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 역사 속으로” 26년 만에 누적적자 5조 폰사업 철수결정

LG, 아이폰 급성장·시장성 간과…계속 피처폰 시장 확대에만 매달린 게 패인
한 때 글로벌 3위서 후발 중국제조사 점유율에 밀려 현재 글로벌 점유율 1%대
6G, 사물인터넷 등 고려 모바일 기술 인력 유지

LG전자 글로벌 3위로 오르게 한 신화 '초콜릿폰' 후속제품. 2009년 모델들이 영국 런던 디자인박물관(Design Museum)에서 열린 블랙라벨시리즈 4탄 '뉴 초콜릿폰'의 출시 기념행사에서 '뉴 초콜릿폰'을 선보이고 있다.(사진=LG전자)
LG전자 글로벌 3위로 오르게 한 신화 '초콜릿폰' 후속제품. 2009년 모델들이 영국 런던 디자인박물관(Design Museum)에서 열린 블랙라벨시리즈 4탄 '뉴 초콜릿폰'의 출시 기념행사에서 '뉴 초콜릿폰'을 선보이고 있다.(사진=LG전자)

 

[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LG전자가 26년 만에 모바일 사업 철수를 선포했다. 이연모 MC사업본부장은 LG전자의 공식발표를 마치고 직원대상 사내설명회에서 3400여명의 직원들을 향해 “사업을 철수하게 됐다. 미안하다”며 사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피처폰 시대에 세계 판매량 3위를 자랑하며 삼성전자와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LG전자 MC사업부였기에 LG전자의 사업 철수 결정은 더 아프게 다가온다. 26년 모바일 사업 업력의 LG전자가 최종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하기까지 모바일 사업 영욕의 역사와 모바일 없는 미래전략을 들여봤다.

95년 휴대폰 시작해 세계 3위 정점까지

LG는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휴대폰 사업을 시작했다. 음성 기능 위주였던 휴대전화 시장에 LG정보통신은 삼성전자보다 두 달 앞서 다양한 부가기능에 데이터 통신까지 가능한 멀티미디어기기로 변모시키는 첫걸음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LDP-200’을 시장에 내놓았다. 당시 국내 휴대폰 시장은 이미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50%를 넘기고 있었지만 CDMA 상용화를 통해 토종 업체들의 위세가 더욱 견고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PCS의 등장하면서 국내 휴대전화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이후 ‘싸이언’이라는 브랜드를 내건 LG전자 등 후발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삼성전자를 추격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 휴대전화기의 진화에는 더욱 가속이 붙는다. 각종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면서 부가기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고, 디지털 카메라와 MP3플레이어에 버금가는 카메라폰과 MP3폰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이른바 ‘모바일 컨버전스’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이 변화를 주도한 것은 다름 아닌 국내 업체들. 삼성전자는 다기능 휴대전화기를 앞세워 노키아에 이은 세계시장 2위 자리를 놓고 모토로라와 격전을 벌였고, LG전자와 팬택앤큐리텔도 세계 10위권에 당당히 포진했다. 이 때(2000년) LG전자와 LG정보통신은 합병한다.

이후 LG전자는 프리웨이, 싸이언, 샤인, 초콜릿폰, 프라다폰, 김태희폰, 와인폰, 옵티머스 등 수많은 브랜드로 시장을 공략하며 넓혀갔다. 특히 2005년 내놓은 초콜릿폰을 기반으로 LG전자는 피처폰의 정점을 찍었다. 초콜릿폰은 1000만대가 넘게 팔리며 ‘텐밀리언 셀러’ 대열에 오르며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LG전자는 초콜릿폰을 앞세워 2008년 MC사업부 매출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14조1931억원, 영업이익은 76% 증가한 1조4242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전체 매출의 51%를 MC사업부가 차지했고, 영업이익은 LG전자 전체(1조2269억원)를 능가하는 성과를 냈다. 이어 2009년에는 매출 15조원을 돌파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세계 휴대폰 시장 조사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10.1%)를 달성하기도 했다. 출하량 12억2055만대로 3위를 차지했던 LG전자와 달리 애플(2489만대)은 당시만 해도 LG전자와 경쟁이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1·2위는 노키아(36.4%)와 삼성(19.5%)이었다.

