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피해 예방 대책으로 교육과 홍보 꼽아
보이스피싱 종합 대책 수립할 컨트롤타워 필요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취약계층 불법사금융 시장 내몰리는 것 우려 돼"

▲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사진=금융경제신문)
▲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사진=금융경제신문)

[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코로나의 위험성과 정보를 알리는 재난 문자는 하루에 수십 통씩 오는데 수년째 피해가 줄지 않는 보이스피싱은 왜 이렇게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수능에 금융상식 1~2문제만 출제해도 청년층의 금융지식 부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들이 상당수 해소될 것 입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동통신사를 시장점유율 감안, 순위를 매겨 공개하면 어떨까요"

자타가 공인하는 보이스피싱 전문가의 아이디어는 기발했고 그의 현장 경험이 녹아있어 흥미로웠다. 

한때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여의도 금융가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조 원장은 금융감독원 재직시절 저축은행 부실 사태,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 등을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밀어붙여 금융사들을 벌벌 떨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금융업계의 굵직한 사안들을 해결해 온 그를 보이스피싱 전문가로 알린 것은 지난 2015년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목소리를 공개한 '그놈 목소리'를 기획하면서 부터다.

당시 '그놈 목소리'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목소리를 그대로 방송에 노출해 범죄자들에게는 압박감을 주면서 대중들에게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높여 보이스피싱 피해가 크게 줄어드는 성과를 냈다. 그 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도 보다 약 700억원이 줄었고 조 원장은 이듬해 성과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했다.

2016년을 마지막으로 금감원을 떠난 그는 현직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 소외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며 서민금융연구원을 직접 설립해 현재까지 원장을 맡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대사로 위촉돼 정부의 대책수립과 시행에도 참여하면서 보이스피싱 예방에도 여전히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난 그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고 교모해지고 있는데 전문가로서 효과적인 대안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우선,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그놈 목소리'를 기획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그놈 목소리'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처음 보이스피싱을 막는 대책을 수립할 때 교도소를 직접 찾거나 막 출소한 사기범들을 먼저 만났다"고 회상하면서 "범죄자는 항상 한발 앞서서 진화하기 때문에 사법·금융당국이 이를 완전히 소탕하는 것은 힘들고 또한, 이들의 조직 본거지가 중국 등 해외에 있기 때문에 가지가 아닌 몸통을 잡으려면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이유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홍보나 교육이 효과가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새로운 보이스피싱 수법이 나올 때마다 어떻게든 국민들에게 빠른 시간 내에 알려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강조했다. 특히, 보이스피싱 사기에 취약한 노년층과 청소년들에게 집중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최근 청소년 금융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각종 강연을 통해 청소년들과 활발히 소통해온 조 원장은 최근 한 비영리 청년단체가 선정한 '올해의 금융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청년층이 사회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융지식과 올바른 금융생활을 너무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며 "민간에서도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하지만, 공교육에서 금융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수능 시험에서 금융지식이나 금융사기 대처법 등을 1~2문제 출제하는 방안을 아이디어로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보이스피싱 해법으로 이동통신사 등 통신업체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금융사들이 보안강화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는 것처럼 보이스피싱이 전화나 메시지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기인 만큼 이동통신사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정부가 통신사들 별로 시장점유율을 감안해 보이스피싱 사기 신고 건수를 공개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이렇게 되면 아마도 통신사들이 자발적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민간의 경쟁을 유도해 당국의 수고를 덜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금융회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지연인출제'를 강화를 주장했다. 일정 금액의 이상의 현금을 찾을 때 고객이 1~2시간 전에 은행 영업점에 방문 예약하게 하고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경우 경찰과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면 검거율도 높이고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 원장은 결국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려면 금감원, 경찰, 금융사 등의 공조가 필요한데 보이스피싱에 대응할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권한을 위임 받은 전문 대책반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보이스피싱 예방과 근절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할 컨트롤타워 부재가 아쉽다"며 "장기적으로 꼭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 원장은 올해 하반기 예정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인하 취지는 공감하지만 법정 최고금리가 내려가면 분명히 불법사금융으로 몰리는 이들이 생길 것"이라며 염려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계속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득을 보지만, 분명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처럼 법정 최고금리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이자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편익과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려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냉정하게 비교해봤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민금융연구원은 최고금리를 기존보다 4%포인트 낮췄을 때 대부업체 이용자의 이자 감소액은 연간 최소 1110억원에서 최대 1560억원으로 추정한 반면, 대부업체에서 퇴출되는 저신용자의 부담액은 연간 5205억원에서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있다.

조 원장은 정부에서 이자율을 법으로 규제하기보다는 민간의 대출 비교 서비스, 대안신용평가 제도 등을 활성화 시켜 대출금리를 낮추고 개인회생, 개인 워크아웃 등 신용회복지원제도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인터뷰 막바지에 '정치의 꿈'에 대한 질문에 조 원장은 "의원실을 통한 입법 추진이 힘든점이 많아 직접 입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면서 "허락되는 곳에서 서민금융 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조 원장은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서민금융전문가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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