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올해 실손의료보험료 인상폭은 최소 14% 최대 20%가 한도였다. 두 자릿수 인상까지 안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난해 연말까지 손보업계 의견이었지만 결국 4세대 실손 의료보험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금융당국에게 먹혔다.

그러나 복병은 갱신보험료였다. 5년 주기로 오르는 성격 탓에 갱신 시즌만 되면 폭탄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사태까지 겹쳤다. 많게는 최대 4배가 상승하는 통에 실손 의료보험료로 체감되는 부담감이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벌써부터 여론은 실손 보험의 무용론을 외치고 있다. 막상 치료 받아 보험금을 받으려고 해도 보험금 지급이 막히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수술 보험금도 메스로 수술 안했다고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세상이다.

보험료를 내도 그만큼 보험금 받기가 어려우니 계륵 같다는 소리도 나온다. 그래서 시민단체나 보험업계에서 나온 주장이 실손 의료보험을 완전히 폐지하자는 말이다. 아무리 과잉진료를 잡고 의료쇼핑을 막는다 해도 손해율 악화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케어가 시행을 앞뒀을 땐 막대한 비급여 비용이 급여화 되면서 과잉진료의 주범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비급여의 급여화로 수익이 감소한 병원들은 새로운 치료법을 발굴해 새로운 비급여 치료를 늘렸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도 대놓고 말은 못해도 실손 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할 수단으로 생각하고 만들었어야 하는데 단순 보조적 수단에 머물게 설계해 출시한 게 오히려 과잉진료 및 의료쇼핑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보며 실손 의료보험 폐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는 더 나아가 실손 의료보험료를 그대로 국민건강보험료로 내면 더 많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의견만 듣는다면 쉽게 의견 합치가 되는 것 같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국가에서 돈을 가져간다는 것만으로도 세금이 올라간다고 여기는 국민이 많아서다.

문제는 실손 의료보험을 완전히 없앴다 치고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이 이를 완전히 대체했을 경우를 따라올 부작용이다. 병원도 환자도 결코 기존 자신의 패턴을 완전히 바꾸기란 쉽지 않다. 세금은 올리기도 쉽지 않아 다수의 반발을 가져오며 국가 재정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

일본이 정확히 1990년대 후반에 그랬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국가는 무상으로 진료를 한다고 약속하며 국가 보험으로 보장을 이어갔는데 고령인구는 줄지는 않고 증가하다 보니 재정 부담이 점차 커져갔다.

나중에 도저히 감당이 안 되자 간병부분을 보험사에게 개방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아직도 완전보장 혜택을 없애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 일본 정부의 재정 악화를 급격히 부른 주범으로 지금까지 손꼽히고 있다.

한국도 이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인구구조로 나아가고 있다. 문재인 케어로 그나마 대중적 비급여 치료가 급여화로 손쉽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됐지만 비급여를 관리 못한 대가를 실손 의료보험도 공보험도 톡톡히 치루고 있게 됐다.

그나마 최근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비급여 관리를 금융당국과 복지부가 나서 과잉진료 논란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성폭력 의사 면허 박탈하라는 의료법 개정하나만으로도 의사협회 몽니를 보는 상황에서 얼마나 높은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나 과거와 달리 국민들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는 점에서 올해가 지나갈 때 즈음엔 실손 의료보험 폐지 이야기가 들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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