초콜릿폰은 LG전자가 고급 휴대폰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는 발판이 됐고 오늘날까지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이어오게 한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초콜릿폰의 성공은 LG가 갖고 있는 한계였다. LG는 디스플레이, 반도체를 잇는 혁신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2005년 당시 LG는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LG전자 임원출신들을 불러 아이디어를 요구했다. 이 때 나온 게 프라다폰이었다. LG전자는 초콜릿폰과 프라다폰의 성공에 힘입어 세계 3위까지 오리긴 했지만 이후 혁신을 이루는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아성이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피처폰 성공신화에 매몰돼 트렌드 놓쳐

특히 LG전자 내부 직원들은 피처폰의 성공신화에 매몰돼 시대의 트렌드를 쫓아가는 데 소홀했다. LG전자에 한참 밀려 있던 애플은 2007년에 야심작인 아이폰을 처음 선보인다. 애플은 2007년 iOS 기반의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혁명을 주도해 나갔다. 하지만 LG전자는 스마트폰의 핵심인 UI·UX 개발을 게을리 했다. 시대의 아이콘이 된 아이폰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라 잡아 나갔다. 얼리 어댑터와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흐름에 경쟁사 보다 한발 늦게 합류한 뒤에는 부진을 면치 못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사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대표적인 사건이 LG전자가 외주컨설팅을 맡긴 ‘맥킨지 리포트’ 사태다. 아직도 컨설팅 업계에서는 LG가 맥킨지 리포트 보고서를 따른 것을 잘못된 컨설팅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LG전자는 2007년 스마트폰 진출을 고민하던 시기 맥킨지에 해당 시장 컨설팅을 의뢰했고, 스마트폰 시장을 과소평가한 맥킨지의 보고서를 맹신해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진출에 늦었다고 알려진 사건이다. 그렇지만 해당 책임을 맥킨지에 무조건 넘기기엔 경영진의 착오가 컸다. 실제 LG그룹은 최근 맥킨지와 다시 컨설팅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전직 임원들 사이에서도 “오해가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한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위기는 상명하달식 경영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며 “스마트폰 시장 진출의 실패를 맥킨지 컨설팅을 따른 남용 부회장에게 화살이 돌아갔지만, 최종 의사 결정은 오너 일가에서 이뤄졌기에 결국 오너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스마트폰 사업을 살리기 위해 구본준 당시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대규모 투자를 실시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초콜릿폰’ 신화 주인공인 조준호 사장이 이끈 스마트폰 사업도 10분기 연속 적자에 2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아이폰의 급성장과 그 시장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아이폰이 처음 선보인 스마트폰의 변혁의 잠재성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피처폰 시장 확대에만 매달렸던 것이다. 애플, 삼성전자 등이 디스플레이, 카메라, 부과기능 등 스마트폰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을 때 LG전자는 주변기기 탈부착 모듈형(G5), 후면 가죽 소재 사용(G4), 화면 회전 스위블(윙) 등 독특한 아이템으로 이목을 끄는데 집중했다. 아이디어는 참신했지만 LG폰은 내구성이 떨어지고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같은 사후 지원이 잘 안 된다는 본질적 문제 비판에 시달렸다.

당시 경쟁사였던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다양한 앱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어 내구성, 사후지원 등 보편적인 지원이 중요했는데 LG전자는 특화기능에 매몰돼 그것만 강조하고 기본기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시장에서 외면 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LG전자는 ‘휴대폰’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특장점을 파악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단순히 고급스러운 ‘외장’에만 신경을 쓰던 LG에 비해 애플은 휴대폰 속에 어떠한 것을 채워 넣을지 고민했고, 그 혁신은 스마트폰의 정체성을 오늘날까지 이끌고 있다. LG전자는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시대가 전환하는 그 트렌드의 맥을 짚어내지 못했다.

