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훈 "감사위 결과 상관없이 사임하겠다"
지난해 초 업무회의서 "룸살롱 갈 때 목표는 예쁜 여자", "예쁜 여자는 단가가 있다" 등 발언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사내 회의에서 부적절한 비유를 들어 논란을 빚은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지난 6일 오후 장 사장 발언과 관련해 자체 감사위원회를 개최했으나 장경훈 사장이 "감사위원회의 결과와 상관없이 회사에 누를 끼치지 않고 싶다"며 자진 사임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카드는 장 사장의 사의를 수용할 예정이다.

앞서 장 사장은 지난해 2월 임원과 부서장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카드를 고르는 일’을 ‘와이프를 고르는 일’에 비유했다. 이는 '평생 함께할 와이프 같은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이 과정에서 "룸살롱에 갈 때 목표는 예쁜여자", "예쁜 여자는 단가가 있다" 등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했다. 또한 장 사장은 직원들에게 “너희 죽여버릴 거야”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최근 이 당시 녹취록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장 사장에 대한 비판이 일었고 장 사장은 곧바로 "오해받을 수 있는 단어를 언급해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계속됐다.

5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은 서울 을지로 하나카드 본사 앞에서 장 사장의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판매 상품인 카드를 여성에 빗대 말하거나, 여성을 남성의 잣대로 급을 나눠 이분화하는 이런 발언은 장 사장의 낮은 성인지감수성과 인권의식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다"며 "장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사무금융노조 뿐만 아니라 하나카드 노조도 지난달 30일부터 대표이사실을 점거하고 장 사장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회사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갈수록 고조되자 이에 장 사장은 부담을 느끼고 전격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1993년 하나은행에 입사해 하나은행 리테일본부장, 하나은행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하나금융 그룹전략총괄 전무 등을 역임한 장 사장은 지난 2019년 3월 하나카드 사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하나카드는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과 업무 비용 절감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174.4% 증가한 15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러한 실적 개선에 힘입어 장 사장은 지난 2월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됐다. 연임이 확정되면서 장 사장의 임기는 내년 주총까지 1년이 남아있는 상태지만 '막말' 논란으로 결국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한편, 그는 지난해 1월 대규모 원금 손실 파문을 일으켰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3개월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되지만 장 사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징계 효력이 정지되면서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장경훈 사장은 하나은행이 한창 DLF를 판매할 때 당시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당시 하나은행장) 밑에서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직을 수행하며 DLF판매 독려를 총괄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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