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계의 ‘큰 별’ 이건희 회장 타계...재계 총수 세대교체 가속 '3·4세 경영' 등 숨가빴던 1년

 

[FE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올해 초부터 불어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산업계는 유례없는 고난의 행군을 이어갔고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등 업무환경도 변화했다. 또 상법·공정거래법·노조법 개정안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경제계의 고심이 깊어진 한해였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이건희 삼성전자회장의 타계로 창업 1·2세 시대가 저물고 3·4세로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한 한해이기도 했다. 2020년을 마무리하며 올해 산업계 10대 뉴스를 선정해봤다.

1. 한국경제계의 ‘큰 별’ 이건희 회장 타계

한국경제계의 큰 별 이건희 삼성그룹(전자) 회장(1942년생)이 지난 10월 25일 향년 78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이 회장은 1966년 10월 동양방송에 입사해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해 중앙일보와 동양방송 이사, 삼성물산(주) 부회장, 중앙일보 이사를 거쳐 1987년 12월 삼성그룹 회장이 됐다. 삼성전자 회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경영 퇴진까지 임기 동안 매출액 11배, 영업이익 75배, 주식 시가총액 140배로 삼성을 키워냈다. 이 회장은 삼성 경영진의 반대로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후 아버지 이병철 회장을 설득해 그룹 차원의 투자를 이끌어내 ‘삼성(SAMSUNG)’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렸다. 정재계는 이 회장의 별세는 대한민국의 큰 손실이고 그의 경영리더십을 정부가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직에 오르는 것은 수순만 남았다. 2012년 12월 부회장에 승진한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별세 이전에도,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등 재계 4050 총수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사법적인 판단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회장 취임은 어려운 상황이다. 혹시라도 사법적인 판단 결과가 삼성의 희망과 다르게 나오면 그 시기는 더 뒤로 늦춰질 수도 있다.

2. 코로나19 장기유행 ‘언택트 재택문화’

코로나19는 일상은 물론 직장문화도 크게 변화시켰다. 집단감염 예방 차원에서 기업들이 실시한 원격, 재택근무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정착되면서 언택트 재택문화가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의 반대 의미를 가진 신조어로 흔히 비대면으로 일컬어진다. 한국사회에서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트코리아 2018’에 소개 되면서 주목 받았다. 이 용어는 기술 혁신에 따른 비대면 라이프스타일의 강화를 골자로 한다. 언택트로의 변화는 사실상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젠가는 도래할 생활양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을 경험하며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변화를 맞이했다는 것이 학계나 산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동영상, 핀테크 등의 영역에서는 이미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또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미래기술 역시 코로나19를 촉매제 삼아 빠른 발전과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언택트로의 전환은 소비자들 역시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감염병으로 인해 반강제적인 사회적 단절을 경험한 소비자들에게 언택트 산업은 생활 속 깊이 퍼져 나갔고 이는 곧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3. 巨與가 밀어붙인 기업규제 3법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경제악법이 최근 무더기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거대 여당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경제계의 호소를 외면한 채 반기업·친노동 법안을 막무가내로 통과시켰다. 재계에선 “내년 경영이 시계 제로 상태”, “내년 3월 공포의 주총을 맞이할 것”이라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개정 상법에는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가득하다. ‘3%룰’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하는 것으로 ‘1주 1표’라는 자본주의 근간을 흔든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평균 30.4%인데, 3%룰 적용 때 의결권 행사 지분율은 5%대로 뚝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21.2%에서 12.5%로, 현대차도 29%에서 8.6%로 쪼그라든다. 국내 간판 기업들조차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고 기업 핵심기술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기업을 괴롭히는 규제는 끝이 없다. 모회사 지분 0.5%만 있으면 자회사 임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는 소송 위협과 남발로 이어질 우려에 놓여 있는 등 경영계는 시름에 가득찬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4. 부동산 고공행진…‘3040 영끌’에 규제마저 무색