LG전자 출신 한 컨설팅 전문가는 "피처폰은 각종 아이디어나 디자인이 다른 수십개 모델을 단기에 개발해 이 중 몇 개를 성공시키면 전체가 이익을 얻는 구조지만 스마트폰은 장기적 안목에서 플랫폼의 안정성과 서비스 지속성이 중요한데 이런 스마트폰 중심 구조로 조직을 전환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도 모듈폰 G5나 윙 같은 모델 등 기본기 보다는 뭔가 특이(Geek)한 것을 추구하는 피처폰식 마인드가 나타나는 제품을 내놓으며 실패를 겪었다.

단순히 통신의 매개체가 아닌 문화와 철학이 교류하는 ‘정거장’이라는 스마트폰의 본질을 읽지 못했고 이는 ‘휴브리스’(hubris:과거 성공의 지나친 자신감에 빠져서 오만한 태도를 보이다가 파멸에 이르게 되는 영웅의 특성)의 모습으로 이어졌다.

마케팅 강화가 기술력 약화로

LG전자는 마케팅 드리븐 컴퍼니를 내세우며 또 다른 오판을 한다. 마케팅에 힘을 쏟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으로 돌아선 것. 마케팅 인력도 대거 늘리고, C레벨 9명 중 6명을 외국인으로 채용했다. CMO(마케팅), CPO(구매), CSCO(공급망관리), CGTMO(유통채널), CHO(인사), CSO(전략)가 모두 외국인 임원으로 채워졌다.

모든 회의는 영어로 진행하는 글로벌화(?)를 했고, 이때부터 회의에 들어가는 한국 임직원들은 언어의 장벽으로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대화가 힘드니 논의가 되지 않고 변화나 혁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는 게 당시 LG전자 임직원들의 얘기다. 뜻은 좋은데 현실에서 제대로 정착되기가 쉽지 않은 것이었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저서 ‘숫자로 경영하라 2’의 LG전자 편에서 “모 컨설팅 회사의 조언에 따라 마케팅에 치중하는 정책을 쓰면서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는 문제가 생겨 결국 스마트폰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2010년 후반기부터 어려움을 겪고 (2010년 9월) 남용 부회장도 물러났다”고 평가했다.

LG전자의 마케팅 드리븐 컴퍼니 전략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파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투입되는 자원이 줄어들거나 경쟁력이 약화돼서는 안된다.

LG전자 내부에서는 당시 LG전자의 자원이 한정돼 있다보니 R&D 보다 마케팅에 힘을 실었고, 스마트폰 대응도 늦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휴대폰 투자에서도 새로운 스마트폰을 투자한다기 보다 기존 피처폰에 대한 투자에 더 신경을 썼고, 기술보다 마케팅에 더 힘을 쏟아 미래 투자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비의 비율에 잘 나타났다.

LG전자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R&D) 비중은 2007년 1조5518억원(2006년 4.2%에서 2007년 6.6% 상승)으로 늘었다가 마케팅을 강화한 시점인 2008년 6.3%, 2009년 6.2%로 소폭이지만 계속 줄었다.

9월에 남 부회장이 물러난 2010년은 2조4800원(7.36%)까지 R&D 비중이 증가했지만 2년이라는 시간을 놓쳤다는 평가다.

LG의 오판 결과는 곧바로 찾아왔다. 2010년대로 넘어가자마자 LG전자 사업부에 내리막길이 찾아왔다. 2010년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최고점(73%)을 기록했던 해다. 2009년 말 출시된 아이폰3GS로 국내에도 스마트폰 보급이 시작됐고, 이어 ‘갤럭시S’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 그 전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LG전자 MC사업부는 2010년 영업손실 7088억원을 기록하며 무너져갔다. LG전자는 뒤늦게 절치부심하며 스마트폰을 빠르게 준비했지만 이 시장에서는 그동안 성공을 거뒀던 공략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잦은 리더십 교체로 전략일관성 부족

