 찾기 대응에 나섰다.

그동안 GS그룹의 주력 사업은 정유·화학이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업황이 어려움을 겪자 개선에 나선것이다.

GS그룹은 지난 11월 10일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이사회를 열고 합병 결정을 내렸다. 두 회사는 기업 결합 심사와 2021년 5월 개최 예정인 양 사의 주주 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7월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GS리테일이다.

합병법인 GS리테일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플랫폼'을 목표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하고, 로얄고객 확보 및 상품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GS리테일은 통합 플랫폼을 중심으로 집결되는 고객·상품·물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IT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번 합병 결정은 오프라인 유통에 강점을 가진 GS리테일과 온라인 모바일 커머스에 강점을 가진 GS홈쇼핑의 결합을 통해 치열한 유통업계의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선제적 조치다.

9. 아마존, 11번가 통해 韓 진출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美 IT 기업 아마존이 SK텔레콤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 지분 인수를 통해 한국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 아마존은 11번가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대 30%까지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지분은 기업 가치 평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 추진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은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 이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협력을 추진하고 11번가에서 소비자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마존 측은 "한국의 대표적 e커머스 사업자인 11번가는 우리의 '고객제일주의(Customer Obsession)'를 공유하고 있다"며 "11번가와 협력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혜택과 독보적 구매경험을 제공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앞(사진=뉴시스 제공)

10. 일본 불매 운동 ‘NO JAPAN' 장기화 여파 … 유니클로 명동 폐점 예정

국내 최대 규모 유니클로 매장 명동중앙점이 내년 1월 말 폐점한다.

유니클로는 지난 4일 공식 홈페이지에 국내 최대 규모인 명동중앙점을 내년 1월 31일까지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2011년 11월 명동역 7번 출구 앞에 연 명동중앙점은 4개 층, 약 1200평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개점 첫날에만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유니클로의 상징적인 점포다.

반일 불매 운동으로 인한 매출 하락과 더불어 코로나19 여파로 명동 상권이 몰락 위기에 놓이자 유니클로 역시 명동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 비효율 매장 정리를 서두른 것으로 보여진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불거진 반일 불매운동의 핵심 브랜드로 거론되며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2019년 187곳이었던 매장은 현재 165곳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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