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민법 적용에 멍드는 증권가
민법보다 상위법인 금융업법 적용 힘들어
사모펀드 전수조사 당시 옵티머스 못 검증한 감독당국 책임론도
윤 전 금감원 국장 특경법 적용해 기소되기도

여의도 증권가 (사진=안다정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안다정 기자)

[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 2차 제재심을 앞두고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민법 제 109조에 규정돼있다. 금감원이 '계약 무효에 의한 전액 배상’ 논리를 앞세우는 가운데, 증권가를 중심으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옵티머스 가교운용사가 설립될 예정이지만 ‘구상권’ 청구 방식을 통해 환수할 수 있는 규모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금융당국은 옵티머스 제재심에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들어 100% 배상을 권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100% 배상 권고 당시에도 적용됐던 법적 논리로, 민법 제109조 착오취소에 규정돼있다. 

라임 증권사 제재심 당시에도 내부 통제 미흡을 들어 CEO에 대한 중징계안을 도출했지만, 징계안을 최종확정 짓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화(증선위)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관 제재 및 과태료 수위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금감원 제재심의 징계안이 무리한 수준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또 민법 적용을 두고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위법을 적용하지 못해서 근거를 찾느라 하위법인 민법까지 내려온 것”이라고 전했다. 

상위법인 금융투자업법의 적용이 힘들다는 점은 ‘착오 취소’의 논리가 상위법보다 미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모펀드 사태 제재심 당시 적용됐던 근거의 당위성이 약하다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법체계 상 민법 → 상법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자본시장법)에 관한 법률 순으로 상위법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하지 못하면 상법과 민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민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징계안에도 한계가 있다는 요지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이번에도 ‘착오 취소’를 들어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면, 사모펀드 판매 및 업계 위축도 불가피할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시점인 지난해 6월부터 증권업권은 사모펀드 자체 조사에 나서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및 환매가 중단된 펀드 판매사 등도 자산 회수를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라임 펀드 TRS 제공사인 KB증권 및 신한금융투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해피콜 제도를 도입하거나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권고에 따라 일부 라임 펀드 투자자에 대한 신속한 분쟁조정에 나서고 있다.

라임 사태뿐 아니라 옵티머스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옵티머스 환매 중단 후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매 중단 후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검찰 조사를 의뢰하고, 본사 내 자체 TF를 구성한 바 있다. 이후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과 수탁회사인 하나은행, 금융감독원과 협의해 TF를 구성한 후 지난 2월 28일 옵티머스 펀드 자산회수를 위한 가교운용사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이 업계의 자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금감원이 무리한 제재로 일관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업계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적용하려는 착오취소는 업계 입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옵티머스로부터 로비를 받아 기소된 윤 전 금감원 국장 사례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지난 2015년 금융당국 주도로 사모펀드 투자가 사실상 ‘공모’ 형태로 기준이 낮아진 데다, 투자 금액도 3억원→1억원으로 규제가 완화됐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금감원 주도로 사모펀드 검사가 3년 동안 지속됐음에도 잘못된 상품인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면피성 징계안을 도출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1월 말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주민철 부정검사)는 윤 전 금감원 국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당시 윤 전 국장은 하나은행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을 연결해 준 브로커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알선을 통해 4700만원을 받고 4500만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는 옵티머스 투자 유치 및 경매 절차 지연, 각종 대출 등과 관련해 금융기관 임직원을 소개해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검찰이 윤 전 국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이를 기각하는 등 옵티머스 관련 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다만 이번 금감원 제재심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들어 전액 배상을 권고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전 국장이 옵티머스와 금융기관을 연결해 주면서 금감원의 신뢰도가 저하됐지만, 판매사의 책임으로만 모는 것이 당위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모펀드 사태에서 판매사, 사무관리사, 수탁회사의 공동 책임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판매사에만 집중되는 책임론이 증권업권 전체에 ‘사모펀드 리스크’로 부각되는 등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판매사 때리기’가 과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징계안 도출로 인해 사모펀드 판매 자체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업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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