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고객사 3500곳 분석
대형우량주, 고배당주 쏠림 현상
해외주식 투자에선 국내주식 투자와 다른 패턴 보여

(사진=삼성증권)
(사진=삼성증권)

[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동학개미’에 이어 ‘동학법인’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증권의 자사 법인 고객을 분석한 결과 작년 한 해 법인 주식 매수 규모가 4배 가까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 ‘동학법인’, 1년 새 2배 늘었다

22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 고객 3500여개사의 투자현황을 분석한 결과 주식 매수 금액은 2019년 대비 415.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7~2019년까지 3년간 법인의 전체 주식 매수 금액의 합계를 뛰어넘은 수치였다.

올해 들어서도 증시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2월까지 월 평균 주식 매수 금액을 비교한 결과 작년 월평균 주식 매수 규모 대비 63.5% 늘었다. 이는 법인도 주식 매수를 확대하는 방향성이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주식 투자도 크게 늘었다. 2019년과 대비해 작년 기준 9배 가까이 해외주식 매수 규모가 늘었고,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해외주식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뿐 아니라 투자 법인 수도 늘었다. 작년 주식을 매수한 법인 수가 2019년 대비 2배 이상(1002곳 → 2097곳) 증가해 법인투자자의 주식투자 저변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동학법인’이 느는 이유는 부동산 규제 여파와 절대금리수준이 낮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 부담이 커진 부동산과 확정금리상품의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자금 흐름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주식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법인 고객인 한 자동차 부품 회사 CEO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격히 감소해 이익감소분을 충당하기 위해 금융자산 수익성을 높여 운용해야 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저금리 상품을 주식 등 기대 수익률이 높은 주식자산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유효했다”고 설명했다.

한상훈 삼성증권 영업솔루션담당은 “금리형 자산에 치중됐던 법인 운용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데에는 주식시장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향후 백신 보급이 확대되고, 경제 회복이 가시화되면 기업의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어지며 안정적인 주식 투자를 원하는 법인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법인, 대형우량주·배당주 투자 쏠렸다

법인 고객은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대형 우량주와 배당주를 끌어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고객의 국내주식 매수 상위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종목들로, 국내주식 상위 10개 종목에서 삼성전자, LG화학,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을 매수했다.

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75.7%를 기록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30.8%)의 2배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라, 상위 10개 종목의 경우 전체 시장(코스피, 코스닥)에 상장된 종목의 평균 배당 성향을 10%포인트 이상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고객은 안정적인 대형 우량주인 동시에 매년마다 배당으로 일정한 자금도 확보되는 고배당 성향 종목을 선호하는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주식과 달리 해외주식 투자 패턴은 달랐다. 대형우량주 위주인 국내주식 투자 패턴과 달리, 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작년 국내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 상위 50위에 들지 않은 종목이 4개나 포함돼있었다.

이는 법인이 자신이 영위하고 있는 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성장성 높은 글로벌 종목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증권 법인 고객사인 전자부품 제조업체 A사는 부품값 상승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전망해 해외 IT 업종에 분산투자한 후 투자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사재훈 삼성증권 채널영업부문장 부사장은 "단순 금리형 상품을 넘어 주식 등으로 운용 자산과 투자패턴이 다변화 된다는 것은 투자대상 선별과 사후관리, 관련 세제 등 법인고객이 원하는 관련 서비스도 복잡하고 다양화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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