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기업윤리’는 경영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분과로 손꼽힌다. 기업윤리란 “기업이 이윤 추구 과정에서 지켜야 할 윤리”를 뜻한다. ‘이윤 추구 과정’이란 기업이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인재를 채용하고,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등 비즈니스 전 과정을 일컫는 말인데, 기업윤리란 바로 그 과정에서 기업이 지켜야 할 도덕적 책임을 말한다.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의 저자 모리타 켄지는 “도덕적 성장을 이룬 사람들 대다수는 일의 성과도 이전보다 나아졌다”며 18세기 에도 시대의 일본 사상가 이시다 바이간의 ‘석문심학’(石門心学)을 바탕으로 기업 경영을 파악한다. 석문심학이란 일반 대중을 위한 “실천적인 도덕, 생활철학”을 말한다. 오늘날에는 경영학에서 기업윤리를 설명할 때 종종 인용되고 있다.

책은 이시다 바이간의 ‘석문심학’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애덤 스미스, 피터 드러커 등 서양 사상가들을 끌어오며 그의 사상에 대해 비교·분석한다. 2장에서는 애덤 스미스 저서 ‘도덕감정론’을 바탕으로 그와 이시다 바이간에 대해 다룬다. 두 사상가 모두 일정 수준의 사익 추구는 스스로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 덕분에 개인이 반드시 공공의 이익 증대를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반면, 이시다 바이간은 매번 경제활동에 있어 이를 염두에 둘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지금, 왜 도덕적 기업을 말하는가?”라는 물음 안에 있다. 저자는 지속적인 발전을 하려면 ‘도덕력’(道德力 : 사람의 마음속에 도덕이 작용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임금을 받고 일하더라도, 회사가 직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혹은 직원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정신 상태는 달라진다”는 것.

즉 회사가 직원에게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하더라도 회사가 직원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부품으로 생각하고, 반대로 노동자가 회사를 잠깐 머물다가는 나무 그늘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는 말이다. 저자는 회사와 직원의 상생을 위해서 도덕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오늘날의 기업은 도덕보다는 법률과 규칙을 우선시해 조직 사회가 그만큼 경직돼 있어서 창조적인 혁신과 발전이 어렵다고 진단한다.

결국 답은 도덕력을 바탕에 둔 ‘사람중심 경영’에 있다. 저자는 “실패한 경영자의 대부분은 단순히 수치만을 바라봤을 뿐, 직원의 본성을 파악하는 데 소홀했을 것”이라며 “상품 가격, 원가율, 매출 등의 수치를 정확히 알고 분석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직원은 모두 한 번뿐인 인생을 살고 있는 인격체다. 개개인의 얼굴을 바라보고 각자의 본성을 이끌어내는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기업의 장기 성장을 실현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모리타 켄지 지음/매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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