휴대폰 사업이 기울기 시작하면서 리더십 교체도 잦았다. 임원진의 잦은 교체로 리더십 부재도 한몫했다. 잘 안되면 사람 바꾸고 좀 있다 또 바꾸니 될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다. 위에선 단기성과가 나오기 바랬지만 안 되면 변화를 가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당시 MC사업본부장은 1~2년마다 바뀌었다. 2015년 이후 현재까지 조준호 사장, 황정환 부사장, 권봉석 사장, 이연모 부사장이 MC사업본부장을 거쳤다. 견디지 못한 핵심인력이 이탈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사업성과가 부진해 개발인력과 스텝을 타 사업부로 재배치하면서 1만명에 육박하던 MC사업부 인력은 3700여명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결과적으로 전략적 일관성이나 지속적인 투자도 이뤄지지 못했다. 윗선이 바뀌면 기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했고 오락가락 했다. 2010년 시작한 옵티머스 시리즈가 크게 성공하지 못하자 2013년 이를 버리고 G·V시리즈를 내놨다. 초기 반응이 좋았지만 이후 G4가 부진하자 만회하기위해 모듈형 스마트폰 G5를 내놨는데 배터리와 기기, 모듈간 단차 등 결함문제로 대실패했고 분기적자가 4000억원대로 불어났다. 지난해에는 다시 G·V를 버리고 다시 개별 브랜드로 돌아갔다. 지난 10년간 한결 같이 갤럭시 시리즈를 유지해온 삼성, 애플 아이폰과 대조된다.

LG가 카메라폰은 잘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그것이라도 일관되게 하드웨어를 특화시키거나 서비스를 발전시켜야했는데 흐지부지됐다. 음악 특화폰도 마찬가지고 찔러보다 접은 게 너무 많고 이도저도 아닌 꼴이 됐다.

이 과정에서 정작 스마트폰에 필요한 기본기는 소홀했다. 대표적인 게 사용자환경(UI/UX)와 SW 경쟁력이다. 삼성이 초기부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던 분야이지만 LG는 이를 등한시했다. 두고두고 소비자들이 LG폰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장기적 로드맵에 따른 방향성과 일관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없었고 매번 피처폰 개발하듯 했다. 결국 리더십과 비전의 문제였다.

결국 LG전자는 ‘자존심’처럼 지켰던 국내 휴대폰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ODM을 확대하는 등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도입했지만 뒤늦은 결정이 됐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LG전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지난 2019년부터 1%대로 떨어져 반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연모 부사장이 MC사업본부장을 맡으며 휴대폰 사업도 적자 폭을 줄여가기 시작했지만 이미 애플, 삼성의 양강구도가 고착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보다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에 또 한번의 기회올까

IT 전문가들은 LG전자가 다시한번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선을 잡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인 업계 분석은 이미 짜여진 판에서 흔들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부분의 목소리다.

휴대폰 시장에선 크게 2가지 변혁기가 있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진화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변화다. LG전자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진화에는 성공했으나, 스마트폰으로의 진화에 한발 늦었던 것이 뼈아픈 실기로 남아있다.

또한번의 시장 변혁기가 온다면 그 기회를 이용해 퀀텀점프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겠지만 현재 구도로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IT업계에선 현재의 위기가 단지 LG전자만의 위기가 아니라는 평가다. 기술적·수요측면에서 정체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 전체의 위기라는 것이다.

최근 언팩행사를 한 삼성전자 갤럭시 21에 대한 외신의 평가 중 “최고 혁신은 ‘가격을 200달러 낮춘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첨단 기술의 진화는 더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애플도 마찬가지다. 후발주자들이 치열하게 따라오는데 선두업체가 가는 길이 막다른 곳이라면 결국 따라잡힐 수밖에 없고 지금이 그런 상황이라는 얘기다.

LG전자가 최근 CES에서 선보인 롤러블폰이 향후 LG가 휴대폰에서 '부활의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 섞인 전망에 대해서도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이미 시장은 오랜 기간 주도권을 잡고 있는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가 주도하는 3파전 시장인데 그 속에서 반짝 히트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를 지속시킬 수 있느냐는 전망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것. 이미 주도권을 쥔 지배사업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LG가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성하고 살아남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게 설명이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은 지속한다.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CTO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한다. 특히 오는 2025년경 표준화 이후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은 물론 사람, 사물, 공간 등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물지능인터넷(AIoE: Ambient IoE) 시대를 대비한다. 6G 시장에서 LG전자가 또 다시 휴대폰을 부상시킬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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