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 연루자 승진에 반발
금감원 노조, 윤 원장에 사퇴 요구

금융감독원 노조가 지난 3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헌 금감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사진=금감원 노조)

[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금감원 내부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채용비리 연루자 승진에 성난 노조는 연일 윤 원장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인사 적체, 불평등 인사, 밀실 인사 등 윤 원장의 임기동안 지속적으로 쌓여왔던 불만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동조합(노조)은 지난 3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은 채용 비리 연루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고 오히려 채용 비리 가담자를 승진시켰다"며 "(윤 원장은) 더 이상 금감원을 욕보이지 말고 자진 사퇴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노조와 윤 원장의 갈등은 노조가 지난달 22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게시하면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이때부터 노조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유일한 공헌이라면 '교수가 관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뼈아픈 경험칙을 가르쳐준 것"이라며 윤 원장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앞서 금감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올해 정기인사에는 감사원 감사결과 채용비리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는 두 직원이 승진자 명단에 오르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지난달 25일 금감원 정문 앞 항의집회 등 성명을 거듭하면서 비난 수위가 높아졌다. 이는 윤 원장의 연임만큼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8년 5월 3년 임기로 취임한 윤 원장은 임기만료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지만 최근 연임 가능성이 꾸준히 금융권과 정치권에서 나돌고 있다. 그동안 역대 금감원장 가운데 연임한 사례는 없지만 윤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 추진과 맞물리면서 발탁된 인사라는 점과 정부 입장에서도 금융개혁을 추진할 만한 후임자가 마땅히 없다는 점도 윤 원장의 연임설을 뒷바침한다.

현재 노조는 윤 원장의 퇴진 명분으로 채용비리 연루자 승진을 내세웠지만 내부에 쌓인 불만은 인사 적체, 특정 인사 요직 독식, 밀실 인사 등으로 주로 인사에 대한 불만이다.

노조는 윤 원장이 지난해 말 조직 개편과 인사 관련 내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이번에 승진한 A부국장은 핵심부서에서만 6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업계와의 유착을 막기 위해 2~3년마다 보직을 순환시키는 금감원의 인사 특수성을 고려할때 이례적인 인사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대립으로 연봉 삭감과 퇴직 후 유관기관 재취업 문이 좁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윤 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금감원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금융위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결국 금융위는 금감원의 올해 예산을 작년 대비 0.8% 늘어난 3659억원으로 책정했다. 당초 금감원이 지난해 대비 13% 증액을 요구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동결 수준이다.

윤 원장의 거취를 두고 금융회사들은 이번 기회에 금감원장의 교체를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진보학자 출신인 윤 원장은 특유의 강성 기조를 이어가면서 피감기관인 금융회사들은 감독당국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황이다. 특히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중징계하면서 적잖은 마찰을 빚었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CEO제재에 대한 압박감이 큰 편이다. CEO에 대한 중징계 제재로 경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고 감독당국의 제재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할 경우 반기를 드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서 윤 원장의 비난 여론이 늘어나면서 연임에는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 외부에서의 비판과 정치권의 흔들기 속에서 윤 원장의 핵심 동력이 내부지지였던 만큼 윤 원장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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