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시에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6.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주춤하던 집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이 침체되면서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오히려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크게 늘어났고, 주택 공급 부족 우려 속에 20~30대 젊은 층의 이른바 ‘패닉바잉’(공포심에 의한 구매) 현상이 집값을 끌어올렸다. 정부는 수요 억제을 위한 6·17대책, 7·10대책과 규제지역 지정을 통해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잦은 규제가 오히려 시장 내성을 키워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5. K방역 선봉장 진단키트 ‘치료제 개발’ 열풍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한국산 진단키트가 빠르게 전 세계로 보급되면서 K방역의 위상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 제품이 쏟아져 나왔지만 품질력을 인정받은 한국산은 후속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산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세계 코로나19 확산세에 힘입어 올 들어 11월까지 2조5000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최근들어 잇따라 나오고 있는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낭보도 진단키트 업계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진단키트 수출액은 연내 3조원 돌파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1분기 만해도 2500만 달러에 그쳤던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액은 4월 2억200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증감을 1억 달러대를 유지하다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째 증가세를 이어오는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적극적으로 코로나19 진단키트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식약처로부터 수출용 허가를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는 73개였지만, 지난 11월 말 221개로 3배 이상 늘었다. 허가 신청을 내고 대기 중인 업체도 있는 만큼 이달 중에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6. 젊어지는 재계총수 ‘3·4세 경영’ 시대

삼성을 비롯한 현대차, LG, SK 국내 4대 그룹이 모두 40~50대 젊은 오너 체제 진용을 갖추며 재계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부회장의 3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 모두 3·4세 시대가 시작됐다. 재계에서는 오직 성장을 목표로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창업주나 2세대와 달리 실리와 합리를 추구하며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경영스타일로 성장을 모색하는 3·4세 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맞물린 연말 재계 인사 트렌드 역시 ‘오너 경영’이다. 3·4세대 오너들이 속속 자기 진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혁신과 실용을 강조하는 젊은 오너들의 과감한 리더십이 빛을 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이 선대업적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계 리더로 자리매김하며, 새로운 동력을 찾아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7.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전 ‘세계10위’ 출범 눈앞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며 전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국적 항공사’가 출범할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고 합병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연내 계약금 3000억원과 영구채 3000억원 등 6000억원을 아시아나에 투입하고, 내년 1분기 중 중도금 4000억원을 납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성사되면 여객, 화물 운송 규모에서 세계 7위권 항공사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번 통합에 따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 통합을 주도한 KDB산업은행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 산은이 확보하는 한진칼 지분이 조원태 회장의 우호 지분이 되면 조 회장 측 지분율이 경쟁 중인 ‘3자 주주연합’의 지분율 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인수를 통해 노선망, 항공기, 공급규모 등 주요 지표에서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또한 인천공항의 여객과 화물의 연결 네트워크가 강화되어 허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는 등 아시아 대표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국제공항 경쟁력 강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8. SK하이닉스, 반도체 종주국 미국의 인텔 인수

SK하이닉스가 미국을 대표하는 인텔의 메모리 사업 부분을 인수하면서 그간 약점으로 꼽혀왔던 낸드플래시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메모리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뒤쫓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인텔 인수로 메모리 분야에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확보, 반도체 시장에서 가격 변동에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는 올해 최고의 인수·합병(M&A)이자 한국 자본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로 꼽힌다. 인수 대금만 총 10조3000억원에 달해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SK그룹은 인텔 사업부 이전 작업과 함께 또 다른 대형 M&A에 대한 검토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유럽 내 반도체 관련 기업과 협의가 진행 중인 것. 인텔과 M&A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SK하이닉스는 유럽 내 반도체 기업 수 곳의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과의 빅딜 이후 SK그룹이 1조원대 규모 이상의 유럽 내 반도체 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분야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기존 반도체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보강하기 위한 작업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9. 이통사 ‘종합 ICT’로 ‘탈(脫)통신’ 승부수 던져

올해 전 산업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 코로나19 사태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체질 변화를 가속화했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산에 따라 주력인 무선사업 매출이 정체된 반면, 비(非)통신 사업의 성과는 날로 높아지면서 이통 3사 모두 종합 ICT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SK텔레콤은 뉴비즈 사업인 미디어, 보안, 커머스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는 스마트홈(IPTV·초고속인터넷) 사업 매출이, KT는 IPTV, AI·DX 사업 매출이 각각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10. 대한민국 지상방위력을 한눈에 ‘DX코리아2020’

대한민국 방위산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인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20’이 서울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다. 격년으로 열리는 이 전시회는 올해로 4회를 맞았다. 올해도 직전 행사와 변함없이 한화 방산계열사가 참가 기업 중 최대 규모의 통합 전시관을 마련해, 인공지능(AI)와 드론·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무기체계를 대거 전시했다. 이외에도 국내 방산 중소기업들도 새로운 무기 체계 및 지상무기 등을 선보이며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DX코리아2020 행사에서 <금융경제신문>은 미디어 후원매체로 선정돼 방위산업과 참가기업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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