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롯데온, ‘배송 속도’ 확보에 사활 걸어
이마트, 네이버와 함께 온·오프라인 시너지 확대
롯데쇼핑 “롯데온 ‘그로서리’ 부문 경쟁력 강화할 것”

 

[금융경제신문=한주경 기자] ‘유통 공룡’ 롯데와 신세계가 160조원이 넘는 이커머스 시장을 놓고 본격적인 대결에 돌입했다.

선두주자 네이버와 뉴욕증시 상장을 계기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선두 탈환’을 공언한 쿠팡이 1, 2위 싸움을 벌이는 사이 롯데와 신세계 모두 3위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지 않으면 점점 커지는 온라인쇼핑 생태계에서 ‘명함’도 못 내놓는 일이 벌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유통 공룡’으로 군림해온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입장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매장만 열었다 하면 고객으로 붐비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최근 오프라인 쇠퇴 속 확고한 시장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이마트 입장에서는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반(反) 쿠팡 전선’을 구축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거래액에서 밀리고 있는 롯데온과의 격차를 줄이는 게 먼저다.

롯데쇼핑 역시 출시 1주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을 위기에서 구해내야 하는 숙제부터 풀어야 한다.

백화점, 대형마트, 할인점, 테마파크, 야구 등 그라운드 내외로 펼쳐지고 있는 치열한 승부가 이커머스 업계로도 뻗치는 모양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지다. 양사는 23, 24일 잇따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품게 된다면 가장 큰 강점은 막강한 사용자 기반 데이터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이마트는 최근 신세계백화점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 네이버와 손잡고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혈맹을 맺었다.

신세계그룹의 이용 고객수는 2000만명에 달하고, 네이버 이용 고객수는 5400만명에 이른다. 양사는 이번 결합을 통해 45만명에 달하는 판매자도 확보하게 됐다. 더군다나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과 3000억원 규모 지분 교환으로 대규모 물류 협력을 맺었다.

이마트로서는 네이버와 손을 잡음으로서 단숨에 배가 넘는 고객수를 확보하게 됐다. 또한 네이버의 다양한 물류 파트너사들의 협력을 통해 지금의 새벽배송, 당일배송 서비스는 물론, 주문 후 2~3시간 내 도착하는 즉시배송까지 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까지 손에 넣는다면 이베이코리아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느린 배송 문제를 이마트-네이버의 물류 인프라로 해결하고, 3%대에 머물고 있는 SSG닷컴의 낮은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을 단번에 15%로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네이버쇼핑이 현재 17%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쇼핑-이베이코리아-SSG닷컴이라는 일명 ‘이커머스계 어벤져스’ 혈맹이 구축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쿠팡(13%)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또 다음달 20일부터 오픈마켓 시범 운영을 시작하는 SSG닷컴 입장에서는 사업 초기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입점 셀러 수 부족 문제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지난 2000년에 설립돼 한동안 국내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했을 정도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튼튼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는 셀러 수만 30만 명 이상이다. 셀러 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판매하고 있는 물건이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SSG닷컴은 셀러들을 모집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곧바로 사업을 본궤도에 올릴 수 있다.

1996년 6월 국내 최초로 인터넷 쇼핑몰 롯데쇼핑닷컴을 선보이며 이커머스 시장에 가장 먼저 발을 들인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된다면, 롯데쇼핑만이 가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노하우와 선구안으로 미래 먹거리를 개척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롯데온은 기존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의 식품 경쟁력을 대폭 강화해 이를 중심으로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가 공산품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롯데쇼핑에게 ‘롯데온’은 아픈 손가락이다. 지난해 4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조 원을 투자해 ‘롯데온’을 만들었지만 론칭 시작부터 트래픽 과부하, 검색 오류 등 기술적 문제를 겪었다.

22일 롯데쇼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사의를 밝힌 조영제 전 e커머스 사업부장(전무)을 자문역으로 발령내 사실상 경질하고 외부인사 영입에 나섰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롯데온 사업부장으로 추천받은 이들이 모두 고사하고 있어 신임 대표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도 현재의 상황에 불편해 하는 것으로 전해질 정도다.

롯데온은 지난해 이커머스 부문에서 137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백화점·마트·하이마트 등 이커머스 부문을 통합하기 전인 2019년보다 27%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948억원으로 전년보다 69% 늘었다. 매출은 줄어들고 적자는 늘어나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롯데온을 살리기 위해 이마트와 같은 전략인 배송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롯데온은 기존 롯데마트의 물류망을 이용해 주문 후 2시간 안에 물건 포장 및 배송까지 이뤄지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늘리기 위해 오프라인 점포들을 배송 거점으로 삼는 ‘스마트스토어’와 세미다크스토어‘를 확대할 예정이다.

바로배송의 속도를 한층 더 앞당길 ‘릴레이배송’도 시험대에 올랐다. 롯데온은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물류 스타트업 피엘지(PLZ)와 함께 ‘릴레이 배송’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배송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기존 배달기사는 지역 거점(CP)까지만 담당하고 이후는 ‘플렉서’가 인계한 물품을 자신의 오토바이·자전거·차량으로 주문자 집 앞까지 전달하는 방식이다.

롯데온 측은 해당 배송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 잡을 경우 배송 소요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최대 배송 가능 건수는 2배로 늘어나고 배송 가능 지역도 넓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온 관계자는 “‘릴레이배송’ 서비스가 새로운 배송 형태라기 보단 고객들에게 물건을 더 빠르게 전달해주기 위한 실험이다”며 “(서비스를) 계속 확장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퍼스트먼데이’ 등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세부적인 내용을 다듬을 것”이라며 “그로서리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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