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과 경영권 밸런스 맞추기 위한 노력 지속
과거 ESG 적용 방식은 '네거티브 스크리닝'
이제는 기회요인을 찾는 능동적인 방법론으로 부상
ESG를 활용한 통합 전략 구축하는 운용사 늘어나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이 대신증권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안다정 기자)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이 대신증권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안다정 기자)

[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현재 한국에서 기업 지배구조 연구기관은 총 3곳이다. 한국거래소 산하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서스틴베스트, 대신금융그룹 산하 지배구조연구소다. 주주권과 기업의 오너가 생각하는 경영권의 밸런스를 맞춰 가는 것이 일반 주주의 입장에서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LG화학 물적분할 당시 소액주주를 위한 환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던 싱크탱크가 있었다. 대신증권 산하 싱크탱크인 ‘대신경제연구소’의 ‘지배구조연구소’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감 없이 전했다.

또 최근 ESG 열풍이 부는 데에 대한 소회도 전했다. 안 본부장은 ESG를 통한 기회요인 발굴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네거티브 스크리닝’에 방점을 뒀다면, 이제는 운용사에서 적극적으로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안상희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1. 지배구조연구소를 설명해달라.

대신증권은 경제연구소라는 별도 법인 안에 리서치센터가 들어가 있었다 대신증권으로 다시 넘어갔다. 저는 사실 석유화학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석유화학 분야 애널리스트를 하다가 합류하게 됐다.

2. LG화학 보고서가 화제였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배터리는 세계적으로 3개 업체가 분할하고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를 자체 생산 하겠다고 했는데,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LG화학 배터리가 아니면 안 돼!” 라고 말하지 않듯, LG화학도 매년 3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동안은 LG화학 품안에 있으면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갔다. 근데 조금 흑자 나기 시작했다고 번 돈으로 매년 3조원을 충당할 수는 없었다.

LG화학도 배터리 사업 부문을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 같다. 상장을 하는 방향으로 고민하는 기로에 섰던 것 같다. 최대 수요처인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생산을 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방안을 강구했던 것이라고 본다. 그런 상황에서는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고, 글로벌 업체들이 3강 구도로 양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당위적이었던 상황이라고 봤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배터리 사업부문에 대한 물적분할을 주주총회를 개최한 후 최종 의결했다. LG화학의 주가는 주총 당시 61만1000원으로 하락했으나, 현재는 89만원 선까지 회복이 된 상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물적분할 후 가치가 더 상승한 셈이다. 

3. ESG가 최근 들어 ‘대세’다. 오랫동안 연구를 해온 입장에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2015년부터 주주총회 의안분석을 했다. 2015년에 시작을 해서, 당해 4~5월에 SK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SK C&C가 합병을 했다. 당시엔 최 회장이 SK지분은 없었다. 당시 지배구조연구소의 의견은 반대였다. 2016년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 롯데가 형제의 난, 현대모비스, 한진칼 등 지배구조 이슈가 연속적으로 터져나왔다.

2015년 당시에도 ESG 열풍이 있었다. 당시에는 G(거버넌스) 측면에서 논의가 많았다. 당시에 거버넌스는모시는 총수의 운명을 결정짓는 지표였다.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ESG 열풍, 더 나아가서 광풍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다시 붐이 일고 있는데 5~6년 전을 보는 것 같다.

이제 ESG는 운용사의 입장에선 기회요인으로 바라보는 기조가 형성된 것 같다. 과거엔 ESG를 적용해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실행했다. 쉽게 말하면 이 기업은 배제하고, 이런 식인 거다. 과거에는 ESG를 통해 소극적으로 기업을 걸러내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기회요인을 찾아내는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예컨대 운용사가 포트폴리오를 짤 때 10개 기업을 선정하면 ESG를 녹여내서 통합해 A·B·C등급으로 차등화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엔 나쁜 점을 선별해냈다면, 이제는 좋은 점을 뽑아내는 데 주안점을 찍는 셈이다. 지속가능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Engagement 전략이라고 표현하는데, 운용사가 배당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는 것도 그 사례로 볼 수 있다. 주주에게 환원을 더 하는 방향으로 권고를 하는 것이다. 통합전략이다. ‘착한 기업’, ‘좋은 기업’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나 기회 요인을 찾아보는 쪽으로 보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LG화학이다. 2차 전지나 수소 등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4.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강조한다. 주주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후 5년이 지났는데, 잘 정착됐다고 보는지.

아직까지 완전히 안착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자금을 집행할 때 운용사들이 돈을 받아 가는 구조다. 연기금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수탁자 책임이 강조된다. 수탁자 책임이 결국 Engagement 전략과 결을 같이 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참여에 방점을 두는 것이다. 

5. 조금 더 정착이 되려면, 도입 필요성이 커져야 할 것 같다. 지금은 기업이 득보다 실로 바라보는 건가.

스튜어드십코드를 반영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이해상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다. 유럽이나 북미와 달리 기업의 소유구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해상충이 더욱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근본적으로 뜯어보면, 기업의 소유구조와도 연결이 된다. 유럽과 미국은 투자 활동이 활발하고 연기금과 운용사가 Engagement 전략을 체화하고 있다. 왜 그런가 살펴 보면, 근본적인 차이는 기업 소유구조의 문제와 맞닿아있다. 블랙넛이나 연기금이 참여를 지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은 경기가 좋으면 S&P500과 나스닥 지수가 상승한다. 주식과 경기과 밀접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탁자 책임에 철저할 수밖에 없는 건 결국 토양 차이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쉽게 말하면 기업 지배구조가 오너 중심으로 유지되고, 운영된다. 집중도 자체가 유럽이나 미국과는 다른 셈이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오너의 의지가 중요한 건데, 운용사가 권고를 해도 “참고한다”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다.

소유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운용사의 역할이 힘이 잘 안 먹히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법을 제정하려고 한다. 공정거래법 같은 것들. 구조적인 차이가 있는 상황인 것이다. 예컨대 이번에 3% 감사위원 룰이 적용되는데, 한국타이어는 부회장이 제안한 이사가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를 제치고 선임됐다. 오너 중심으로 회사가 돌아가는 것이다. 법이나 규정이 제정될 수밖에 없는 건 한국 기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은 지주회사 하나만 상장하고 전부다 비상장이다.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것. 한국은 지주사가 있지만 지분 30%만 가지고 있고, 분할이 많이 되어 있다. 기업 지배구조 차이가 심하고, 사실상 기업이 100%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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