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인사에서 채용비리 연루된 직원 2명 승진
노조, "금감원이 과연 정의란 것이 있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정기인사에서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을 승진시키면서 노조가 윤석헌 금감원장을 거세게 비판하는 등의 관련 후폭풍이 일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전날 성명을 내고 "윤석헌 금감원장의 유일한 공헌이라면 '교수가 관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뼈아픈 경험칙을 가르쳐준 것"이라며 윤 원장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이어 "(인사권자는) 새로운 원장으로 비(非)관료를 고집하지 말길 바란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윤 원장은 오는 5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윤 원장은 최근 정기인사를 실시하면서 승진자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금감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올해 정기인사에는 감사원 감사결과 채용비리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는 두 직원이 승진자 명단에 올랐다. 

금감원은 A팀장을 부국장으로, B수석조사역을 팀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했는데 이번에 승진한 A부국장은 지난 2014년 인사팀 근무 시절이던 금감원 변호사 채용과정에서 전 국회의원 아들인 임모 변호사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채점 기준을 변경하는 등의 특혜를 줬다가 '견책'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B팀장 역시 지난 2016년 신입사원 채용에서 김 모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아들이 필기시험에서 탈락했음에도 채용 예정 인원을 부당하게 늘려 합격시킨 사실이 적발됐고, 학력을 허위 기재한 응시자를 탈락시키지 않고 오히려 면접에서 다른 지원자에 대한 세평을 조작해 합격시키는 등의 행위를 저질렀다. 그는 민원 처리 전문 직원을 채용할 때는 특정 응시자의 면접점수를 조작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2017년 금감원 감사 결과에서 B팀장의 비리 3건을 합건해 문책할 것을 요구했고, 금감원은 B팀장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들이 승진자 명단에 오르자 노조는 "금감원을 적폐집단으로 전락시켰던 채용비리 연루자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승진했다"며 "채용비리 여파로 무고한 직원들은 3년째 승급제한과 성과급 등 임금 삭감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정작 채용비리라는 중대범죄를 저질러 전 직원을 고통에 빠뜨린 자는 승진하다니 금감원이 과연 정의란 것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의 채용비리 연루자 승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A부국장은 지난해에는 3급에서 2급으로 승급했고, 실장급으로 지방 파견 중인 C실장은 본원 자금세탁방지실장으로 영전하기도 했다. C실장은 2016년 변호사 채용 시 A부국장과 함께 청탁 대상자에 대한 점수를 상향 조정해 부정하게 합격시킨 것이 적발돼 '견책' 징계를 받은 인물이다.

아울러, 채용비리에 연루돼 이미 퇴직한 직원들도 고려휴먼스 대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 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장 등으로 옮겨 요직을 맡으면서 금감원 안팎의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이들의 승진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채용비리 당시 A부국장과 B팀장은 실무자로서 상부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사법처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대신 내부 징계를 받는 것으로 정리됐는데 A부국장과 B팀장이 각각  '정직', '견책' 처분을 받으면서 한동안 승진심사에서 누락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이 근무평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채용비리의 엄중함을 고려 상당 기간 승진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 이번엔 승진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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